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록 신은 여전히 침체
#퀸 그리고 록 열풍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관객 수 5백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이어가자 (현재는 천만에 육박했다) MBC는 발 빠르게 [라이브 에이드] 녹화 중계를 편성했다. 지난해 12월 2일 재방영된 [라이브 에이드]는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를 원조하기 위해 밥 겔도프와 미지 유어가 기획한 모금 콘서트로, 1985년 7월 13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과 미국 JFK 스타디움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다.
한 SNS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록에 ‘입문’한 로큰롤 키드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라이브 에이드] 편집본의 공중파 방송은 이러한 신규 팬층의 관심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젊은 세대가 갖고 있던 록에 대한 진부한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놓은 퀸의 음악 덕분에 새로운 록 음악 수요자들은 뉴웨이브 밴드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나 세계 3대 기타리스트이자 크림 멤버 에릭 클랩튼의 ‘Layla’, 데이빗 보위의 아트록 ‘Heroes’ 역시 비교적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젊은 록 팬층의 등장
[라이브 에이드] 방송 이후, 이미 고인이 된 데이빗 보위와 왬(Wham)의 조지 마이클을 접한 새로운 세대는 과거의 록 음악과 문화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아티스트들의 청년 시절 사진을 구해 소위 ‘아이돌’처럼 소비하기도 하고(특히 데이빗 보위와 더 잼의 폴 웰러가 인기다), 퀸과 동시대의 음악을 즐기며 [보헤미안 랩소디]와의 접점을 찾기도 한다. 새롭게 등장한 이 소비층은 기성세대와는 물론이거니와 기존의 록 팬들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얻는다.
한편 록에 대한 담론도 비교적 활발해졌다. 네이버 퀸 팬 카페인 ‘[Queen] We Will Rock You’는 퀸에 ‘입덕’한 팬들을 위한 곡 설명글을 게시했고 트위터에서는 ‘#퀸_트친소’, ‘#락_트친소’라는 해시태그로 퀸에 빠진 사람들끼리 친분을 맺고 감상을 공유하거나 1960~70년대 록 전성기 시절의 노래부터 린킨파크로 대표되는 2000년대의 메인스트림 록까지 추천한다. [라이브 에이드] 방송 중에는 추억을 풀어놓는 중, 장년층과 과거의 문화를 처음 접하는 청년 세대가 퀸의 노래로 소통하기도 했다.
#한국의 록
밴드 음악을 향한 관심이 쏟아지자 록 팬들은 환영하는 눈치지만 이 열기가 과연 국내 록 신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퀸에서 시작된 국내의 장르 열풍은 현재 해외 아티스트에 편향되어 있어 사실상 한국의 록 시장이 이러한 인기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비틀스와 퀸, 유투의 이야기는 많지만 신중현, 산울림, 송골매의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라이브 에이드]를 향한 열렬한 호응에 반해 국내 록 신은 잠잠하기만 하다. 오히려 신 자체가 흔들리자 아시안 체어샷, 장기하와 얼굴들 등 굵직한 밴드들이 연이어 해체를 선언했고 몇 인디 밴드들은 차선책으로 장르를 전향했다. 이스턴 사이드 킥의 보컬 오주환은 지난 해 신스 팝 밴드 아도이(Adoy)로 앨범을 발표했으며 인디 신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3인조 밴드 새소년은 마지막 콘서트를 기점으로 각자의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홍대 전역에 퍼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 때문에 공연할 터마저 잃는 무명 인디 밴드의 경우 처지가 더욱 암담하다.
한 시대의 막을 내릴 뻔한 장르가 레전드 아티스트를 통해 재조명 받게 되면서 신에 활기가 도는가 싶었지만, 그 수혜가 한국의 록 시장에는 돌아가지 않는 듯하다. 한 명의 '록 키드'로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2018년 말 써두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