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헌책을 만나며
'당신들의 시간'을 맛보다

헌책방 책방지기와의 인터뷰

by 오로지오롯이


어느 동네에나 존재했던 헌책방 거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아 하나의 명소가 되었고, 동네 헌책방은 점차 사라져 버렸다. 헌책방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사람들이 헌책방을 너무 모르거나 잘못 아는 일이 발생함에 따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 속에서 헌책방은 이미지가 변질되어 힘을 잃고 말았다. 물론 새 책의 유통이 가라앉아 헌책방에 유입되는 책의 양이 적어져 헌책방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중점은 우리가 갖는 인식의 문제인 듯하다. 이런 우리의 시선에서 헌책의 빛은 점점 더 바래고 있는 듯싶다. 그래도 다행히 헌책방의 명맥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고 있다. 몇몇의 헌책방을 통해서 헌책을 만나볼 수 있고, 살 수 있으며, 읽을 수 있다. 헌책방이 없어지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헌책의 미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서 무엇을 보고, 맛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지기들을 찾아보다-


○ ‘달마 헌책방’의 임영택 사장님


헌책방의 주인이라고 해서 모두 인자하고,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필자는 헌책방을 인터뷰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 의뢰를 하기도 하고, 전화로도 부탁드리기도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퇴짜를 낸 주인들도 더러 있었다. 막상 그 헌책방에 가보면 할 일 없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인터뷰를 해 주는 대신 어떤 보상을 원하는 눈치도 있었다. 그래서 헌책방에 대해 약간은 실망하던 무렵, 장승배기 역에 있는 ‘달마 헌책방’을 발견하여 인터뷰 요청을 하였다. 필자가 찾고 있던 헌책방지기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계신 임영택 사장님. 그의 목소리에서 헌책과 헌책방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아쉽지만, 달마 헌책방은 2025년 현재 폐업된 상태로 확인된다.)


어느 동네에나 존재했던 헌책방 거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아 하나의 명소가 되었고, 동네 헌책방은 점차 사라져 버렸다. 헌책방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사람들이 헌책방을 너무 모르거나 잘못 아는 일이 발생함에 따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 속에서 헌책방은 이미지가 변질되어 힘을 잃고 말았다. 물론 새 책의 유통이 가라앉아 헌책방에 유입되는 책의 양이 적어져 헌책방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중점은 우리가 갖는 인식의 문제인 듯하다. 이런 우리의 시선에서 헌책의 빛은 점점 더 바래고 있는 듯싶다. 그래도 다행히 헌책방의 명맥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고 있다. 몇몇의 헌책방을 통해서 헌책을 만나볼 수 있고, 살 수 있으며, 읽을 수 있다. 헌책방이 없어지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헌책의 미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서 무엇을 보고, 맛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 안녕하세요. 일단 이렇게 많은 책을 보관하고 계신데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모든 헌책방이 그냥 보관하고 그래요.(웃음) 뭐 특별한 것도 없고, 가게 크기에 맞게 놓는 거니까.


◆ 독자들이 책을 사러 왔을 때 어디 있냐고 물을 때가 있잖아요. 그럼 그때는 어떻게 대답하시는지?

뭐 나 나름대로의 분류해 놓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서 뭐, 세계문학, 한국문학, 인문학, 철학, 심리학, 교육학, 여성학, 또는 역사학, 경제학, 국제학, 어학, 에세이류, 시류, 전집류, 총류. 그 정도로 분류할 정도의 책 분량이 돼요. 여기에 최소한 삼만 권은 들어가니까. 그 정도 구분이 돼야 해요. 구분이 안 되면 찾아도 못 찾아요. 저도 못 찾아요. 어떤 날은 손님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서 막 사갈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책 판 거를 다 표시 못 할 때도 있죠. 그래도 뭐 어떡해요.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거지. 대게는 기억으로 찾아낼 수 있어요. 어느 정도 책에 대해서 알면 그런 분류를 할 수 있고, 분류를 해야 장사를 할 수 있으니까.


◆ 간단히 달마 헌책방의 자랑거리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랑거리는 별로 없어요. 근데 하나 있다면 전국 헌책방 중에서 책 분류 가장 잘해 놨을 거예요.(웃음) 우리 책방에는 쓸데없는 책은 없어요. 포르노라든가, 삼류 잡지류 등은 안 갔다 놔요. 여기 있는 책들은 어느 정도 수준이 있어요. 달마 책방은. 좀 배운 사람이 여기 오면 분류 잘 되어 있다고 한마디씩 해요. 책의 질도 괜찮고. 뭐 이정도.


