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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Oct 15. 2018

산내현장(4)

여름이 시작되는 6월경 아버지와 나, 대니, 그리고 K가 주기적으로 가지는 미팅에서 나는 K에게 포천 현장의 손실과 제주도 계약 미체결을 주된 이유로 급여 삭감을 제시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기본급 체제에서 인센티브제로 가겠다는 것이었는데 예상대로 그는 반발하며 자진퇴사를 해버렸다. 앓던 이가 저절로 빠져 너무나 속 시원했지만 나가는 순간까지도 그는 자잘한 마찰을 일으키며 나가 내 속을 꽤나 썩였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업이 끝나는 순간까지 함께 가는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인간관계란 정말 한 치 앞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너무나도 쉽게 믿었던 내 잘못이었다. 



긴 산통이 있었지만 내부의 적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산내 사장과 협상에 들어갔다. 전편에서도 말했지만 그는 글램핑 공사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내부 청소나 글램핑 사양을 업그레이드해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문서화해놓지 못해서 서로 말뿐인 논쟁이 될 여지가 다분한 싸움이었기에 나는 소송보다는 합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내 마지노선을 더 넘으려 할뿐더러 결정적으로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내가 먼저 하자보수와 내부 청소 등을 다 완료한 다음에 준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합의를 할 생각은 물 건너갔다. 장고 끝에 산내 사장 와는 소송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변호사에게 자료를 넘겨준 뒤 본격적인 싸움 준비를 시작했다.



이렇게 산내 현장은 아직도 끝을 맺지 못한 채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느끼고 배웠는지는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나에게 산내라는 수업료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어쩌다 알게 됐는데 K는 산내 사장과 같이 글램핑 사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엔 둘이 애초에 한통속이었던 것이었다. 재밌는 건 반년 간 하도 당해서 그런지 이 상황을 알게 됐어도 크게 감흥이 없었다. 정말 힘든 일이지만 과거는 잊고 앞으로 전진하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산내는 잠시 동안 내 마음에 접어두기로 하자.



산내 글을 마치기 전에 산내 현황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요즘 '콩레이'란 태풍이 경북을 강타했다. 많은 피해를 끼친 태풍이기도 해서 조심스럽긴 한데 이 태풍이 산내 글램핑장을 덮쳐 글램핑장이 침수가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비록 원수일지라도 남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인걸 알지만 나약한 인간인지라 조그마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법정싸움이 끝나고 정말 산내의 마지막 글을 쓰는 날이 속히 오기를 빈다. 그리고 그 마지막 글을 즐겁게 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이제 나는 산내와 K는 잠시 접어두고 사업의 미래를 위해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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