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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Sep 26. 2018

포천현장

산내 현장에 대해 글을 쓰다 포천 현장으로 넘어와 뜬금없다고 생각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포천 현장이 회사에 미친 영향이 몹시 크고 산내 현장과도 연관이 있기에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포천 현장은 공사금액이 1억 3천만 원에 한글동 10개를 지어주는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공사였다. 지금 와서 보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당시엔 내가 아무것도 모르니 K의 말만 믿고 계약을 한 것이다. 그는 나에게 2천만 원 정도의 마진을 예상된다라고 얘기했었다. 포천 현장은 K가 현장감독까지 맡아 진행을 하게 했으니 오롯이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를 한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공사는 날씨의 영향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이 돌아갔으나 원청의 자금집행이 늦어져 3달가량 공사가 중단되었었다. 결국 1월에 시작한 공사는  4월경에 끝났고 작지만 우여곡절이 많은 현장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사가 끝난 뒤였다. 2천만 원의 마진은커녕 천만 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나와 아버지, 대니는 경악했다. 그 당시 내 심정을 지금도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당연히 이 결과에 대해 K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그의 답변은 '나 역시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라는 무책임한 말이었다. 이제껏 미심쩍고 불만이 있어도 참고 기다리고 믿어줬으나 더 글램핑의 첫 결과물인 포천 현장이 이렇게 끝난 이상 어떠한 인내심도 내겐 남아있지 않았다. 이때부터 K를 정리할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더구나 그가 확신했던 제주도 계약도 시간이 흘러도 전혀 진척이 없었고 언젠가 시작한다는 공허한 말뿐이었다. 사실상 가장 크게 기대했던 제주도 계약이 기약이 없어지고 아버지가 따로 조사를 한 결과 공사 실행 가능성이 거의 낮은 걸 알게 된 순간 엄청난 분노에 휩싸였다. 그가 말한 것들이 이행되지 않거나 속을 파헤쳐보면 문제 투성이었다는 게 점점 드러났다. K가 이런 사람인 걸 알게 된 순간 산내 현장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 놀랍고 화가 나는 건 이때까지의 그의 행적은 그의 진면목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으니 포천 현장은 단지 그의 수많은 치부들 중에 하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의 말도 안 되는 짓들은 산내 현장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수없이 알게 됐고 두고두고 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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