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GER = 단거 = 위험한 거.

이가 시리도록 단맛이 나는 건 위험하다고 배웠다.

상냥한 다정은 갓 구운 빵냄새처럼, 포슬포슬한 단내가 난다. 이가 시리도록 단맛이 나는 건 위험하다고 배웠다.
DANGER = 단거 = 위험한 거.



아침 여섯 시, 동네를 도는 바람이 먼저 빵집을 연다. 셔터 반쯤 올라간 틈 사이로 김이 새고, 그 김이 골목 모서리를 돌아 내 코끝에 닿는다. 포슬포슬, 작게 달다. 나는 그 냄새를 ‘무해한 다정’이라 부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왔구나” 하고 받아주는 온도. 혀끝을 찌르지 않고, 이가 시리지 않는 쪽.
문제는 그 반대편이다. 시럽을 들이부은 문장, 당의정을 입힌 사과, 양손 가득 설탕을 움켜쥔 미안함. 그런 단맛은 예쁘게 반짝이다가 이내 아프다. 나는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이렇게 적어두었다.
— DANGER = 단거 = 위험한 거.
그 문장을 가슴속 냉장고에 붙여두고 살았다.



그날 나는 ‘일상행정청 당도조절과’에 갔다. 내 삶의 당도를 조절하기 위해. 민원창구 위에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안내] 버터향은 허용, 인공 바닐라 과다 사용 금지. 단내는 ‘안부 등급’으로 라벨링 하여 접수 바람.
번호표엔 17이 찍혔다. 내 차례가 와서 의자에 앉자 담당자가 물었다.
“어떤 단맛을 줄이고 싶으세요?”
“이가 시린 단맛이요. 말로 된 시럽. ‘넌 어디서든 빛날 거야’ 같은 예쁜 당의정요.”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란 잉크로 ‘임시 접수’라고 적었다. 그리고 작은 스탬프들을 꺼내 보였다. ‘전환’, ‘보류’, ‘행간’.
“지금 바로 당도를 낮추기는 어려워도, 가독성을 높일 수는 있어요. 말의 표면 당도 대신 발효 시간을 보도록 라벨을 바꾸는 거죠. 오래 기다린 다정만 통과.”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오래 기다린 다정. 설탕을 얹는 게 아니라, 반죽이 스스로 따뜻해지는 시간.



나는 ‘다정 라벨링 일지’를 받았다.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오늘 받은 다정 한 가지 기록.

냄새·온도·식감으로 묘사.

끝에 스탬프. (권장: 보류. 확정은 천천히)
밤, 집으로 돌아와 첫 기록을 썼다.
— [라벨 #001]
오늘의 다정: 빵집 주인 서하가 “오늘은 단호박이 잘 익었어요” 하고 덧붙여 준 말.
냄새: 호박 껍질의 흙내, 버터의 둥근 냄새.
온도: 장갑을 통해 손바닥으로 번지는 42도.
식감: 포슬. 이빨에 걸리지 않음.
스탬프: 보류.
보류를 찍는 소리가 부엌의 타일을 가볍게 울렸다. 나는 그 울림을 마음에 붙였다. 결론을 유예하는 일은 도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친절이라고, 내가 나에게 반복해서 교육했다.



서하의 빵집은 철이 바뀜을 가장 먼저 알렸다. 봄에는 쑥바게트, 여름엔 토마토 포카치아, 가을엔 감국바게트, 겨울엔 흑임자 식빵. 나는 카운터에 서서 물었다.
“달콤한 건 얼마나 달아요?”
“아이에게 하나, 당신에게 반.”
“그럼 그건 안전한가요?”
“당부하(當負荷) 기준으로는 안전. 다만 말의 시럽이 섞여 있으면 불합격.”
우린 얄궂게 웃었다. 서하는 내 ‘당도조절과’ 사정을 알고 있었다. 어느 날은 내 기록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도는 달라요. 설탕보다 머무름이 달아요. 오래 기다려준 말이 달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서는 오래된 사탕소리가 굴렀다.



사탕 소리의 주인은, 오래된 그였다. 그는 달콤한 문장으로 방을 짓던 사람.
“오늘은 내가 네 하늘이 돼줄게.”
그때마다 하늘은 낮아졌고, 내 등이 굽었다.
“넌 어디서든 빛날 거야.”
그 한마디는 내 자리에서 나를 밀어내는 부드러운 손이었다. 칭찬이 검열이 되는 법을, 나는 그에게서 배웠다.
미안함마저도 설탕으로 덮는 방식. 잘못을 사탕처럼 포장해 입에 넣어주는 손길. 이가 시렸다. 그날 이후 나는 단 거를 경계했다.
— DANGER = 단거 = 위험한 거.
엽서처럼, 내 말투로, 내 행정어로 스스로에게 통지했다.



