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2

2017.06.24 Sat

by 오르니




이 기나긴 기행의 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지만, 그보다도 지금 창문 밖으로 보이는 소담하고 정겨운 이 독일을 못내 더 즐기지 못한 것이 마음이 조금 아프다. 흔히들 말하는 헬조선에서, 나의 유럽 라이프를 부러워하던 사람들에게 나는 사실 그렇게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되려 한국이 너무 그립다고 이야기하고 싶던 순간들이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힘든 한국 현실로부터의 도피’보다는 지루한 현실에 한 스푼의 낭만과 한 스푼의 풍경과 한 스푼의 여유와 한 스푼의 자유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독일에서 깨달았다. 힘들지 않아서 부러운 게 아니라, 힘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 들어가 있음을 부러워하는 것이었고, 어쩌면 나는 그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것도 같았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 긴 마드리드 생활과 중간중간 끼어있는 외로운 여행이,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라 자부하던 나의 오만함에 대한 직격탄이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종전에 달라지지 않은 이 상태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던 나의 말은, 어쩌면 남의 시선에서 나를 볼 때, 유럽에 6개월이나 살아놓고 별반 다르지 않네, 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아니했음은 아닐까, 나의 중심은 늘 남의 시선 속에 존재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나는 변했다. 여행 중 수많은 사람들과 ‘첫 만남’을 가지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연구했고, 스스로 못생김을 자처했던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예쁘다는 말을 들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살이 쪄도, 조금 얼굴이 못생겨도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행복했다. 하늘을 자주 보게 됐고, 엄마를 사랑하게 됐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자. 자유롭고 여유롭고 행복한 영혼이 되자. 내 감정의 주인이 되자.



고생했고, 고생했고, 고생했다 예원.





이전 28화D+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