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나의 두 번째 양어머니

니의 주치의

by 숨결


춘희는 에스더를 보며 생각했다.

여성의 삶에서 조언을 구해야 할 때는,

그 생애주기의 과제를 실제로 통과해 본 어른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구나 하고.


에스더와의 관계는

춘희의 결혼을 기점으로 구조적으로 일단락되었다.


제주도 여행을 2박 3일 다녀온 뒤,

춘희의 몸은 완전히 바닥이 난 상태였다.

여행 또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제야 몸으로 깨달았다.


동네 공원의 오르막길을 내려오다

다리가 휘청거렸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그때 문득,

동네에서 만난 은정 언니가

생식원에 다니며 몸 관리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은정 언니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식원에 대한 질문에

은정 언니는 생각보다 명확하게 답해주지 않았다.

끝까지 알아내는 습성이 있는 춘희는

집요하게 위치를 물었고,

그곳은 집에서 걸어 7–8분 거리였다.


처음 방문한 생식원은

다가구 주택 지하 1층에 있었고,

커다란 은빛 환풍기가 눈에 띄었다.


원장님의 첫인상은

사람을 반긴다기보다는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는 쪽에 가까웠다.


몸을 눕히자

다리 길이가 서로 다르다고 했다.

온열 뜸을 한 뒤에는

다리 길이가 맞춰졌고,

이어서 손목의 맥을 짚더니

“불안, 초조, 긴장”이라고 말했다.


아,

내가 불안하고 초조하고 긴장하는구나.


그녀는 이어서

체질에 맞는 오행을 분석해 주고,

수·목·금 환과

간 해독에 필요하다며 감식초 한 박스, 자죽염을 권했다.


몸의 기운을 살리는 데에는

뜸이 최고라고도 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춘희는 두 번째 양어머니와

10년이라는 시간을 동행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