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더라도 내 취향대로 망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이야기
블랙페이퍼 대표의 인터뷰를 읽게 됐다. 한 문장이 눈에 박혔다.
"확신 없는 의사결정이 제일 어리석다는 걸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
"슴슴한 것도 능력이고 매운 것도 능력이고, 보통도 능력인데요."
이 두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아는 사람이 떠올랐다.
"저는 임팩트가 없어요"라고 말하던 그 사람
30대 후반 직장인이었다. 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하는데, 자꾸만 상사에게 "좀 더 임팩트 있게", "엣지 있게 해봐"라는 피드백을 받는다고 했다.
"선생님, 저는 원래 성격이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다 자극적이고 화려해야 하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뒤처지는 건 아닐까요?"
그의 고민은 단순했다.
자기다움 vs 세상의 요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던 것.
나는 물었다.
"당신이 만든 기획안,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글쎄요…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남들 눈에는 재미없어 보일 것 같아요."
바로 거기였다. 그는 자기 확신이 아니라 타인의 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블랙페이퍼 대표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망하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망하자! 그러면 반대로 그 안에서 하나쯤은 사람들이 알아봐 줄 수도 있다."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자기 일에 확신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말투부터 다르다.
확신 없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거 해볼까요? 근데 잘될까요?"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요즘 이런 게 유행이잖아요."
확신 있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거 하고 싶어요. 망해도 후회 안 할 것 같아요."
"저는 이게 좋거든요."
"유행은 모르겠고, 일단 제가 아끼는 거예요."
차이가 보이는가?
전자는 허락을 구하는 말투고, 후자는 선언하는 말투다.
진로 강의를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제가 이 길로 가도 될까요?"
그럴 때마다 나는 되묻는다.
"당신은 이 길이 좋아요?"
대부분 대답을 못 한다.
좋은지 싫은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냥 남들이 괜찮다고 해서, 안정적이라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지금은 결정 하지 마세요. 확신 없이 시작하면, 첫 번째 고비에서 무너져요."
인터뷰에서 가장 위로가 된 부분은 여기였다.
"자극을 빼면 슴슴하다고 하는데, 왜 자극을 빼면 슴슴하다고 할까요. 슴슴한 것도 능력이고 매운 것도 능력이죠."
우리는 너무 자극적인 세상에 산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 SNS는 온통 "대박", "역대급", "충격" 같은 단어들로 넘쳐난다.
그런 세상에서 '보통의 나', '슴슴한 나'는 자꾸만 위축된다. 마치 능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매일 먹는 밥이 자극적이라면 우리는 병이 날 것이다.
슴슴한 된장찌개가 질리지 않고 오래 사랑받듯, 자극적이지 않은 당신의 꾸준함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필요한 위로가 된다.
진로 워크숍을 하다 보면 "저는 특별한 재능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을 만난다.
그럴 때 나는 말한다.
"특별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우리는 모두 특별하지 않아요. 보통의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돌아가요. 슴슴한 당신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거예요."
블랙페이퍼 대표의 또 다른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나는 좋은데,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근데 대중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근데 그분들의 마음만 잡아도 성공한 거다."
이 문장의 순서가 중요하다.
"나는 좋은데"가 맨 앞에 온다. 대중의 반응, 시장성, 성과… 그 모든 건 그 다음이다.
인터뷰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말.
"어느 날은 유행의 스위치를 끄고 내가 진짜 아낄만 한 콘텐츠를 한 번 해볼까 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교류분석에서는 이를 '자발성(Spontaneity)'이라고 부른다.
타인의 기대나 과거의 각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능력.
우리는 너무 많이 참는다.
"나중에", "다음에", "좀 더 준비되면"이라고 미루다가, 결국 하지 못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하지만 확신 있는 사람은 다르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한다.
과정이 힘들어도, 결과물이 나오면 그 모든 순간이 잊혀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다.
오늘 하루,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딱 하나만 '내 식대로' 해보자.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아무거나요" 하지 말고 "저는 오늘 삼선짬뽕이 땡겨요"라고 말해보자.
보고서를 쓸 때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담백하게 적어보자.
회의에서 의견을 낼 때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지 말고 "제 생각은 이래요"라고 먼저 말해보자.
누군가 "좀 슴슴한데?"라고 하면 속으로 웃어주자.
"그래, 이게 내 능력이야. 슴슴한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너는 아직 모르는구나."
블랙페이퍼 대표의 말처럼, "망하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망하자"는 마음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일이란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무너지고, 예상보다 훨씬 더 자주 실패하니까.
그런데 확신이 있으면 다르다. 망해도 "그래도 나는 이거 해봐서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차이가 크다.
상담사로서 나도 수없이 흔들렸다.
'내가 과연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더 나은 방법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이 문장이다.
"나는 이 일이 좋다."
성과가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내담자가 눈에 띄게 좋아질 때도, 한참을 제자리걸음할 때도.
나는 이 일이 좋다.
그 확신 하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혹은 하려고 하는 일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나요?
"나는 이게 좋다. 망해도 후회 안 할 것 같다."
만약 그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면, 잠시 멈춰 서야 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유행의 스위치를 끄고, 내가 진짜 아끼는 게 뭔지 찾아야 할 때.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만족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망하더라도 내 식대로 망할 권리. 슴슴하더라도 내 맛을 낼 용기.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바로 그 배짱일지도 모릅니다.
확신 없는 의사결정은 어리석다. 하지만 확신 있는 선택은, 설령 망해도 후회를 남기지 않습니다.
오늘, 당신이 확신하는 단 한 가지를 종이에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게 뭐든, 그게 당신의 시작점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