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번아웃

by 숨결

작년 9월, 무더운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일렁이는 계절.

그러나 춘희는 정신을 잃은 채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다.


추석 첫날.

민족의 대이동으로 분주한 세상과 달리, 춘희의 집은 고요했다.

TV 소리도, 휴대폰 알림음도 들리지 않았다.

숨조차 얕게 이어지는 이 공간은 생기를 잃은 빈 집 같았다.


학교 안에서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끝없이 이어졌다.

길들여지지 않은 학생들, 병든 동료, 상식이 통하지 않는 관리자와의 갈등,

불합리와 착취가 뒤엉킨 풍경들.


춘희는 오래 버텨왔지만 결국 몸과 정신이 동시에 압도당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항우울제를 삼킨 지 나흘째.

그녀는 깊은 잠과 무력의 경계에 갇혀 있었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할 수도 있었겠지만,손끝 하나를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낯선 속삭임이 끊이지 않았다.



이건 일시적인 병일까?
아니면 신이 잠시 허락한 멈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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