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베어 시즌3와 함께.
스포와 함께합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보거나 들었던 여러 가지 매체 중에서 가장 좋았던, 좋아하는 작품은 드라마 '더 베어'입니다. 6월 25일에 시즌 4가 나온다고 하죠.
주인공인 카미는 재능 넘치는 요리사지만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를 만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더불어 형까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고향으로 돌아와 형이 하던 식당을 물려받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식당을 열고 성공시키려는 고군분투의 내용을 담은 드라마인데요.
시즌3의 첫 화는 대사는 거의 없이 주인공인 카미의 회상. 그리고 간략한 주변인물의 이야기만을 뮤직비디오처럼 담아냅니다.
그리고 이 together라는 노래가 깔립니다.
노래는 피아노 반주와 노이즈의 대칭으로 시작합니다. 두 개의 극명히 대조되는 소리 사이에서 어느 순간 기타음이 끼어들고 두 개의 소리는 작아지며 합치며 멜로디를 만드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잠시뒤 노이즈가 모든 것을 잡아먹습니다. 기타 사운드는 노이즈를 이겨내려 애쓰지만 결국 잡아먹혀버리고 말죠. 그렇게 노이즈가 모든 것을 잡아먹어버린 순간에 잊어버렸던 피아노가 천천히 나타나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결국 노이즈가 사라지는 듯 싶더니 다시 나타날 것처럼 끝이 납니다.
카미도 그렇죠. 그는 요리를 사랑하고 노마에서의 좋은 기억들, 처음 배우던 순간의 즐거움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정신적 괴로움을 준 뉴욕에서의 기억도 공존합니다. 자신의 누나와의 좋은 기억, 형과의 약속 같은 추억도 갖고 있지만 어머니의 기행과 형의 자살 같은 기억도 갖고 있어요. 미슐랭 1스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강하게 나가려는 마음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는 사랑하는 애인과 행복하게 살고 싶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의 기억에 가장 깊게 남아 있는 단어이자 그의 파인다이닝 요리의 원칙은 subtract. 덜어내다 이지만 그가 시즌3에서 쓴 Non-negotiable list 협상불가능목록은 엄청나게 길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 모든 사운드와 노이즈가 엉켜서 드라마를 보는데 고통을 주죠. 하지만 노래의 제목은 투게더예요. 드라마는 예쁘게 단장된 부케가 아니라, 콘크리트와 정리안 된 박스와 제비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