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지 못한 신호들
3월이었다.
도연이와 함께 일을 시작한 첫 주. 도연은 1분에 한번 꼴로 춘희를 불렀다. 도연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길 싫어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 춘희에게 의사를 묻고 답에 따라 행동하며 책임을 축소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특히 순회학교에서 돌아온 날은 도연반의 사건들이 쏟아졌다. 춘희는 교무실 책상에 노트북은 겨우 올려놓았지만 전원을 킬 틈이 없었다. 결국 퇴근 후 오후 6시경 춘희의 노트북은 그때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음식의 맛이 사라졌다. 그 변화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채 시작되었다
입에 음식을 넣고 있었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춘희는 그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황은 늘 바빴고, 일은 계속 쌓였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몸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더 선명했다.
그래서 그 감각의 사라짐은 그대로 지나갔다.
A학교의 업무는 과도했다. 교사 수는 적었고, 업무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춘희는 세 개 학년을 맡아 수업과 방과 후, 교육과정 운영과 강사 관리까지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 근무시간 안에 모든 일을 끝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도연이는 같은 학년을 맡은 담임교사였다. 그녀의 주요 업무는 본인이 맡은 학급담임 업무와 춘희의 업무를 보조하는 학년 총괄 계 역할이었다.
하지만 도연은 담당 학급과 수업에서도 하루에 몇 차례씩 문제를 만들었다. 어느 날, 교무실에서 큰소리가 났다. 조용히 업무를 보던 교사들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모였다.
춘희가 다가갔을 때, 도연은 노트북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서 있었다. 그다음 날은 도연의 노트북은 인쇄기 위에 주인 없는 물건처럼 놓여 있었다.
그 순간에도 춘희는 인쇄기의 노트북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막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에 들어오는 길에 도연 학급의 출석부가 교무실 문 위에 뒤집어진 채 놓여있어서 출석부함에 바르게 두고 온 상황이었다.
춘희는 학교에서 몸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처리해야 할 일들을 먼저 떠올렸다. 그래서 그 미각의 사라짐은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등교 첫 주였다. 도연의 학급 남학생인 태호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할 것 같다고도 했다. 춘희는 점심 시작 10분 전 보건실로 전화했다. 보건교사는 짧게 말했다. “점심 먹으러 가야 해요. 보호자 연락해서 조퇴시키세요.” 보건 교사는 건조하게 매뉴얼적으로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춘희는 황당하고 막막했다. 담임은 수업 중이었고, 춘희가 대신 태호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생의 어머니는 말했다. “걔 , 다 거짓말이에요. “
말투가 왠지 어눌했다. 태호의 엄마의 어조가 중국인인 듯했다. 춘희는 태호의 상태를 검색해 보았다.
신. 체. 화
: 마음에서 생긴 문제가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
태호의 증상은 신체화라고 했다.
춘희는 태호가 있는 교실로 가서 학생을 교무실로 데려왔다.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따라 태호에게 건넸다. 태호라 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춘희는 태호를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그날 이후 비슷한 일이 여러 차례 더 있었다. 3교시가 끝나고 4교시 과학시간에 지각한 태호가 다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춘희는 복도에서 학생들이 종 치고 수업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순회지도를 하다 자신의 몸보다 더 큰 한창 성장기의 남학생을 부축해 교무실로 데려왔다.
하지만 그때의 춘희는 그것을 하나의 패턴으로 보지 않았다. 그저 반복되는 상황으로 처리했을 뿐이었다.
태호는 학기 초 학교폭력 여러 사건에 연루된 학생이었다. 춘희는 소풍 모둠 구성 전에 피해 학생을 고려해 배정하라고 도연이에게 주의를 주며 당부했다.
하지만 담임교사 도연은 특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둠을 구성했다. 결국 춘희가 개입하여 다시 검토했다. 겹치는 관계를 나누고, 수정을 지시하고, 몇 차례 다시 확인했다. 겉으로는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교감선생님께서도 이 상황을 눈여겨보셨다
겹벚꽃이 만발한 5월의 어느 날,
많은 학교가 봄소풍을 가는 달이다.
춘희 학교는 모둠별로 지하철을 타고 대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공원 오픈 시간 전, 춘희는 전체 학년 출결 현황을 파악하고 티켓팅을 하며 소풍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도연이가 다가와 말했다. “부장님, 태호가 화가 많이 났어요. 잡에 간다고 해요. “ 일반적인 경우 담임이 학생 상태를 보고 보호자와 통화해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그때는 아직 입구에 들어가기 전 시간이다. 춘희는 도연에게 말했다. “일단 모둠 활동을 해보고 지켜봅시다. “
오전 10시경, 반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담임 선생님이 연락이 안 돼요.” 10:30분, 곧이어 상황이 터졌다.
“죽여버릴 거야.”
태호는 뾰족한 문구용 칼을 들고 여학생을 향해 소리치며 마치 울타리에서 탈출한 들짐승처럼 포효를 하며 돌아다녔고 같은 반 학생들은 우리에서 탈출한 짐승을 구경하듯이 함께 모여 조롱하듯이 태호를 쳐다보며 소리치고 단체로 도망가며 흥분한 태호를 더 자극했다. 순간, 현장이 무너졌다. 대공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치 액션 영화에서 보는 비현실적인 난투극이 눈앞에 펼쳐졌다. 학급에서 운동 좀 한다는 덩치 큰 남학생 둘이 태호를 온몸으로 제압하고 있었다.
춘희는 체육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현장으로 뛰어갔다. 도연이는 옆에서 말했다.
“왜 우리가 뛰어요?”“경찰 부르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이 이어졌지만, 춘희는 멈추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하기 전 춘희는 사태를 감지해 경찰과 대공원 의무실에 전화를 했다. 만약을 대비해 구급차는 경찰에서 직접 연결한다고 했다.
위치가 어디예요? 경찰이 물었다.
원숭이 우리 쪽이에요.
위치 번호를 알려주세요.
위치??? 마음이 급해서 위치 표시가 잘 안보였다. 카톡을 열어 현재 위치를 우선 보냈다.
몇 분 후에 도착해요?
5분 후요.
현장에 도착해 아이들을 분리시키고,
상황을 정리하고, 도연은 향해 보호자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난투극 가해학생 1명, 피해학생 2명
두 학생은 학교폭력 가, 피해 학생으로 인근 같은 병원에 갈 수 없다고 한다. 피해학생 두 명을 카트에 태운 후 춘희 차로 보호자가 오기 용이한 학교 근처 병원을 운전하면서 빠르게 검색한다. 사건 당일 춘희는 약 7시간을 운전했다. 철없는 학생들은 영웅심에 상기되어 상황과 다르게 쉴 새 없이 웃고 떠든다. 학생들을 보호자에 인계한 후 병원 진료를 마치고 춘희는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여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도연과 대공원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학생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려고 하자 도연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 저 이 영상 못 봐요 “,”살면서 이렇게 폭력적인 장면을 본 적이 없어요 “ 춘희는 단호하게 사안을 인지해야 처리하죠. 보셔야 해요.라고 하며 함께 영상을 본 후 사안처리절차에 착수한다.
모든 절차는 매뉴얼대로 진행되었다. 겉으로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등교 첫 주의 호흡곤란과 소풍날의 폭발은 같은 흐름 위에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춘희는 그것을 연결하지 못했다. 앞의 일은 단순한 호소였고, 뒤의 일은 사건이었다.
춘희의 감각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건강도 그다음 순서를 향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