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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날의 안녕 Jul 22. 2023

남편이 두 번째 소송을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썼다는 이유로 나는 소송을 당했다

이혼소송이 진행되며 남편 측에서 보내온 서면과 말도 안 되는 증거를 보면서 

조금씩 회복을 보이던 나의 건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지금 나는 다시 지독한 통증과 공황발작에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 글을 쓴 것이 언제였나 보니 지난달 11일, 벌써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6월 중순 이후에 가사조사가 있었고 가사조사에서 남편은 거침없이 나를 비난했고

그 험담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나는 눈을 찔끔 감고 참고 또 참아내야만 했었다.

가사조사 이후로 나는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가 계속되는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일상을 제대로 보내기가 힘들었졌다.


공황발작이라는 것이 경험해 본 사람은 알지만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고통으로 사람이 쓰러지게 된다.

심장마비와 같은 긴급한 문제로 쓰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다치지 않을 곳에 몸을 눕혀 호흡이 용이하도록 깊을 숨을 쉬며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처음 겪으면 죽을 것 같은 공포로 구급차를 부르겠지만 난 혼자이고

여러 번 반복되는 공황발작이 물리적으로 아픈 것은 아니기에 바쁜 응급실 의료진이나 구급대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공황발작을 대응하는 방법은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누워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시도를 하고 

발작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담당의사는 공황발작으로 응급실에 가는 환자가  많으니 참지 말고 

병원에서 처치를 받으라고 조언을 했다. 

응급실을 가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며 참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담담히 정말 죽는 건 아니지 않으냐...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전했다.


참고 견디는 것에 아주 많이 단련이 되어 있지만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견디기에는 

나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더 강한 약을 처방해 달라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여러 번 방문을 했었고 

그 한 달의 기간 동안 약의 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었다. 

증상을 호전시킬 거라는 약을 먹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호흡이 잘 되지 않고 손이 떨리며 

어지러움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그동안 체하는 증상은 없었는데 2주 전부터 체하는 증상이 심해서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태이다.

이 증상은 약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된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증상을 고치기보다는 음식을 먹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지금 나는 음식물 대신에 병원에서 추천해 준 포도당 사탕을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렇게 난 지난 한 달간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나쁜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기 위해 명상을 하고 치유하는 음악이나 마음치료를 할 수 있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 극복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의식 중에 지속적으로 남편의 비난이 나를 고통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어제 급하게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변호사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나에게 또 소송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혹시 모르고 있었냐는 질문에 나는 당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5월 25일 자로 소송이 시작되었고 내가 답변이 없어 여러 차례 기일이 연기가 되었으며 

8월 8일에 변론 기일이라며 빨리 알아봐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자세한 내용은 내가 직접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게시글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민사 소송이라고 알려줬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이 하나 있었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변호사의 다급한 전화가 왔었다. 


상대측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브런치에 쓴 내 글이 남편을 지칭한다며

글을 삭제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나와 변호사는 둘 다 황당해했었다.


남편의 주장으로는 자신의 지인들이 자신에게 연락을 해왔다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금방 알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남편과 연애를 했을 때 거리에서 손을 잡는 것조차도 하지 않거나

혹은 굳이 타 지역으로 가서 음식을 먹거나 거리를 걷기도 했었다.

이유는 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당시 전임교수도 아니고 비전임에 임용된 지 1년도 안된 시점에서 하는 행동치고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댓글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신 대로 남편은 나르시시스트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 변호사는 내가 쓴 글을 다 읽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썼던 글에 대해서 로펌의 변호사들이 의견을 내서 내 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줬었다.


결론적으로 특정인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없으며 모두 사실을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현재 나의 상황을 혼자 짊어지고 속으로 삭이기에는 너무 힘들어 글로 기록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난 건강이 좋지 못해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외부활동을 통해 내가 가진 문제들을 누군가와 나눌 수가 없다.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내게 유일한 소통 창구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원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이미 다른 아이디로 브런치에 내가 일하는 분야의 주제로 

글을 쓰고 있고 많은 구독자가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공감으로 치유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글로 생각을 정리해서 작성하는 것은 정신적인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소견을 

의사로부터 듣기도 했다.


