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더십이라는 방패 뒤에 숨겨진 독성 조직문화의 민낯
전 국민에 가까운 회원 정보 유출, 물류센터 청년 노동자의 죽음과 산재 은폐 정황,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그리고 충격적인 블랙리스트 문건까지.
최근 드러난 쿠팡의 민낯을 보면 자연스럽게 2017년 당시의 미국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우버(Uber)가 떠오릅니다.
두 기업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습니다. 우선 조직 내부의 고름이 터져 나온 계기를 보면,우버는 2017년 초, 여성 엔지니어 수잔 파울러가 성희롱과 인사팀의 방관을 폭로한 블로그 글이 거대한 트리거(Trigger)가 되었습니다. 이 폭로를 기점으로 은폐되었던 각종 불법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쿠팡 역시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균열을 통해 산재 은폐 의혹, 블랙리스트 등 켜켜이 쌓여 있던 내부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로되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문제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조직의 인내심이 버틸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규제를 ‘파괴’하거나 ‘우회’하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판박이입니다. 우버가 “우리는 운송회사가 아니라 기술 플랫폼이다”라며 기존 운수법을 무력화했듯, 쿠팡도 택배 사업자가 아닌 상태에서 ‘로켓배송’을 시작하며 화물자동차 운수법 위반 논란을 ‘무상배송’이라는 논리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노동력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합니다. 우버는 드라이버를 직원이 아닌 ‘독립 계약자’로 분류해 각종 복지 비용을 회피했고, 쿠팡 또한 정규직 ‘쿠팡친구’ 외에 ‘쿠팡플렉스’ 등과 같은 비정규적 고용 형태를 적극 활용합니다. 심지어 물류센터 일용직 근로자들의 퇴직금 지급을 피하고자 취업규칙을 불법적으로 변경했다는 의혹은 두 기업이 공유하는 ‘비용 절감’에 대한 집착을 보여줍니다.
기술을 ‘감시와 조작’의 도구로 쓴 점은 더욱 소름 끼칩니다. 우버가 단속 공무원을 식별해 피하는 ‘그레이볼(Greyball)’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쿠팡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상품(PB)을 상단에 노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별점과 후기를 남긴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600여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두 회사의 가장 근본적인 공통점은 ‘숫자가 인격보다 앞서는 성과 지상주의’입니다.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가 정의한 전시 리더십(Wartime Leadership)이 두 기업의 엔진이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정당화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언어’는 달랐습니다.
우버는 “성과를 위해 스스로를 밀어붙여라(Always Be Hustlin’)”, “직무 범위를 넘어서라도 결과만 내라(Toe-Stepping)”처럼 공격적인 핵심가치를 날것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반면 쿠팡은 세련된 언어 뒤에 독성을 숨겼습니다. 성과를 위해 휴식과 안전을 뒤로 미루는 “무자비한 우선순위(Ruthless Prioritization)”,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Deliver Result with Grit)”이라는 리더십 원칙은 영어로만 보면 건강한 기업의 원칙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면서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에는 있는 ‘신뢰 형성(Earn Trust)’이나 윤리적 가치가 쿠팡의 15개 원칙에서는 희미하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그렇다면 이 두 기업이 보여주는 ‘톡식 컬처(Toxic Culture)’는 성장의 연료일까요, 아니면 시한폭탄일까요? 성과를 내는 조직이 반드시 독성을 품어야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진정한 성장은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며, 이는 사람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우버와 쿠팡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우버는 위기 앞에서 자사의 산적한 문제를 ‘조직문화의 결함’으로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전 미국 법무장관 에릭 홀더(Eric Holder)에게 진단을 맡겨 47개 권고안을 전격 수용했고, 창업자를 포함한 핵심 임원 20여 명을 퇴진시켰습니다. 반면 쿠팡은 여전히 사태의 원인을 특정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서 성난 민심을 프로모션 쿠폰으로 달래고 있습니다.
쿠팡을 오늘날의 괴물로 만든 것은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는 지나친 일반화와 편리함에 눈감아준 우리의 무관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고 체질을 개선한 우버는 살아남아 결국 흑자로 전환했고 신뢰도 회복했습니다.
쿠팡은 과연 ‘독성’을 빼고 성숙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쿠팡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