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조각 '밀로의 비너스'가 발견된 곳
산토리니에서 페리를 타고 밀로스로 이동했다. 밀로스는 산토리니나 미코노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나 유럽 사람들에게는 알음알음으로 알려져 이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곳이다. 산토리니에서 만난 현지인들도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곳. 남편은 새롭고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곳들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다. 얼리어덥터의 성격이 강하고 검색력이 높은 편이다. 이게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같이 살다 보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걸 빨리 사고 싶어 하니 이전 것들은 급히 찬밥 신세가 되고 기분이 좋은 땐 알아서 내 몫까지 검색해서 해결해 주지만 가끔은 바로바로 찾아서 하면 될 일을 왜 물어보냐며 게으른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때론 꼭 내가 검색하면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그래서 검색하는 재주를 검색력이라고까지 말해본다. 암튼 여행 갈 땐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이쯤에서 패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밀로의 비너스. 두 팔이 잘린 비너스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밀로스의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이 조각상을 발견했는데 터키와 프랑스가 서로 갖겠다고 싸우다 팔이 잘려 바다에 버려졌고 그걸 프랑스가 가져갔다는 설도 있으나 그 당시 오스만 제국 주재 프랑스 대사가 이를 구입해 루이 18세에게 헌납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비너스에 대해 그리스가 반환을 요구했을 때 위와 같이 구매했으므로 프랑스가 소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단다. 물론 그런 식으로 본국에 반환해주면 영국이나 프랑스나 박물관에 소장할 수 있는 작품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귀한 작품들의 보관을 핑계로 모두 다 그냥 두루뭉술 넘어가는 거지...
밀로스에 도착해 그 지역 맛집이라는 [Akrotiri Seafood Obsession Milos]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름처럼 거의 모두 해산물이었고 매우 신선했지만 내 입에 약간 짜고 느끼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만족하며 잘 먹었다는...
아이들은 호텔에서 쉬고 남편과 호텔 앞 Pollonia해변에서 달구경하고 산책하면서 하루 마무리. 산토리니, 밀로스 모두 어딜 가나 고양이들이 많이 있다. 밀로스에서는 정말 고양이들이 떼 지어 앉아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길거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고양이들과 놀았다. 그 덕분에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는 딸아이는 여행 내내 콧물, 재채기에 시달렸다. 그래도 고양이가 좋으니 어쩌겠나? 나도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개털 알러지가 있어 그 맘을 아니 더 안타깝다. 이번 호텔은 이전보다 작은 호텔이라 그 전날 주문하면 조식이 룸서비스로 배달된다. 보통은 아침에 레스토랑에서 뷔페식으로 먹는데 이런 경우는 첨이라 어떨까 싶었는데 인원에 상관없이 엄청 충분하고 다양한 아침을 갖다 줘서 아침마다 즐거웠다. 정갈한 차림새의 직원들이 두세 명이 커닿란 쟁반에 아침을 챙겨 들고 방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Delmar Apartment & Suites Milos] 추천!
밀로스는 산토리니처럼 절벽에 세워진 하얀 집들이 있는 풍경은 아니다. 덕분에 언덕을 오르내리는 수고도 없다. 산토리니보다는 큰 섬으로 곳곳에 특이한 해변들이 많아 해변가에서 선탠도 하고 물놀이하면서 신기한 동굴 구경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현재 호텔들도 좋지만 해변 근처에 새로운 많은 호텔들이 한창 지어지고 있는 상태다. 아마도 얼마 후면 산토리니나 미코노스만큼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위의 Sarakiniko Beach는 갑자기 나타나는 하얀 절벽이 너무 비현실적인 곳이었다. a moonlike white landscape with cliffs and ocean caves라는 설명처럼 지구가 아닌 또 다른 행성처럼 느껴졌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하얀 절벽은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눈이 부셨다. 그 옆으로 철썩이는 파란 파도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정말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Surreal!!" 이 말을 너무 써서 아이들은 나에게 이 단어를 금지어로 정할 정도였다.
물이 얕고 작게나마 올리브 나무 그늘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유럽에서는 파라솔이나 나무 그늘이 경쟁적으로 인기가 많지 않다. 아들은 하얀 절벽을 등반했고 딸은 절벽 어디쯤에서 선탠을 했고 난 작은 올리브 그늘 아래 베이스캠프를 차렸다.ㅋㅋ 다들 수영복만 입고 이 넓은 곳을 돌아다니니 핸드폰도 없고 서로 잃어버리면 대략 난감일 것 같았고 저 뙤약볕에 나가 앉을 용기가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쉬고 계신 올리브 나무 그늘 아래가 나에겐 딱이었다. 이 작고 앙상한 나무가 만든 그들이 어쩜 그리 시원하던지...^^
Sarakiniko beach에서 차로 12분 정도 가면 Paralia Firapotamos가 있다. 아, 밀로스에서는 차를 렌트했다. 산토리니에서는 길이 너무 좁고 차로 다닐만한 길이 아니라 택시를 이용했는데 이번엔 호텔 매니저의 조언으로 차를 랜트했다. 밀로스는 Plaka 시내외에는 차로 다니기에 도로도 한산하고 풍경 구경하기도 좋아서 차를 렌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테네는 렌트할 필요 없고 산토리니는 비추!! 물론 Paralia Firapotamos로 내려오는 길도 차 한 대가 지나가는 급 경사길이라 약간 까다롭지만 마데이라 골목길을 생각하면 양반이다. 급 경사길을 아슬아슬 다닐 때면 그냥 택시 대절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항상 드는데 남편은 운전할만하단다. 난 너무 무서웠는데... 괜찮다니 다행이다. =.=;;; 물놀이하고 선탠 하기 좋은 해변가에 바도 있고 언덕 위에는 Church of Agios Nikolaos옆에 성벽터 같은 곳도 있고 올라가서 주변 경치도 보고 사진도 찍기에 제격이다.
Paralia Firapotamos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Plaka. 섬의 수도(?), the chief town이다. 도로가 좁아 차량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있지만 거의 전망대 부근까지 올라가서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올라가면 산토리니 비슷한 하얀 집들이 있고 쉬려고 들른 크레페 집은 얼마 전 저스틴 비버가 다녀간 곳이란다. 주인아저씨는 남편의 카메라를 보곤 취재하러 온 거냐며 얼마 전 저스틴 비버가 다녀갔는데 이런 카메라 가진 사람이 와서 찍어갔다며... 남편은 아니라고 취미로 홈비디오 찍는 거라니 어디서 왔냐고 영국에서 왔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본인 친척이 미국에 사는데 그분의 아내가 한국인이라며 갑자기 아는 단어 "아빠"를 외치셨다. ㅋㅋㅋㅋ 요즘 한류가 엄청난 인기라 외국에 살거나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국인을 아는 척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영국에서는 더더욱.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드러내고 궁금해하지 않는다. 국적이 뭐냐 어디서 왔냐 그런 거 대놓고 물어보지 않는다. 예의로 포장한 무관심쯤이랄까?! 그리스에서는 이런 유의 질문을 꽤 많이 받았다. 이 또한 여행의 재미고 그리스 사람들이 순수하고 소박하기 때문이라고 느껴졌다.
렌트한 덕분에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녔네~^^;;; 저녁은 호텔앞 칵테일바에서 간단히 먹었다. 나름 음식도 훌륭했고 친절한 사장님과 직원들 덕분에 더더욱 기분 좋은 저녁이었다. [Deck Milos]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