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멜랑콜리

에세이

by 오레오
박정현 ‘Ordinary'

중학생 때 아이리버 MP3에 넣어두고 내내 돌려 들었던 노래. 그땐 깊은 밤 엄마 몰래 탁상등을 켜둔 채로 소설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다 잠에 드는 게 취미였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날 시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MP3의 음악이 자동으로 꺼질 시간을 설정해두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다음 책을 펴면 좁은 방 한 칸은 그제야 내게 숨 쉴 틈을 허락했다. 모르겠다, 뭐가 그리 숨막혔는지 이젠 희미하다. 어쩌면 일부러 하루 종일 숨을 참은 채 살았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착각마저 든다. 밤 11시 즈음 몸을 옆으로 웅크리고 누워 숨을 깊게 들이 마시는 그 순간 느끼는 감각에 중독됐던 건 아닐까. 살아있음을 최대한 깊이 느끼고 싶어서.


평범한 나의 평범한 우울은 언제나 평범한 궤적 안에서 핑그르르 돌곤 했다. 매끄럽고 유려하게, 모난 곳 없이 반질반질 그려진 선. 어떤 관념이든 평범을 벗어나는 것이 곧 모범을 이탈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나의 우울 역시 평범하게 시작해 평범하게 끝나곤 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데, 어라... 이렇게 평범한 주인공은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하는 그런 평범한 유의 종류로.


그 나이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멜랑콜리. 누구나 겪는 평범한 시기란 이유로, 흔히들 덮어놓고 다시 펼쳐보지 않을 치기 어린 우울을 나는 종종 들춰보곤 한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과거의 내가 살았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며, 미래의 나를 지탱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숨쉬게 했던 고립과 우울과 공상과 방황. 거무죽죽하고 축축한 이 노래를 들이마신다. 곰팡내 나는 이 노래를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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