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잡기 현긋기
기다리던 첼로 첫수업이다.
30분 레슨은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게 지나갔다.
아이스브레이킹 시간도 거의 없이
선생님은 활잡기, 첼로안기자세를 설명해주셨다.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곧장 본론부터 들어가는 것 같아좋았다. 시간이 금이야 !
선생님은 내 또래 같았고 다년간 다져진 레슨실력일까
말도 빠르고 진도도 빨랐다.
(나 잘 배우고 있는건지 조금은 헷갈리긴 했지만)
첼로를 골라들고, 첼로활도 챙기고,
첼로를 고정할 T자도 챙긴다.
이렇게 3개만 챙겨도 되게 클래식하는 사람 같다 나.
<첫날에 배운 것들>
1. 첼로 안기 자세
-의자에 깊숙히 앉는게 아니라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이 앞쪽에 걸터앉는다
-양 다리로 첼로 몸통을 고정시킨다
2. T자 활용법
- 의자다리에 T자를 넣고 내 키에 편하게
첼로다리를 빼고, 나는 키가 168로 큰 편이라
한뼘하고도 1/3을 뽑았다.
첼로다리길이는 바로 '멋'이다!
길게빼면 왠지모르게 더 멋있어보인다 하하
그리고나서 T자 세번째 구멍에 넣어본다.
다양한 높이와 여러가지 각도를 시도해보면서
나한테 편한 자세를 찾아간다.
3. 활잡기
- 가장 중요한 활잡기! 손목과 활은 직각이 되게 든다. 손가락은 엄지는 활 잡는 부분을 손톱밑으로 살짝 받치고 검지로는 활을 갈고리처럼 감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균형을 맞춘다. 나머지 중지와 약지는 둥글게 말아얹어주고 새끼손가락은 힘이 들어가지 않게 자유롭게 둔다!
- 어깨에 힘을 빼는것이 관건이다.
팔꿈치를 축으로 팔을 움직인다.
4. 현에 대해
첼로는 4개의 줄로 구성되어있고,
오른쪽에서부터 도(C)솔(G)레(D)라(A) 이다.
운지를 짚지 않고 연주하는건 개방현이라고 한다.
나는 초보니 개방현으로 활과 현이 수직이 되게 두고 활을 그어본다.
솔(G)~~~~~ 진중하고 묵직한 소리가 난다
5. 연습
첫날은 배운게 자세라 연습을 많이할건 없었다.
소리도 하나씩 내보는 정도랄까.
연주가 아니라 소리를 내 보았다.
30분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말, '힘 빼세요~!'
나는 힘빼야한다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듣고싶었던 말처럼.
공부를 하거나 회사일을 할때
늘 긴장하고 애썼던 기억이 많은데,
여태껏 뭔가를 얻으려고 할땐 늘 힘을 주면서 살았는데
힘을 빼라니!
힘빼기 위해 집중하는게 모순같다. 그런 내가 낯설다.
힘을 빼는게 연주를 잘 해낼수 있는 길이라니.
그 방법만 알아도 나는 첼로연주 그 이상을
배워갈 것 같다.
부산집을 떠나고 싶어서 서울로 대학을 가겠다고
아등바등했던 고등학교 3년,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고나서도 등록금 걱정에 장학금 받으려고 도서관에서 치열하게 보낸 시간들
행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하루 12시간
공부시간을 빼곡히 채워나갔던 2년.
시험을 접고 취업준비를 위해 또 준비하고...
그렇게 입사한 회사에서 어려운 순간들을 버티다
결국 퇴사하고 지금 직장으로 이직하기까지 2년.
지금의 회사에서 지나간 시간 8년.
그 사이사이 망가졌던 나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본
심리상담 10개월.
엄마의 뇌경색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지켰던 날들
연애와 결혼 그 사이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마주하고
눈물로 헤쳐나갔던 3년.
3월 30일은 결혼 1주년이었다.
사연없는 사람 없겠지만,
나의 10대, 20대를 떠올리면 '애쓰는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나, 바빴던 나, 늘 그 다음을 준비하느라 치열했던 나, 불안했던 나' 가 먼저 나타난다.
분명 그것만 있었던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지배적인 감정은 '불안함과 치열함' 이다.
언제쯤 나는 평온할 수 있을까?
평온한 마음이 어떤 상태일까?
기도제목은 대부분 '마음의 평안'이었다.
방법을 모를땐 잠자는 게 유일했다.
버거운 날들에 나는 하루 12시간도 넘게 잤다.
눈떠있는 시간들은 고민거리와 걱정으로
속시끄러웠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눈떠있는 시간에도 평온함과 즐거움을 찾을수 있는 내가 된것 같다.
첼로를 배우러 가는 길은 기대감으로 차있고,
첼로를 잡고있는 나를 보며 내가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연주할 때는 오로지 어깨와 팔목에 집중하며
힘을 빼고있는지 확인한다.
힘을 빼고 현을 켤때 깨끗하고 듣기좋은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참 편안하다.
일상에서도 힘을 빼고 살아갈때
즐거운 경험과 아름다운 추억을 향유할수 있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번 힘빼는 연습을 하다보면,
그렇게 될 수 있겠지.
쩍벌다리가 어색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내가 멋지다!" 이런 모습의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