그러나 세상은 늘 포슬포슬했다. 아침마다 골목 끝을 돌아오는 빵냄새, 안부처럼 빵 굽는 소리. 나는 ‘위험물 단거’와 ‘안부형 단내’를 구분하기 위해 나만의 측정기를 만들었다. 종이, 펜, 하트 모양 스티커, 그리고 스탬프 세 개.
다정 측정기 사용법

냄새가 먼저 오면 +1. 냄새가 뒤늦게 화려하게 따라오면 -1.

온도가 손바닥에서 시작되면 +1. 혀끝을 무력하게 장악하면 -1.

시간이 들어 있으면 +1. 즉석 코팅이면 -1.

마지막에 행간이 남으면 합격. (행간=호흡=용기)
나는 이런 표들을 만들면 마음이 진정됐다. 행정은 내게 안전이었다. 세계를 읽는 속도가 느려지고, 가독성이 생긴다.



가을의 어느 밤, 나는 그를 다시 만났다. 제법 멀쩡해 보이는 얼굴로, 작은 케이크 상자를 들고.
“늦었지. 미안해. 근데, 정말로— 네가 최고야. 나 다시는—”
말의 표면이 너무 번들거렸다. 나는 상자를 받는 대신, 가방에서 ‘다정 측정기’를 꺼냈다.
“라벨링 먼저 할게.”
“또 그거야?”
“응. 내 삶의 행정.”
나는 그의 문장을 내 표 위에 얹었다. 즉석 코팅 -1, 혀끝 장악 -1, 냄새가 뒤늦게 -1. 총점 -3.
“반송.” 내가 속삭였다.
“뭐?”
“아직은, 보류도 아까워.”
그는 웃었다. 늘 그래왔듯, 웃음에도 시럽을 섞었다. 나는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내 이가 시려. 나, 내 치아 갈아 끼우기 싫어.”
그 밤의 공기가 달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는 등 돌리고 골목 끝까지 걸어가서 셔터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내 안에서 오래 삐져 있던 아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서하는 나를 보자마자 말없이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봉투엔 ‘설탕 없이도 달 수 있는 빵’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에는 긴 발효를 거친 바게트 반쪽과 작은 병 하나. 병 라벨: ‘안부 시럽’. 재료는 물·말·시간.
“이건 뭐예요?”
“아침마다 서로에게 보낸 ‘잘 있어’의 농축.”
나는 병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았다. 달지 않았다. 대신 따뜻했다. 나는 엄지로 뚜껑을 탁, 닫았다. ‘보류’ 도장을 찍듯. 다음에 열어도 좋도록, 지금은 맡아 두는 방식으로.



그 무렵 나는 ‘망각청 당도기록계’에 갔다. 과거 몇 장면의 채도와 당도를 함께 조절하기 위해. 창구 담당자는 내 기록장을 훑어보더니 파란 잉크로 한 줄 적었다.
‘색은 낮추되, 냄새는 보존. 당도는 발효 시간 기준으로 재산정.’
“왜 냄새는 보존하죠?” 내가 물었다.
“냄새는 방향이에요. 단내의 방향만 기억하면, 같은 곳에 다시 가지 않게 되죠. 또, 안전한 빵집으로는 잘 찾아가게 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꽤 달았다. 이가 시리지 않은 쪽으로.



내가 좋아하는 밤의 의식은 점점 디테일이 생겼다.

신발 끈 한 줄만 풀어 느슨히 묶기. (느슨함은 게으름의 반대편—그것은 신뢰)

스탠드 조도 30%. (현실의 채도 낮추기)

오늘 받은 다정 라벨 하나 쓰기. (말의 이동 경로 확인)

‘보류’ 도장 탁. (결론 유예)

마지막으로, 코에 손가락 대고 단내 검수. (이가 시리면 중단)


이 의식을 하고 나면 밤이 덜 쓸었다. 말들의 시럽을 닦아내고, 남은 것은 빵가루 같은 안심이었다. 손끝에 묻는, 무해한 부스러기.



겨울 초입, 동네에서 ‘빵의 날’ 축제가 열렸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렀고, 설탕가루가 눈처럼 흩날렸다. 나는 순간, 오래된 사탕 기억이 깨어나는 걸 느꼈다. 혀가 먼저 반응했다. 달다. 위험하다.
그때 ‘생활무게조절과’에서 알게 된 담당자가 지나가다 내 어깨를 톡 쳤다.
“라벨 바꾸기, 잊지 마세요.”
“어떤 라벨이요?”
그가 웃으며 스티커를 건넸다. ‘항상’ 대신 ‘대체로’, ‘절대’ 대신 ‘대개’.
나는 스피커 옆에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늘은 대체로 달다. 하지만 대개 안전하다.”
말의 당도가 내려갔다. 당도는 종종 언어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날 배웠다.



