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는 왜 글을 다시 쓰려 했을까

브런치 작가님들과의 티타임을 보낸 후의 소회

by 오로지오롯이


브런치 커글 프로젝트 참여 : 브런치 작가님들과 티타임 후 남기는 글



늦은 오전, 눈 뜨자마자 커피를 내리고 나서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김이 나는 커피 잔을 앞에 두고, 주문처럼 어제를 떠올려보았다. 일부러 불러내지 않으면 쉽게 흩어질 것 같아서, 전날 브런치 작가님들과 나눴던 장면들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이번 모임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작가님들도 있었다. 이른 시간 기차를 타고 왔다는 말, 하루 일정을 비워두고 왔다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오갔다. 특별한 의미를 덧붙이지 않아도, 그 이동만으로 이 자리가 가벼운 모임은 아니라는 건 충분히 전해졌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내가 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나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다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이야기는 각자가 글을 쓰는 이유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또 누군가는 삶을 견디기 위한 방식으로 글을 쓴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오랜만에 내 이야기도 꺼냈다. 다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왜 다시 쓰고 있는지에 대해 말로 정리해보는 순간이었다. 문장 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자, 막연하던 이유가 조금 더 분명해졌다. 말로 꺼내는 행위 자체가, 다시 쓰고 있다는 선택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이어지는 글은 그 대화의 연장선이다. 어제 미처 전하지 못했거나, 말로는 다 담기지 않았던 감정들을 정리해보는 일이다.


*

나는 평소 얼죽아이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뜨거운 차를 마신다. 얼음이 든 음료는 시간이 지나면 금세 싱거워지고 처음의 맛을 잃는다. 반면 뜨거운 차는 식어도 본래의 향이 남아 있다. 내가 쓰는 글도 그런 방식으로 남았으면 했다. 쉽게 묽어지지 않고, 중심을 잃지 않기를.


돌아보면 나는 마음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쉽게 들뜨고 쉽게 식었고, 작은 일에도 마음이 가벼워졌다가 나중에서야 본질을 놓쳤다는 걸 깨닫곤 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달랐다.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은 문장 속에서 가라앉고, 너무 차가운 마음은 단어를 고르는 동안 조금씩 균형을 되찾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감정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일은 나에게 어떤 열정을 증명하는 행위라기보다는, 마음이 완전히 식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일에 가깝다. 근거 없는 확신 대신, 지금의 상태를 감당할 수 있는 온도로 유지하는 것. 그 감각은 오래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자주 잃어버리고,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글 앞에 앉는다.


결국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나를 잃지 않으려는, 가장 솔직한 몸의 반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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