◆ 사장님께 헌책과 헌책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필요한 거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거죠. 무슨 철학적인 의미는 별로 없을 거 같고요. 이건 분명 장사고, 장사에 무슨 철학을 들여다가 놓는 거 자체가 위선이죠. 뭐 먹고 살려고 시작한 거고요. 그냥 내가 지금까지 책을 좀 가까이 해 왔어요. 먹고 살아야 하는데 잘 아는 게 책밖에 없었고. 그래서 헌책방을 했어요. 선배들 도움을 얻어 가지고 책방 하기 시작한 거예요. 무슨 철학은 없어요. 근데 내가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중계를 해주잖아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 잘 전달되면 그거만큼 기쁜 게 또 뭐가 있겠어요. 저는 뭐 주로 인터넷으로 해요. 여기 위치가 사람이 많이 다니는 데도 아니고. 여기 골목 보세요. 개미 새끼 한 마디 안 지나다니죠? 여기 동네 사람만 여기 있는 거지. 그래서 이런 데서는 인터넷으로 판매해야 돼요. 인터넷으로 산 구매자들이 평가해 놓은 거 보니까 꽤 괜찮게 평가해주는 편이에요. 웬만하면 더러운 책은 안 들여 놓으니까요. 귀한 책이 아니면 지저분한 책은 안 삽니다, 제가.


◆ 헌책방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헌책방의 미래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헌책방은 어떻게든 안 없어져요. 도서관에 모든 책이 보관될 순 없어요. 도서관을 아무래 넓힌다 해도 도서관에도 용량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모든 절판본, 초판본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순 없어요. 도서관은 도서관의 역할이 있는 거고, 헌책방도 헌책방의 역할이 있죠. 헌책방에서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이 굉장히 많아요. 대형 서점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못 구할 책들이 헌책방에는 항상 있기 마련이에요. 이런 이유 때문에 종이 매체가 우리의 주요 매체인 이상은 헌책방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전자 매체가 종이 매체를 대체할 순 없어요. 요즘 학생들이 전자 사전을 잘 쓰는데 전자 사전으로 공부한 사람 치고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공부를 어느 정도 끝내고 나서 빨리 정보를 얻기 위해서 쓰는 사람이면 괜찮겠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전자 사전의 사용은 불필요하다고 봐요. 결국은 책의 소중함이죠. 책이라는 종이 매체가 인간에게 친숙하고 학습하기 좋은 매체인 거죠. 물론 실생활 면에서 전자 매체가 종이 매체보다 좋은 것도 많지만, 적어도 독서할 때의 눈의 피로도와 건강 문제, 여운 등을 생각한다면 종이 매체를 대체할 매체가 아직은 없다고 보고 나올 기미조차 없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헌책방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요?

글쎄요. 뭐, 헌책방이든 새책방이든 우리 학생들이 공부 좀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여기 오는 대학생들이 꽤 있는데 내가 제일 미워하는 학생들이 취직하는 거에 너무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에요. 그런 학생들이 제일 미워요.(웃음) 그런 학생들이랑은 얘기도 잘 안 해요. 그래서 뭐랄까. 젊은 사람들이 낭만적인 큰 꿈을 잃지 않고 뭔가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들이 오면 좀 깎아줄게요.(웃음) 취직 걱정만 하는 학생이 오면 더 비싸게 부를 거예요.(웃음)

인터뷰가 끝나고 필자가 다음에 교지를 들고 다시 오겠다고 하자, 다음에 올 땐 술을 사주시겠다는 정 담긴 말을 건네준 사장님, 아니 그 친근한 헌책방 아저씨의 음성이 아직도 여운으로 다가온다. 다시 가고 싶은 헌책방. 낭만과 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장님의 말씀이 헌책에 대한 사랑으로 느껴진다. 그는 헌책에 대한 철학은 위선이라 생각했고, 그에게는 헌책에 대한 사랑만이 남았다. 그런 그에게 헌책으로 철학적인 질문을 하려고 한 필자 자신이 부끄러웠다. 인사를 끝내고 다시 뒤를 돌아보자 임영택 사장님께서는 동네 음식점에 필자가 가져다 드린 비타민 음료를 나눠주고 계셨다. 필자는 그것이 헌책방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사장님의 말처럼 좋은 책을 필요한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기쁨.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숭실대학교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이면 갈 수 있으니 많은 학생들이 방문해 보았으면 한다.



