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주 May 21. 2015

내 인생을 바꾼 요가

몸과 마음의 이완이 필요한 이들에게

미꾸라지가 진흙을 만난 날


1994년 봄, 요가 동작 후 호흡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5월의 눈부신 햇살이 창을 타고 들어왔다.  엎드려 쉬고 있는 나의 발을 잘근잘근 밟아주는 선생님, 햇살, 그리고 나. 삼박자가 딱 맞았다. 모든 것이 정지 된 느낌.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했다.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에 드러난 미꾸라지처럼 몸이 말라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몸은 뻣뻣하게 굳어가고 숨통은 조여 왔다. 내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누굴 원망할 기력조차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되었던 그 해 봄. 하늘에서 내리는 단비처럼 나는 요가를 만났다. 수업 후 마시는 녹차 한잔은 갈라진 내 피부 속으로 촉촉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깊은 복식호흡으로 간당간당 달려있던 나의 숨통에 새 기운이 채워졌다. 얼마 만에 느껴보던 평화와 행복감이었는지 허리에 다시 힘이 들어가고 꿈틀~ 용이 된 마음으로 새로운 삶에 발을 딛고 나는 십 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지금도 요가를 하고 우엉차 한 잔을 내려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샨티-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평화', '평온'이라는 산스크리트어이다. 팥죽처럼 끓어오르는 나의 마음이 가장 평화로운 순간 나를 만나고 나는 행복하다.

    

    

나를 사랑하게 되면 내 몸이 바뀐다

    

나는 지금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매번은 할 수 없지만,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의 발을 밟아준다. 단 한명이라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요가를 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양말 속에서 신발 속에서 제일 고생함에도 대접 못 받는 발이 예뻐진다. 처음 요가를 시작하는 분들의 발은 거의 다 건조하고 살이 터있다. 여자도 예외는 아니다. 요가의 첫 시작은 갈라지고 각질에 덮여 있는 자신의 발뒷꿈치를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예뻐지는 동 식물처럼 한 달쯤 지나면 차돌멩이 같이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동그란 발뒷꿈치로 변한다. 요가를 하며 하체의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발이 따뜻해지고 갈라지고 튼 발이 더욱 말랑해진다.  수강생의 발을 밟아주다 뒷꿈치가 피가 날정도로 갈라진 수강생 발을 보았다. 발을 밟아주며 작은 소리로 그녀에게 방법을 제시했다. 티비나 컴퓨터를 보는 자투리 시간에 충분한 영양크림을 바르고 랩으로 감고 양말을 신고 있으면 회복이 훨씬 빠르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나는 그 날로 그 수강생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도움을 주는 말도 누구에게는 상처나 부끄러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갔다.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많은 시간이다. 요가를 가르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몸 다치는 것에만 신경을 모았지 마음 다치는 것은 소홀히 한 결과였다.


몸은 다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은 방법이나 약, 병원 등을 소개 받으며 관심을 받지만, 마음을 다치는 것은 지독히 외롭고 아픈 일이다. 그 사람으로부터 그 장소로부터 떠날 만큼...... 


    

남자가 무엇에 꽂히면 더 열정적이다


'발' 하면 또 떠오르는 남자 수강생이 있다. 40대였던 그 분은 요가 동작은 힘들고 집중은 안 되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자신의 발이었다. 수업시간인줄도 모를 만큼 깊이 자신의 발에 빠져들어 발에 일어난 각질을 하나씩 떼서 옆에다 쌓아갔다. 남자라 저런 행동이 가능한 건지 원래 더러운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을 인식하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가할 때 발휘한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그 분은  요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단점으로 작용하는 행동이 장점으로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바로 그 시간이었다. 수업시간에 죽은 살 껍데기로 탑을 쌓던 그 집중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요가로 이동했고 지금은 요가 수련 시간의 탑을 쌓고 계신다. 요가 마니아가 된 그 분은 일주일에 세 번은 아침수련으로 요가를 하고 출근하시고 두 번은 퇴근 후 나와 수업을 하신다. 요가는 자신의 몸을 알아가는 것이다. 갈라진 발이 보이고, 끊어질듯 당기는 내 무릎 뒤의 오금을 느낀다. 두 발을 붙이고 앉아있는 내 모습에 한쪽이 번쩍 들려있는 고관절 불균형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는 게 바빠서, 움직이는 게 귀찮아서, 얼굴에만 시간을 쏟다 보면 나의 몸은 나도 모르는 사이 굳어가고 뻣뻣해진다.

몸은 건강을 모두 담고 있는 그릇이다. 잘 관리하고 다루지 않으면 건강도 내 몸의 균형도 깨어지기 쉽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면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한다. “ 아! 운동 시작해야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 뻣뻣한 사람도 요가 할 수 있나?”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장이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은 오래 갈 수 가 없다. 


지금도 무엇인가를 놓고 망설이고 있지는 않은가! 망설일 그 시간에 지금 바로 결정하는 것이 시간 은행에 나의 계좌를 트는 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