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주 Jun 30. 2015

내 나이가 어때서 '요가' 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제가 가르치는 수강생 분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83세까지 연령층이 다양합니다. 그 중 출석률이 가장 좋고 제일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실버요가로 불리는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지요. 이분들은 한번 내지는 여러 번 건강을 잃어 고생을 해보신 분들이기 때문에 ‘건강’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업을 하면서 ‘암’ 보다 무서운 질환은 척추 질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척추질환은 살아있는 동안 ‘삶’의 질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통증을 친구 삼아 살아가신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꼭 연세 드신 분들만의 일일까요? 요즘은 예전에 찾기 힘든 20대 디스크 환자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요추 디스크나 협착으로 허벅지까지 타고 내려오는 절임, 경추의 이상으로 오는 어깨 결림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가면 갈수록 안 좋아진다는 사실만큼은 의사의 소견이 아니라도 본인 몸이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이 몸으로 더 늙으면 어떻게 살지? 하는 노후의 불안감은 20대에서 80대까지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철이 없어도 너무 없던 시절



제가 중학교 시절 ‘스크알렌’이라는 건강 보조제가 한참 유행을 했습니다. 지금의 ‘오메가3’ 정도라 생각이 드네요. 우리 집 마루에 엄마와 이웃 집 아줌마들은 건강보조제를 방문판매하는 사람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고,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재밌어서 놀다가도 들어와 끼여 앉아있던 제 모습이 보이는 듯하네요.

“이 약을 먹으면 팔십까지는 날아다니며 사는 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이 말 끝엔 열병을 사면 한 병을 더 준다는 말이 붙고, 어른들이 너도나도 사는 것을 보고는 ‘저렇게 오래 살고 싶을까?’ 이런 철학적 깊은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알고 보니 무척 어리고 철이 없던 생각이었음을 요금 제 행동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저도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좋다는 음식이나 건강보조제를 사들이는 걸을 보면 말입니다. 그 때 기억 때문에 저는 지금 ‘오메가3’ 애들 몰래 사서 숨겨놓고 먹습니다. 저는 지금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는 날까지 안 아프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마음에 구매를 합니다. 마루에 모여 앉아있던 엄마를 비롯 모든 분들이 이런 마음이었겠죠! 어른들의 깊은 뜻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참 다행입니다.



더 재미있는 일은 고등학교 때 3호선 지하철 안에서의 기억입니다. 친구들과 뽀글이 파마를 한 아줌마들이 목소리 조절을 못하고 떠들고, 빈자리 보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내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이런 기억들은 요즘처럼 삼일 전의 기억을 못 할 만큼 사탕처럼 호로록 쉽게 까먹었으면 좋겠는데 너무나 선명하네요.

‘난 사십이 넘으면 안 살을 거야. 너무 추해. 저 나이에도 웃고 떠들 일이 있을까? 그리고 지하철에서 서있기도 힘들만큼 다리가 아픈데 그렇게 어떻게 사냐고! 차라리 멋있게 삶을 마감하겠어.’ 친구들은 다 동의를 했고, 저와 지금 그 친구들은 아직도 만나고 있습니다. 맛 집을 찾아 가서도 서있는 줄을 보고는 발바닥이 아프고 무릎이 아파,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고 자리가 있는 음식점으로 가서 한 끼를 해결합니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하나 비면, 친구 중 더 많이 아픈 친구를 위해 밀어 앉혀줍니다. 아이들 다 키우고 유럽여행을 하자고 부운 곗돈은 무릎이 많이 아픈 친구 때문에 휠체어 구입에 써야겠다며 한바탕 웃곤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도 삶은 여전히 즐겁고 웃을 일이 가득하네요.



타이머신을 타고 어릴 적 우리 집 마루에 모여 있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속으로, 인파에 섞여있는 지하철 아줌마의 웃음 속으로 들어가 나이가 들어가는 저를 다독여 봅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요가 날을 매번 잊으셔 출석을 못하시는 날에 세월이 너무 빨라 지나가는 요일조차 놓쳐버리는 자신들을 한탄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또 저의 미래의 모습이겠지요!



지나간 일은 빨리 잊으셔야 지금이 행복합니다.


복지관 수업에 늘 수업이 끝나고 50명의 수강생들이 다 나갈 때까지 구석에 기다리시다 저의 매트를 접어주시는 67세의 한 어머님이 계십니다. 그 분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불편한 몸을 알아줄 사람은 아마도 저뿐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난 허리도 굽고 오른쪽 다리도 병신이에요. 자식 다섯을 몸뚱이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먹이고 가르치느냐 이 모양이 됐어요. 오른쪽 다리는 이미 연골이 다 닳아 수술을 하며 철심을 박아 구부릴 수가 없어요. 선생님 난 똑바로 누워 자보고 양반다리로 접어 앉아 보는 게 소원이랍니다. 될 수 있을까요?”

“지금 복지관을 나오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하신거니 감사하세요. 그리고 철심이 들은 다리가 구부러지지는 않겠지만, 요가 열심히 하시면 더 나빠지시는 것과 통증은 완화 할 수 있어요.”

라고 대답을 하면 환희 웃고 가십니다.

지금까지 삼 개월째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수업에 한 번도 그냥 가시는 적이 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십니다. 마지막엔 자식 다섯이 다 잘되어 효도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걸로 끝을 내는 것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리 효심이 깊고 안정된 직업으로 잘 살고 있는 자식도 수술비는 대주고 엄마가 안쓰러운 마음은 들겠지만, 구부러진 허리와 철심이 박힌 절름발이 다리를 대신 해 줄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대가 지나도 우리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고 마음가짐을 다시 하는 세계적인 철학자들과 선인들의 한 줄의 글귀도 중요하지만, 저는 자식을 위해 먹고 살기에 바빠서 요즘처럼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이 없던 시절의 그 분들의 말씀과 몸이 저의 인생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어르신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교수가 널리 퍼뜨린 ‘아는 만큼 보인’는 말처럼 내 몸을 먼저 알 때 부모님의 몸도 보인다고 믿습니다. 현대 다중문화로 편리해지고 넘쳐나는 정보를 빠른 속도로 알아가는 만큼, 내 척추도 빠르게 변형되고 있는 것을 핸드폰 인터넷 속도만큼 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아니면 시간이 흐른 후에 지금 어르신들과 같은 후회와 아픔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시간이 없는 분들도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목과 허리를 펴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방법은 요가 선생인 저의 추천도 있지만, 모든 척추질환 의사들이 내놓은 예방법입니다. 물론 지금 질환을 앓고 계시고 수술을 하신 분들도 더 나 빠지는 것을 늦추어야 합니다. 빠른 것을 추구하는 세상이지만, 늦춰야 할 것도 반드시 있습니다.


요즘은 지역사회 구석구석까지 복지가 너무 잘 되어있습니다. 문화회관, 복지관, 마을회관, 작은 마을 경로당까지 여러 종류의 수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인터넷 접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100세를 사는 세상에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네요. 처음이 어렵지 시작하시면, 운동하시고 같이 이야기 하시면서 참 즐거워하십니다. 용돈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이 남은 시간을 자기 몸 관리를 하며 재미있게 사시는데 도움이 되는 효도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집에서 가까운 관내 시설의 프로그램을 찾아 등록해 드리세요. 집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부모님과 놀아드릴 시간이 없다면, 지금 바로 컴퓨터를 켜고 알아보세요.

집에 있는 시간보다 즐거워들 보이시죠?

매거진의 이전글 매 해 6월 21일은 국제 '요가'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