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낯설고도 불길한 예감
2년 전, 춘희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였다.
춘희가 이 학교에 처음 발을 디딘 건 겨울방학이 한창이던 바람이 매섭게 불던 어느 날이었다.
방학 동안 새롭게 리모델링을 마친 2층 다락방은 학교의 자랑처럼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오히려 그곳의 새 가구 냄새와 형형색색의 조명이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이 공간은 어떤 공간일까? “
춘희는 새로운 학교에서 오래된 관공서의 차가운 공기를 느꼈다. 점박이 디자인의 대리석 복도는 물청소로 반짝였지만 이상하게도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았다.
2층 교무실 문을 여는 순간, 무표정한 여자 실무사가 냉소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뒤편에서 백화점 쇼윈도 마네킹처럼 웃음을 걸친
한 여자가 다가왔다. 교감, 정이슬이었다.
그녀의 미소는 친절보다 계산에 가까웠고,
그날 이후 춘희의 시간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균열을 향해 흘러가기 시작했다.
교무실의 풍경은 낯설었지만, 더 낯선 것은 비현실적인 업무 시스템이었다. 교감은 도연을 포함하여 일상 업무가 불가한 병약한 교사들을 춘희 부서에 몰아넣었다.
“마치 '엿이나 먹어라'고 말 하는 듯"
몸이 약해 병가와 휴직을 반복하며 업무를 회피하는 이들, 그러한 업무 구멍을 메우는 일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럽게 모두 춘희의 몫이 되었다.
행사 기획, 대회 준비, 외부 강사 섭외, 각종 서류 작성까지— 4명이 한 팀이 되어 각자 분담해야 할 업무임에도 부장이라는 책임의 이름으로 부장의 일로 전가되었다.
‘부장님’이라는 호칭은 존중이 아니라,
무능한 구조의 하중을 견디라는 지시어처럼 들렸다.
“부장님, 이 공문 재출했나요?” 교감의 모니터에는 모즌 부서장의 공문 기한이 메모장에 빼곡히 적혀있었다.
공문 제출 기한이 한참 남아있지만 교감 정이슬의 호출은 거센 바람처럼 쏟아졌다.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 부장교사들의 메신저의 알림 속에서 춘희는 숫자와 일정 사이에 묻혀갔다.
교장은 외부 인사를 초청해 학교의 성과를 포장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교감은 교장의 대외 정치에 탑승하여
승진 점수에 반영될 ‘성과’를 계산하며 교사들을 도구화하였다. 정이슬에게 교사은 동료가 아니라 자신의 스펙을 위한 소모품으로 취급했다. 관계에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결여되어 있었다.
그 사이 교사들은 하나둘씩 지쳐갔다.
회의실의 조명은 여전히 밝았지만,
서로의 눈빛은 서서히 침묵으로 바뀌어갔다.
“아… 갈린다.”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교무실을 가로질렀다.
밤 11시 55분, 여전히 켜진 노트북의 학교 메신저 창에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신 공문 첨부파일이 오가고 있었다.
끝나지 않는 회의와 보고서 작성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행정 속에서
춘희는 이미 소진의 첫 장을 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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