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
마곡사, 갑사 그리고 조계사.
일주일 사이 벌써 세 번이나 108배를 마쳤다.
이렇게 된 이상 프로젝트로 간다.
조계사에서 돌아오는 길 어쩌면 생각보다 108배는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면 된다' 아니고 '되면 한다' 정신으로. 안 되면 말고. 모든 프로젝트가 다 성공으로 끝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재밌을 것 같았다.
과연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말 아이와 나는 해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요즘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질문은 두 개다.
하나는 '정말 그래?'이고, 또 하나는 '이게 될까?'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이게 될까?
동시에 왜 108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생겼다. 108배를 하면 뭐가 좋은가. 왜 굳이 이걸 해야 하는가. 찾아보니 108배를 하면 전신운동에 효과가 좋단다.
언젠가 어떤 연예인이 108배를 한다고 해서 한 때 108배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던 게 떠올랐다.
'이게 될까?'와 함께 '정말 그래?'도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108배를 하면 무언가 변화가 있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런가? 궁금해졌다.
"자네, 나와 프로젝트 하나 해보지 않겠나?"
아이에게 제안했다.
아이가 그게 뭐냐고 물었다.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라 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108배를 계속하는 거라고. 평생 하는 건 아니고 앞으로 7개의 천년고찰에서 108배를 더 해서 올해 안에 10개를 채워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주 근사한 계획이라고 했다.
"그걸 왜 하는데?"
그러니까 이것은 일종의 게임 같은 거라고 했다. 스탬프투어 같은 거라고. 아이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엄마는 왜 자꾸 프로젝트를 하는 거야?"
아이가 물었다.
"기획 자니까?"
회사에 나가지 않은지 반년 째. 일을 하지 않으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새삼 깨닫는다. 나 기획 좋아했네.
나는 파워 J다. 뭐든 계획한다.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늘 엑셀이나 스프레드 시트부터 연다. 노트북이 없으면 하다 못해 포스트잇이나 휴대폰 메모장부터 꺼낸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는 물론이고 여행을 갈 때나 이사를 갈 때, 하다 못해 놀 때도 계획을 세운다. 오랜 기획자의 습성이다.
분명 내 성격이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꽤나 즉흥적이고 덤벙대던 스타일이었는데 기획일로 밥벌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성향이 변했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직업병 같은 거다. 원래부터 파워 J가 아니라 파워 J가 된 거다.
프로젝트의 좋은 점은 목표가 생긴다는 거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겨 목적을 달성하도록 애쓰는 일. 아이와 나는 올 한 해 10개의 천년고찰에서 108배를 해보기로 했다. 이미 3곳은 했으니 7곳만 가면 목표 달성. 프로젝트 성공이다. 틈나는 대로 하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천년고찰 108배]를 프로젝트로 삼으니 긴긴 겨울방학 아이와 어딜 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졌다. 이제 우리는 도장 깨기를 하듯 천년고찰을 다니며 108배만 하면 된다.
목표가 확실해지니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나는 틈틈이 천년고찰을 검색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휴대폰에서 지도앱을 열어 천년고찰을 하나씩 하나씩 즐겨찾기 하기 시작했다. 불교와 사찰에 관한 책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에는 천년고찰이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가까운 곳부터 먼 지역까지 지도에 즐겨찾기 한 천년고찰들로 별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한겨울을 대비한 다람쥐마냥 도토리를 모으듯 천년고찰을 모은다.
별이 늘어갈수록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