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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Feb 21. 2019

평창현장(1)

실로 오랜만에 글을  쓴다. 마지막 글을 쓴 이후로 이래저래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이 얘기를 하자면 족히 다섯 편의 글을 구구절절이 적어야 되니 넘어가도록 하자. 요즘도 상황이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살고 있던 중 오랜만에 브런치 생각이 나서 들어왔는데 예상치도 못한 댓글을 보게 되었다.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누군가는 재밌게  읽었다는 사실에 그 날 하루 기분이 좋았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과거, 이렇게라도 기록으로 남겨 훗날 나에겐 추억으로 남고 누군가에겐 재밌는 글이 될 수 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더 글램핑의 나머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산내를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평창에 글램핑을 짓고 싶다는 얘기였는데 단순 글램핑이 아니라 카바나로 대형 강당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군대로 치면 대형 막사인셈이다. 사실 글램핑 문의 전화는 많이 왔으나 성사가 된 적은 없었기에 나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이 고객은 직접 남양주 현장까지 와서 글램핑장을 보고 사업의 큰 열의를 보였다. 심지어 나를 간장게장 맛집에 데려가 밥을 사주며 잘 부탁한다고 했으니 내가 받은 감동은 오죽했을까. 산내에서 갖은 개고생을 다하고 난 뒤 만난 고객다운 고객이라 더 그랬던 거 같다. 



편의상 평창 고객을 P라 하자. P는 평창에 있는 본인의 리조트에 카바나 스타일의 대형 강당을 만들기를 원했다. 아무래도 강당이 있다면 어린이를  동반한 단체손님 유치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성비와 천막이 주는 감성적인 부분을 고려해봤을 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는 비록 사업규모가 작지만 카바나 강당은 첫 도전이기도 하고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었기에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계약금액이나 세부적인 부분을 정하는 과정에서 서로 밀당은 있었지만 간장게장 뇌물 탓인지 사업주의 요구사항에 맞춰 진행하게 됐다. 애초에 공사 금액도 낮고 공사 기한도 일주일 남짓되는 현장이라 서로 크게 신경전을 벌일만한 일도 없었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돼 기분 좋게 일을 시작한 유일한 현장이 아니었나 싶다.


글램핑도 집 짓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닥 공사를 하고 있는 사진이다.
글램핑 현장을  다니면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이렇게 자연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어느덧 뼈대와 지붕까지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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