상처와 가슴 아픈 기억의 과거의 나, 그리고 현재의 나를 조금씩 풀어내면서 

치유를 하고 있고 생각을 정리하며 또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기에 지옥같은 내 일상에

유일한 행복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나도 글을 쓰기까지 용기가 많이 필요했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부터

나를 현재 괴롭히는 문제들을 복기하며 그것들에 대해서 글로 옮기는 과정은 

내 마음속에 있는 나를 괴롭히는 나쁜 이물질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남편을 공개적으로 비방하거나 고발을 하려고 했다면

댓글에 조언을 남겨주신 분의 말씀처럼 네이트 판에 올리거나 정말 학교 앞에 피켓을 들고 

1인 시위까지도 불사했을 것이다.




이미 소송을 하고 있는데 또 소송을 하려고 하니 스트레스가 가중되며 더 힘든 상황이 되었다.

스트레스도 너무 심하고 물리적으로도 이것을 대응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

나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하려고 했지만 내 경제사정을 아는 변호사는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법률적인 조언과 프로세스를 설명해 줬다. 마음적으로도 위안이 많이 되는 고마운 분이다.


변호사의 조언대로 나는 법원 민원실을 찾았다. 

법원은 두 번째 오는 것이라 두렵지는 않았지만 내가 이런 곳을 들락날락할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나는 지금의 내가 너무 낯설다.


사건에 대한 내용을 요청하는 과정은 꽤나 까다로웠다. 

한글이지만 사용되는 단어들은 왜 이리 어려운지 무엇하나 요청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나 그곳에서는 꽤 묵직한 프린트물을 출력해서 나에게 전달해 줬다. 


프린트 물 첫 장을 보니 나와 카카오 측에 소송을 걸었다.

남편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소장을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채권자는 의사이자 대학병원 교수로 라고 시작되는 문장... 어디서나 자신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의 습성이 아주 잘 보였다. 대체 자신이 의사이자 대학병원교수라는 것이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채무자는 즉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설명은 괴팍한 성격과 폭력적인 성향이라고 표현했다.

일관되게 남편은 나를 정신이상자, 분노조절 장애자 등으로 프레임을 씌우며 혼인파탄의 원인 제공자로

몰아가고 있다.


내가 쓴 글에 대한 게시물을 내려달라는 소장에 괴팍한 성격과 폭력적인 성향이 왜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했다.


수차례에 걸쳐 명예를 훼손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작성하며 자신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나는 남편이 내 글을 볼 것이라 생각도 못했으며 변호사 역시 이 글을 보게 된 게 더 신기하다며

혹시 컴퓨터가 해킹당한 것 아니냐며 해킹까지도 의심할 정도였다.


나는 연애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남편은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매우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반론 소장을 받고 가사조사와 이번 소송을 통해서 남편이 얼마나 능통하게 거짓말을 잘하는지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고 있는 사람인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나쁜 의도로 보내지 않은 메시지조차도 자신을 협박한다며 과대 포장을 했고

변호사조차도 어떻게 이 메시지를 그렇게 해석하지.. 라며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지난 시간 동안 성격이 예민하고 뾰족했던 나는 내가 앓고 있는 병이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몸을 회복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내 마음을 바라보는 마음공부였다.

관련된 책을 읽고 명상을 하며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이제야 깨달으며 뾰족한 나를 둥글게 깎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나에게 가장 나쁜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해서든 

남편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나를 이토록 비난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왜 이렇게까지 소송에 소송을 하면서 나를 몰아가려고 하는지 남편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혼 소송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소송이 진행되면 될수록 서로에 대해서 공격을 하게 될 것이고 서로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을 잘 알기에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를 헐뜯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합의까지 잘 도달하기를 원했고 서로의 미래에 대해서 축복해 줄 수 있는 관계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남편은 현재의 민사소송 이후에 나에게 형사소송을 하겠다는 엄포까지 둔 상태이다.


이혼 소송이 다른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다는 내용을 한 변호사의 유튜브를 통해서 본 적이 있다.

이런 경우가 정말 최악으로 치닫는다고 했는데 내가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 같다.


남편은 소송하나 쯤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현재 경제사정이 좋지 못해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하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나는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프지 않기 위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의 몸은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를 너무 잘 알고 반응을 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 

너무 힘들다.


모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진리가 있다.

지금 나는 시간이 지나서 현재 내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과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제가 작성한 모든 글은 소설이 아닌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을 중심으로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거짓이나 과장 또한 없는 모두 실제 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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