○ ‘고구마 헌책방’의 엄승세 팀장님


헌책방의 개념조차 모르던 어린 시절의 필자는 신당동에서 금호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넘을 때마다 고구마 헌책방의 수많은 책을 보았다. 물론 그때는 고구마 헌책방이 이리 큰 매장인지도 몰랐다. 고구마라는 간판도 헌책방의 상호명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어렸던 필자는 그곳은 지나갈 때마다 아무런 경비 없이 방치된 헌책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헌책들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져가도 될 것 같았다. 새 책만이 값을 치르고 읽는 것이라는 어수룩한 개념을 가진 상태에서 어떤 선량한 부자가 책들을 나눠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실제로 매장 앞에 진열되어 있는 만화책 한 권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온 일도 있었다. 함께 실은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누가 가져가도 간섭하는 사람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이런 헌책방을 보면서 필자는 헌책의 가치는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가 아니라 ‘읽는 것’으로도 충분한 정신적 가치가 주가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새 책도 마찬가지지만, 새 책이 가질 수밖에 없는 어떤 물질적 가치가 헌책에서는 더 큰 독서의 가치로 변환된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값이 싸져서 물질적 가치는 적어지지만, 그 대신에 누구나 더 쉽게 널리 소장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의 가치가 더욱 확장된다고 믿었다.


어쩌면 헌책방에서 파는 헌책은 이런 점에서 더욱 아름다울 수 있고, 낭만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돈이 배제된 독서의 나눔이 고구마 헌책방이 은연중에 가르친 헌책의 이미지이자 그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고구마 헌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각은 어떨까. 고구마 헌책방의 직원, 엄승세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구마 헌책방은 금호동 재개발 사업에 따라 2025년 현재 화성시로 이전했다.)


◆ 간단히 헌책방 소개와 자랑거리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고구마 책방은 대표 이범순 사장님께서 1984년 금호동에 현재의 잡지 매장인 오프라인 매장으로 출발하여 1998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을 통한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하였고, 현재는 접객이 가능한 4개의 매장과 별도의 창고형 매장 2개, 보유 장서 약 40만 권, 그리고 직원 10명의 규모로 성장하였습니다. 보유 장서와 종류만으로도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이유로 국내외의 개인뿐 아니라, 도서관이나 각 기관 자료실, 연구 기관 등과의 거래를 통해 잊혀져 가고 사라져가는 소중한 도서와 자료들을 필요한 분들께 전해드리는 헌책방 고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금년 하반기에는 7, 8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책들과 LP음반, 만화, 졸업앨범, 사진 등 추억과 향수를 모티브로 하는 모든 것들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 이렇게 많은 책을 보관하고 계신데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는지 궁금합니다.

신간을 다루는 대형 서점과 달리 헌책은 출판사에 반품하는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책을 모으는 단계부터 보존 가치와 재활용도 등 여러 측면의 기준에 의해 선별하여 매입하게 되며, 그렇게 모은 책은 소독, 보수 등의 손질 과정을 거쳐서 저자, 출판사, 판, 쇄 등부터 책의 세부적인 상태 설명까지 기입하는 전산 입력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전산 입력 단계에서 책의 세세한 분류가 정해지면 동일하게 분류된 서가에 도서명 또는 필요에 따라 출판사 순으로 보관하게 됩니다. 물론 한 분야의 책이 넘쳐나게 되면 겹겹으로 쌓이게 되고 혹은 다른 공간으로 별도 보관도 하게 되는데, 그렇게 수십 년 동안 늘어나 천장까지 닿은 책들과 빽빽하게 책으로 뒤덮인 고구마의 풍경에 놀라우실 테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습니다.


◆ 헌책과 헌책방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새 책과 헌책의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책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 헌책이 되고 헌책은 처음 읽는 사람에겐 새 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헌책은 누군가의 책장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헌책방을 통해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책으로 읽혀지기에 그 효용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책이 현재는 구할 수 없는 절판된 책이라면 그 가치와 기쁨은 더욱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자료의 보존이라는 헌책방 고유의 역할이 있으며, 고서와 희귀본의 보존은 우리의 뿌리를 지키는 중요한 사명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시대에 한번 나무를 사용해 만들어진 책이 주인을 바꾸어가며 사람들에게 정신적 양식이 되어준다는 측면에서도 그 선순환구조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헌책방이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 사람들이 헌책방을 이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헌책을 찾는 분들의 이유는 너무나 다양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부터 시작해서 연구에 필요하거나, 절판되어 구할 수 없어서, 예전에 읽었던 책의 문체나 그림이 그리워서, 전문적으로 고서나 희귀본을 수집하고 싶어서 등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의 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덩어리 지어 말씀드리자면, 아직도 대형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을 찾는 분들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용을 중시하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시는 것 같고, 이제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책을 찾는 분들은 상당 부분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헌책방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헌책방의 미래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책과 음악…. 몇 가지 안 되는 문화의 시대가 가고, 즉시적으로 자극적인 문화적 유혹이 범람하는 시대에 헌책방의 미래란 끝없는 고민의 연속입니다. 다만, 책은 끊임없이 문명과 황금에 반하여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고 사색할 수 있게 하는 견제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고, 문명과 황금에 취하지 않아도 두 발 딛고 사람으로 살아가게 할 지팡이가 되어줄 거란 믿음이 있습니다. 책이 끊임없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서 말씀드린 선순환구조 속의 강한 연결고리 역할을 헌책방이 묵묵히 해나가야 할 것이고, 헌책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어 잊혀지고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존하고, 책의 효용과 함께 즐거움을 주어야 문화의 한 축으로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삶의 순간순간 홀로 지쳐 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관찰해야 하죠.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게 됩니다. 여러분께서 좋은 책과 벗하기를 바랍니다.


