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명진 Jul 22. 2018

도원결의, 그러나 동상이몽...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멤버를 소개하자면 나, 글램핑 업자(K), 그리고 대니였다. 첫 글에서 내 소개는 충분히 

했으니 넘어가고 K부터 설명을 짧게 하겠다.



K는 한국에서 글램핑 사업을 초창기 때부터 해왔던 사람이다. 특히 그는 기존의 다이아 형태의 카바나에서 탈피해 한글 자음 모양의 카바나와 큐브 모양의 카바나를 만들었는데 이 모델들은 국내에서 매우 획기적이었다. 이 두 가지 모델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갔고 아버지 회사의 글램핑 개발 프로젝트에 선정이 된 것이다. 사업이 나름 괜찮게 되고 있던 그가 나와 함께 법인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개인사업자로서 일을 하면서 역량 부족과 

시스템의 부재로 애로사항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종합건축회사를 이끌고 있는 아버지의 인프라를 얻고자 함이었다. 또한 그에게 카바나 모델의 디자인 특허증과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인프라, 그리고 수주해놓은 계약껀에 대한 보상으로 지분과 높은 연봉을 약속했다. 그렇게 그를 창립멤버로 끌어들였다.


기존의 카바나 모델,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글램핑장에 들어가 있다
한글 자음을 형상화환 카바나, 가성비가 좋아 인기가 많다
비뚤어진 큐브를 형상화한 카바나, 복층으로 되어있다.


대니는 20대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삼성물산, 치기공, 요리사 등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했고 남양주 글램핑 프로젝트에서는 협력업체 이사 신분으로 들어와 공사총괄을 맡아서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나와 교류를 많이 하게 됐고 나는 그의 다양한 경험과 일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크게 

감명을 받았다. 앞선 K가 글램핑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기반이라면 대니는 나에게 있어서 글램핑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끌고 나가 줄 수 있는 인재였던 것이다. 우리는 글램핑의 비전에 대해 공감했고 나와 몇 번의 

술자리 후 자연스럽게 그는 창립멤버가 되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화기애애하게 서로가 원하는 것을 바를 꿈 꾸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었고 사업이 시작하기 전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다. 대니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아무 말씀 안 하셨으나 K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사실상 동업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리스크라고 하셨다. 또한 글램핑 사업에 대해서 대니와 나는 이해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하면 K에게 사업이 휘둘릴 수 있는 것이 문제고 법인 설립 비용을 오롯이 아버지가 투자하는 상황에서 이 사업이 망했을 경우 손해는 순전히 내가 진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구구절절이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이때 나는 젊은 사장이 된다는 흥분감과 K가 얘기한 앞으로의 계약껀들에 대해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말씀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K와 대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느 중국 고전의 한 대목처럼 진정한 사나이들은 굳이 알아가는 시간이 많이 없어도 뜻이 통하면 생사고락을 같이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것은 나의 바보스러울 정도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중국 고전은 대부분의 인간적인 자잘하고 잡스러운 얘기를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현실은 의리가 넘치는 무림이 아닌 시궁창에 가까운 것이고 그 와중에 고전에 나올법한 미담이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것이다. 이 구구절절한 얘기는 다음 편에 하도록 하고 글을 마치기 전에 아버지가 해주신 조언을 간추려 전달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 창업자가 있다면 제발 부디 이 세 가지는 명심하길 바란다.


1. 해당 분야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도 필수

2. 동업 시 위험부담은 쌍방

3. 창업 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초기 고정비용은 최저로 설정할 것


참고로 필자는 이 세 가지 모두 다 지키지 못해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고생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여정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