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텼다.
스페인에서의 6개월은 내 인생에서 손꼽는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그곳에서 지독한 정신병을 앓았다. 그리고 그 정신병을 기억하는 내 몸은, 조금이라도 마음이 울적해지면 여지없이 그 정신병을 꺼내 펼친다. 어느 날은 '그래도 그때보단 낫잖아.'라고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날은 정말 '나는 22살에서 조금도 걸어 나가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24시간을 침대 위에서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벽만 바라보고 누워있던 스페인의 2평짜리 나의 방에서, 온 세상이 다 무너질 것만 같았다. 관 속 같은 그 방에서 누구라도 나를 꺼내 주기를,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현재, 나의 우주를 온통 뒤흔들었던 기간의 10배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기억이 아닌 흔적만 남아, 잊지 못했지만 동시에 잊어버린 수많은 오늘을 살아냈다. 스페인을 떠나서도 나는 종종, 그 관 속에 다시 갇혔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올라가 보지 못한 사람은 그 말에 무한한 의심 속에서 불안해한다. 5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니,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행문을 꼼꼼히 되짚은 오늘 나의 리뷰는 한 줄이면 충분하다. '잘 버텼다.'
기행문의 마무리는 이 명대사와 함께 하고 싶다. 내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던 그 수많은 경험 가운데서 나는 용케 살아남았다. 그리고 실은 무너진 게 아니라 그저 조금 넓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되살아날 그 고통에도 나는 나 자신을 '넓어지는 중'이라고 세뇌시켜보겠다, 다짐했다.
스페인 여행 끝.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