팀장님의 말씀처럼 모든 책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 헌책이 되고, 헌책이라 해도 읽히는 순간 그 독자의 새 책이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멋진 말이다. 헌책이 헌책의 이미지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읽는 순간 생명을 다시 얻는다는 느낌. 헌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런 설렘과 생동감이 이런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새 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헌책방의 미래를 끝없이 고민하는 헌책방지기의 모습에서 헌책에 대한 자부심과 끈기가 보인다. 인터뷰의 내용처럼 올 하반기에는 헌책방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구상하였을 복합문화공간의 헌책방이 꾸려질 계획이니 많은 학생들이 과거의 시간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고구마 헌책방은 오랜 역사에 걸맞게 정말로 방대한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헌책방에 들어가서 헌책과 헌책 사이를 지나려면 가방은 자연스레 벗어 내려놓게 된다. 가방에 걸려 책들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방을 내려놓고 헌책방을 순례하면 오랜 시간으로 묵힌 방대한 서적에서 나오는 세월의 은은한 향을 느껴 볼 수 있다. 또한 헌책과 헌책에서 유랑하다가 보면 오래된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깊게 심호흡을 하는 것처럼 깊숙이 내 몸에 무언가를 관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부디 그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았으면 한다.


-헌책방마다 깊이 배어 있는 고유한 맛-

위에서 정리한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아무래도 ‘헌책방의 역할’에 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의 책장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헌책들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책으로 가기 위한 정박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런 정박소의 역할을 헌책방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 연결고리의 역할은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책의 나눔이라는 선순환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헌책방은 자료의 보존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고서와 희귀본의 보존은 우리의 뿌리를 지키는 일이고, 도서관에서 영원히 지닐 수 없는 절판본과 초판본 등을 보존함으로써 책의 중요한 가치를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이 이런 헌책방의 역할을 탐방하기 위해서 헌책방에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헌책방마다 깊어 배어 있는 고유한 맛이 느껴보기 위해서 방문할 수도 있다. 헌책방에 가면 헌책이라서 새롭게 다가오는 의미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는 헌책은 새 책보다 헐었고, 빛이 바랜 것들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랜 먼지에 찌든 더러운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헌책은 책의 어른이 아닐까 싶다. 탄력을 잃어 주름이 지고, 검버섯 같은 얼룩이 일어나도 헌책은 그만큼 시간을 품었다.


헌책방에 가면 그리운 ‘당신들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 그 ‘당신들의 시간’은 자신의 시간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시간일 수도 있다. 여러 사람 손길을 거쳐 나에게 도착한 책의 여행은 나에게로 와서 끝난 것 같지만 시간을 되돌리는 여행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헌책을 읽는 독자와 함께 말이다. 헌책들이 품은 시간은 사실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헌책들이 집약하고 있는 세월의 굴곡을 보면서 우리는 한 시대의 시간을 지긋이 바라볼 수도 있고 성찰해 볼 수도 있다. 또한 헌책의 내용 중 밑줄 쳐져 있는 한 구절을 보며 그 사람의 정신을 느끼고, 한 개인의 얽히고설킨 삶을 더듬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개인과 시대의 감정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헌책방에 가면 사무치게 그리운 나와 당신들의 시간을 만날 수 있다. 빛바랜 활자들이 가진 시간 속을 책과 여행하다 보면 책이 가진 숨소리를 오래도록 느끼며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이다.


헌책의 메리트는 아무래도 값싼 가격일 것이다. 그래서 헌책방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헌책방이 가진 고유의 맛을 느껴본다면 덤을 얻는 게 아닐까. 대학가에 수많은 헌책방들은 사라졌지만, 아직 명맥을 잇거나 새롭게 단장한 헌책방들이 많이 있다. 헌책의 이미지와 다른 젊은 감각과 깔끔한 인테리어, 잔잔한 음악이 함께 하는 퓨전 헌책방 카페가 생긴 것은 물론 헌책방의 쇠락한 이미지 대신 정겨운 이미지를 살려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굳이 헌책방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라 하지만 책을 서가에서 뽑는 즐거움을 헌책방 판매원에게 양도하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 아닐까 싶다. 모든 헌책들은 한 권도 빠짐없이 사람 손을 거치기 마련이다. 헌책방에 묻은 다른 사람들의 손길과 악수하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그 사람이 겪은 시간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면 책 읽기의 재미가 커질 거라 의심치 않는다. 올 가을에는 가까운 헌책방 한 번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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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헌책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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