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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Sep 24. 2018

산내현장(2)

글을 쓰다 보니 과거의 기억을 들추어야만 하는데 이 과정은 은근히 괴로운 일이다. 그 당시 나의 과오를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분노와 원망, 후회 등 안 좋은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마음을 추스르는 수밖에.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감정에 잠식되어 무기력증을 겪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절망을 딛고 다시 올라가야만 한다...



앞서 말했듯이 산내 현장엔 K가 자주 내려오며 기술고문 겸 캠핑장 사장과 소통하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일이 잘 풀리나 했는데 정작 현장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계약을 하고 하기로 한 일의 범위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변경을 한다는 것은 크던 적던 일단은 시공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짜증 나는 일이다. 그런데 캠핑장 사장은 일을 하는 도중에 무수히 많은 변경을 요청했다. 그중에서는 자잘한 것들도 있었지만 구조적 변경이 필요한 규모가 큰 것도 몇 건이 있었다. 현장 책임자였던 대니는 사소한 것들은 최대한 받아줬지만 규모가 큰 변경은 거부했고 그걸로 캠핑장 사장과 마찰을 빚었다. 이 마찰은 작지 않았고 캠핑장 사장은 대니에게 말하지 않고 K를 불러 추가 공사껀을 요구했고 K는 그것을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수용했다.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나 역시 K가 상의하지 않고 진행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추가 공사껀으로 진행된 관리동 건물 복층
원안보다 1M를 높인 VIP동


위 사진들을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많은 추가 공사껀들이 있었고 산내 현장을 정산할 때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 모든 일의 중심인 K는 본인이 책임지고 추가 공사금액을 받아낸다고 자신했었고 대니와 나는 반 자포자기 상태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순진하다 못해 멍청한 짓을 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글램핑 공사의 많은 부분들을 K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캠핑장 사장과 조율을 계속 K가 했으니 믿고 맡기자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K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졌고 K와 관계는 바야흐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 얘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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