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귀리밥 Oct 01. 2017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 어스 킬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읽고 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우리가 남을 도울 때 감정에 휘둘리며 기존 문제보다 새로운 사건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이에 자극받은 우리 뇌의 감정 중추는 재해를 '긴급 상황'이라고 인식한다. 

실은 긴급 상황이 늘 발생하고 있다는 데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질병, 가난, 독재 등 일상적인 긴급 상황에는 감정이 무뎌져 있기 때문이다. 재해는 새롭고 극단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한층 강력하고 즉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더 중요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이라고 우리의 무의식을 오도하는 것이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 어스 킬


재해가 일어났을 때 끔찍한 현장이 매스컴을 타면 사람들은 우울해하고 눈물을 글썽거린다. 

재해가 아닌 경우지만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우울해서 밥을 못 먹겠다며 

식사를 굶고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의아했던 부분이 많았다. 

네가 밥을 안 먹는다고 지금 아이들이 번뜩 돌아오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이 사고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 역시

사건에 감정이 휘둘린 것은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고는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 때문에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최근에는 더 기가 찬 일이 있었는데, 특정 여성용품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어느 카페에 모여들기 시작했을 때다. 

한 법무법인이 일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앞뒤 없이 입금을 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 법무법인이 어떤 곳인지, 어떤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없이

일단 소송에 필요한 돈을 입금부터 하고는 자신은 피해자라며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럴 때는 인간이 가진 공감능력의 양면성에 대해 깊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인간이 가진 공감능력과 이타성은 내가 인간을 끌어안고 사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가끔 이 두 능력이 너무 느적거린다거나, 필요 이상으로 힘을 발휘할 땐 탄식이 흘러나온다. 


돕는 건 무조건 좋다, 고 보기 전에 우리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인간이 냉정하고 이성적이어야만 옳다고 생각진 않지만,

냉정과 이타성, 공감 사이의 균형이라는 게 몹시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 필요성을 몇 줄 적어 이야기할 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