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by 애둘엄마

그 해 여름, 아이와 우리 부부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불안장애 관련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길 3달이 조금 넘었을까,

아이는 예전보다 확실히 홀가분해 보였다.

예민한 기질은 여전하지만, 막연한 걱정을 덜은 느낌.

틱도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아직 어린 나이어서 정신과 약물이 잘 듣는거구나 했다.

아이의 정신과 선생님도 이대로라면 약을 끊어도 될 것 같다 하셨다.


한편, 여름이 다가와도 코로나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집 형제들도 계속해서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어느 날, 회사에 있는데 큰 아이 학교 담임선생님께 메시지가 왔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바쁘시겠지만 아이 e학습터를 좀 매일매일 확인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녀석은 지금까지 ‘딱히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아이’였다. 적어도 학습에 있어서는.

매일 해야 하는 학습지라든지, 학교 준비물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오히려 녀석이 나에게 일깨워 주는 역할을 도맡아 하던 차였다.

그런데 갑자기 e학습터를 확인하라니, 도대체 왜? 아이 계정으로 e학습터에 로그인을 했다.


과목별로 진도율이 들쑥날쑥했다.

기한이 지났는데도 제출하지 않은 과제가 한두개가 아니었다.

분명히 얼마 전에 확인했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심란한 마음을 안은 채 집에 돌아오자 마자 아이 방에 가서 배움 노트를 펼쳤다.


엉망진창이었다.

글씨도.

그리고 내용마저도.


매 교시마다 원격 수업으로 배운 내용을,

그저 한 줄만 적으면 되는데,

그동안엔 잘 해왔으면서,

왜 갑자기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보이는걸까.

혹시 불안장애가 다 완치된 것이 아닌가? 그렇다기엔 지금까지의 양상이랑은 전혀 다른 것 같은데.


아이를 다그쳐 봤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고만 했다.


그리고 이내 시작된 여름방학.

방학 숙제를 겸해서 아이에게 수학 문제집 한 권을 사 주었다.

어릴 적 부터 수에 밝았고, 엄마인 내가 권유하기 전에 스스로 수학 학습지를 하고 싶다고 했던 아이었다.

그렇기에 하루 몇 장은 녀석에겐 일도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너무나 반듯하게 잘 해왔으니까.


그러한 생각이 오만이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남편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알던 나의 큰 아이는 이제 온데간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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