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숭아 Jan 27. 2022

"인간의 의지 몰라요?"

대사의 매력에 빠져 한참이나 보았던 도깨비.


도깨비의 1회의 첫 장면의 명대사가 있습니다. 도깨비가 파리에서 만난 소년에게 “너의 인생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도깨비도 신이기는 하나 더 높은 신에 의해 정해진 길을 가게 되는 처지임을 생각해보았을 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는 거, 내가 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     

또 한 장면이 기억납니다.     


보이지 않던 도깨비 가슴의 검을 도깨비 신부인 은탁은 그 검을 한 번에 잡아 내며 "인간의 의지 몰라요? 나 봐, 아저씨 검 딱 잡아내잖아"라는

그 대사를 말하던 장면입니다.

 

별 것 아닌 드라마 하나가 생과 삶에 대한 인간 의지의 깊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요즘 함께 사례관리를 진행하고 있는 옆자리 사회복지사에게 도깨비에서 은탁의 대사인 ‘인간의 의지’에 대한 생각을 말할 때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lf라는 명제를 두고 몇 가지 상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당신은 40대 후반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이 있다. 그 딸의 시력은 6세 때 멈췄다. 그리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당신 역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이혼을 했다. 미납된 건강보험료가 400만 원이다. LH의 전세임대주택에서 지낸다. 만료기간이 몇 달 안 남았다. 얼마 전 나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모든 정보가 타인에게 열람되었다. 우울증이 너무 깊어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병원에 가는 것도 귀찮다. 전화를 받는 것도, 누가 찾아오는 것도 다 피곤하다. 한 가지 문제가 생기면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힘이 없다.     

당신은 어디서부터 문제 해결을 시작할 것 인가요? 그리고 당신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다양한 사회복지와 지원제도를 통해 당신을 지원하고 도와줄 수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점은 지금의 힘든 삶을 짧든 길 힘든 이 순간 버티는 힘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주변과 어우러져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의지’를 길러내는 힘을 보내는 것이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말은 쉽습니다.  

   

MBTI 성격유형에서 ISTJ 성향을 가진 사회복지사 로서의 문제 해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공적인 부조를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이 분명한 상황에서 미납된 건강보험료는 공단에 낮은 금액으로 분납 신청함으로 부담을 줄인다. LH 전세임대주택은 기간을 연장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그리고 휴대폰의 개인정보 유출은 해당 통신사의 서비스센터를 함께 방문하여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미납금 확인을 진행한 후 빠른 해지를 진행한다.     

위의 내용은 제가 지원을 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분은 지금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힘을 쥐어짜고 있지만 삶은 그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생각하는 일의 순서를 마냥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순서인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울증으로 학습된 무기력에 누워만 있는 사람에게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인생에서 매우 큰 도전니다.     


그 도전을 위한 마음을 다지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 저는 ‘의지’라 생각합니다.     


그분에게 그 첫 발걸음이 너무 버겁고 어렵습니다. 방문을 허락치 않고 매일매일전화도 잘 받지 않는 그분께 저는 귀찮은 존재입니다.     


올해 저의 목표는 그분이 원하는 대로 타인의 도움이나 공적인 부조를 받지 않고 지내는 것이 아닙니다.     


도움 주는 전화를 잘 받고, 도움을 청할 전화를 걸 힘을 기르는 것. 그리고 우울증과 공황장애 약 타러 가는 일정을 잘 챙기는 내적인 힘을 기를 씨앗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타인의 의지를 끌어내는 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상기되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시작이라도 해볼 요량입니다.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하게도 한통의 전화와 문자에서부터 시작하는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신 생을 잘 살아낼 수 있다는 긍정의 관심.     


그것이 사회복지사로서 저의 ‘의지’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능동 감시 기간이 끝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