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4.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 혼자 몰래하는 첼로, 왜 말 안해?

by 유서아

3번째 레슨이다.


근무일이 바뀌어서 월화가 휴무인 나는

지금껏 대부분의 월요일은 늦잠을 자고

느즈막히 점심을 먹었다.

설거지와 밀린 집안일도 하고...

그 시간에 부산에 계시는 엄마한테 카톡을 하곤했다.


(카톡) 이제 눈뜸

(카톡) 점심 먹는 중~~ 또 잠!


그런데 첼로를 배우면서 월요일에 조금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어쩌다 엄마한테 전화가 올 때는

지금 밖인데 어디 가는지 말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그냥 배불러서 잠깐 동네 한 바퀴 하러 나왔어~”


엄마한테 “나 오늘 첼로 배우러 가~”라고 말하는 게

왜 어려웠을까


내가 왜 첼로를 배우는지 설명하기 시작하면

또 지난 시간들을 곱씹게 되고

사랑도 받았지만, 부족했던 것들을 더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면 서운하실 것 같았다.

엄마도 아빠와의 갈등과 생활고가 있었던

가정생활 속에서 엄청난 희생과 최선의 노력으로

딸만큼은 부족함 없이 잘 키웠다고 자부하실텐데...

‘그건 엄마사정이고, 그럼에도 나는 결핍이 있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고마움도 모르고 싹수없는(!) 냉정한 딸로

생각하실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우리집에 통 크게 용돈 한번 못 드리고 사는데

내 상처 치료하겠다고 한 달에 첼로 배우는 레슨비로

아무렇지 않게 그 금액을 턱턱 쓰고 있다는 게

나만 이기적이게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불쾌하고 찐득한 감정!


그래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허우적거리기 싫었다.


그렇게 첼로배운지 3주가 지난거다.


그러다 어느날 이런 내 마음을 아는 남편이

저녁을 먹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남편) “아직 말씀 안 드렸어? 어머님은 네가 행복하길 바라실거야. 첼로 배우는거 그냥 응원해주실걸?”


(나) “아니야. 갑자기 뭔 첼로냐고 하실게 분명해.

괜하다고 하실거야”


그날 저녁엔 넘어가는 말이었는데

남편의 말은 나에게 질문을 남겼던 것 같다.


“정말 엄마는 그럴까?

내가 첼로를 그런저런 이유로 배운다는 걸 아셔도? “


며칠 뒤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실은 그런저런 이유로 배우고 싶었던 첼로를

이제야 해보고 있다고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은 내 예상과 달리...

참 따사로웠다.


“그래, 너무 멋지다. 젊어서 새로운 걸 배워나간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보기 좋네 !

그렇게 행복하고 재밌게 살아~”


그 목소리에

혼자 키워온 검은 죄책감으로 찐득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씻겨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내가 엄마를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던걸까

내가 엄마를 얼마나 알고 있는걸까

내가 엄마를 내 마음대로 재단해서 보고 있었나 보다


잠깐의 정적 뒤에 나는 신이 나서 떠든다.

“응 엄마, 내가 연주한 영상도 보내줄게요~! 꼭 봐봐! “


이제 더 이상 혼자 몰래 배우는 첼로가 아니다.

엄마한테 소문났다!


원망하고 미안해하는 과거 굴레가 아니라

감사하고 응원받는 현재가 참 좋다.

자유로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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