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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May 17. 2020

안슬기로운 소비 생활

요즘 핫한 '보태보태병'의 반대말을 조심하라

’보태보태 병’의 반대말을 조심하라.


 늘 무엇이 최적의 선택인지 고민하는 나에게 가끔 찾아오는 유혹은 오히려 자꾸만 저렴한 걸 찾게되는 ‘참아참아 병’이다. 슬프게도 이 병은 돈을 모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수록 빈번하게 발병한다. 탐이 나지만 그렇게까지 필수적이지 않은 물건들로 내 물욕을 채우기에 잔고는 너무 얄팍하다. 결국 조금씩 양보를 하거나 구매를 무기한 미룬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가 사고싶다며 저렴한 태블릿이나 중고상품을 알아보고. 애플팬슬 대신에 짭플펜슬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한 대안의 물건이 맘에 쏙 들고 예산에도 딱 들어맞는다면 이 병은 성립되지 않으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엇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예산을 초과하는 물욕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다.


 처음엔 괜찮겠다 싶었어도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위시템 생각에 결국 애써 산 물건이 고장나기만을 바라는 낭비의 끝을 보게 되는 사람들. 그들은 무의식 중에 물건을 더 함부로 다루어 평균 사용기간보다 더 빠르게 고장내고, 결국엔 사고 싶던 걸 사게 되는 증상을 보인다. 결국 물건을 못마땅해하는 마음과, 그 것을 살걸 하는 후회, 처음 산 물건에 결국 산 물건까지 합해 초기 예상에 거의 두배에 가까운 금전적인 손해와 후회라는 정신적 손해까지 입게된다.


 고등학생이 때 부모님이 내건 목표를 달성해서 핸드폰을 샀다. 나는 하얀색 스카이폰을 사고싶었다. 못해도 꼭 하얀 핸드폰을 사고 싶었다. 그런데 대리점에 가보니 내가 생각한 붐붐폰이니 고아라폰이니 이런 것들은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부모님은 내가 조금 저렴한걸 골랐으면 하는 눈치인 것 같았고, 어찌어찌 가격과 디자인과 이런저런 조건을 고려해 골랐는데 하얀색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스카이니 뭐니 해도 난 사실 ‘하얀색’ 핸드폰이 갖고 싶었는데. 하지만 내가 고민을 하자 마음이 급해진 대리점아저씨는 색깔을 바꿀 수 있다며 그냥 지금 이 폰으로 바로 가져가라고 부추겼고 부모님도 피곤해지셨는지 이 것으로 정하라며 날 부추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물건을 받아들고 가면서부터 쎄했다. 지울 수 없는 아빠 폰 같은 느낌, 친구들과 문자가 아니라 거래처로부터 전화가 올 것 같은 느낌의 새까만 애니콜 슬라이드. 당시엔 학생이라서 그렇게 크게 병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대학생 때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나도 남들처럼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할 수 있게 되는 중대한 기회였다. 사실 나는 부드럽게 네모진 갤럭시2나 뭐 그런 비슷한 걸 사고 싶었고, 하얀색이라는 조건까지는 지켜냈지만 또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예전의 스카이의 명성을 떠올리며 베가를 사게되는 중대한 실책을 저지르고 만다.

 하지만 베가는 알다시피 베레기였다. 인터페이스도 별로였고 글씨체도 별로고. 하나가 맘에 안드니 다 맘에 안들고 친구들이 가진 갤럭시, 미국에서 건너온 애플만 보였다. 베레기는 명성답게 빠르게 그 ‘스마트’함을 잃어갔고 결국에는 카톡 1개가 올때마다 배터리가 1%씩 닳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그 때 그 시절’에는 보조 배터리라는 게 없었다. 여분의 배터리를 충전해두고 갈아끼워야하는데, 친구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여분배터리로 나에게는 4개의 배터리가 있었음에도 그마저도 모자라 지하철역에서 콘센트를 찾아 겨우 약속장소에 도착한 기억이 있다.


이런 수모를 겪으며 나는 망설임없이 사과의 밴드웨건에 올라탔고 아이폰 6와 함께 너무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소비의 기회를 잡았다면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해야 한다. 이미 마음을 정했다면 너무도 마음에 들었던 바로 ‘그 것’을 사자. 내가 대안 상품을 선택했을 때 친구가 원래 목표 상품을 가지고 있더라도 별로 후회가 되지 않는다면, 목표 상품과 대안상품의 가격 차이가 00%이상 나지 않는다면 그냥 사려던 걸 사는게 좋다. 아니면 지금은 안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고민하는 상품이라면 필수품은 아닐 확률이 높고, 당장은 없어도 지장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덥석 조금 저렴하다고, 덜 예쁘고 기능이 떨어져도 마음 속은  안괜찮은데도 괜찮다며 억지로 사버리면, 오히려 마음에 드는 제품은 평생 구매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맘에는 안들어도 이미 샀으니까! 그런데도 또 산다는 건 처음 구매할 때 보다 더 큰 부담이 된다.


 나는 그 이후로 고민이 될 때, 그 카테고리의 물건을 갖추기만 하면 되는 건지, 꼭 이 물건이어야 하는 건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는 참아오던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정품 아이펜슬까지 구매해 야무지게 활용하고 있다.


혹시 반대 의미의 안슬기로운 소비 생활을 겪어온 사람이라면, 반대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재화는 언제나 한정되어있고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오늘도 최선의 선택지를 위해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효율성과 풍요의 신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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