봄이 돌아올 즈음, 나는 서하와 함께 반죽을 했다. 그의 손은 과장되지 않고, 반죽은 말보다 오래 숨을 쉬었다.
“왜 우리, 설탕 얘기만 하면 과거로 가요?” 내가 묻자 서하가 대답했다.
“설탕은 기억을 붙잡거든요. 감정의 보존제. 근데 발효는 기억을 바꾸죠. 같은 밀가루가 빵이 되는 것처럼.”
“그럼 다정도 발효가 필요하겠네요.”
“그렇죠. 사람의 온도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른 다정만 먹자.”
그 문장은 내 일지의 여백에서 오래 부풀었다.


ⅩⅢ
나는 그에게 더 이상 미안하거나 고마울 이유가 없었다. 다만 어느 날, 그의 메시지가 왔다.
— 생일이래서. 케이크 대신 빵 사.
나는 짧게 답했다.
— 나, 안부 식빵 먹을래.
그는 ‘오케이’라고 썼다. 그 두 글자는 시럽이 없었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 고마워. (보류)
괄호 속 보류는 내 마음의 표정이었다. 고마움은 확정이 아니라, 성장하는 안심이었다.


ⅩⅣ
그해 여름, 나는 작은 가게를 열었다. 이름은 ‘안부빵방’. 메뉴판에는 이런 항목들이 있었다.

안부 식빵(발효 18시간, 설탕 0)

행간 바게트(씹을수록 숨이 남음)

보류 크루아상(버터층 사이에 ‘나중에’가 끼워짐)

그리고 벽에는 파란 잉크로 이렇게 적었다.
— DANGER = 단거 = 위험한 거.
— 그러나 ‘따뜻한 단내’는 환영.
— 당도는 설탕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조절합니다.
사람들이 들어와 빵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고, 자리에서 천천히 뜯어먹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여긴 말도 빵처럼 굽네요.” 그 말이 좋았다. 말도 오래 발효되어야 맛있어진다.


ⅩⅤ
연말, ‘일상행정청 당도조절과’에서 엽서가 도착했다. 파란 잉크, 단정한 행정어.
‘당도 라벨 전환—임시 확정. 말의 시럽 과다 사용에 주의 요망. “이가 시리면 중단” 원칙 준수. 추신: 신발 끈은 한 줄만 풀어 묶어도 충분합니다.’
나는 엽서를 가게 카운터에 붙였다. 손님들이 계산하면서 힐끗 보았다. 어떤 아이가 물었다.
“보류는 뭐예요?”
“나중에 또 맛볼 수 있게 남겨두는 거.”
“그럼 오늘은요?”
“오늘은 승인.”
나는 아이의 손에 따끈한 작은 롤을 하나 얹어 주었다. 아이가 한 입 베어 물고 웃었다. 그 웃음은 설탕보다 달았다. 이가 시리지 않은 쪽으로.


ⅩⅥ
나는 여전히 단 것을 좋아한다. 다만 이제는 온도와 시간으로 단맛을 가늠한다. 갓 구운 빵냄새처럼 포슬포슬한 단내—그건 상냥한 다정의 냄새다. 이가 시리도록 단맛—그건 위험한 거다. DANGER = 단거 = 위험한 거.
그 사이에는 내가 있다. 냄새를 먼저 맡고, 온도를 재고, 행간을 남기며, 스탬프를 골라 찍는 나. 어떤 날은 ‘전환’, 어떤 날은 ‘보류’, 그리고 어떤 날은 ‘승인’.
밤이면 가게 불을 낮추고, 카운터에 팔꿈치를 올린 채 하루를 굽는다. 오늘의 다정을 천천히 꺼내 식힌다. 식는 동안 달라지는 향을 기록한다.
— 오늘의 다정: “괜찮아? 밥은 먹었냐?”
— 냄새: 밥솥 열었을 때 나는 김.
— 온도: 63도에서 45도로 천천히 떨어지는 덕분에 더 달아지는 쪽.
— 식감: 오래 씹어도 쓴맛이 올라오지 않음.
— 스탬프: 승인. (행간 유지)
그리고 마지막 줄에 늘 같은 문장을 적는다.
행간 = 호흡 = 용기.
내가 숨 쉬는 동안, 다정은 과하지 않게 달고, 위험은 말로 코팅되지 못하며, 나는 나를 믿는다. 세계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신발 끈을 한 줄만 풀어 느슨히 묶는다.
그 느슨함 위로, 삶이 포슬포슬 부풀어 오른다. 어느 날은 아주 달고, 어느 날은 거의 달지 않지만, 어느 날이든 이가 시리지 않을 만큼만.
그리고 나는, 포슬포슬한 단내가 골목을 돌아올 때마다, 마음속 행정서류 끝에 작은 도장을 찍는다.
탁. 오늘의 다정, 승인.
내일의 다정은—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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