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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12. 2023

“나”라는 인간

회사라는 뻘에 뭍혀 있다가 이제야 뻘위로 나온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나”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지난날을 가만히 곱씹어 보니 딱히…


어렸을 적의 나는 어떻게 보면 차분한, 멍한, 조용한 성격이라 빠르고 기억력이 좋고 영민한 사람들이 봤을 때는 좀 어리숙한 멍한 어리버리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버지가 이른 출근준비를 하면 화장실 문앞에 수건을 들고 서있더라는 영민한 여동생과 달리 나는 세상 모르고 잠만 쿨쿨 자고 있던 캐릭터.


나는 무엇이든 어머니에게 이야기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성격이였다면 여동생은 자신의 일은 스스로 판단해서 풀어가는 스타일이라 어린시절을 기억하면 나는 여동생과의 비교속에 어리버리한 멍한 좀 답답한 아이였다.


청소년시절 다른집 아이와의 비교에 내성적인 성격을 감추고 남 앞에서 당당히 내 의견을 표현하려 무던히 노력했고, 신경써서 요점을 파악해서 조리있게 말하려 애썼다.


20대 초반에 거친 사회생활속에 떨어진 나는 거기서 가라앉지 않고 살아남으려 원래 나의 성향을 숨긴채 최대한 어리버리해 보이지 않게, 느릿해보이지 않게, 좀 더 계획적이게, 좀 더 똑똑해 보이게 정말 많이 노력했고 덕분에 회사에서 나에 대한 평가는 늘 너밖에 없다. 열심히 일한다. 잘한다. 똑똑하다.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나인 줄 알고 살았다.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따위는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그리고 퇴사를 하고 1년이 지난 후 이제서야 ‘나’에 대해 알게되었다.


나는 정해진 틀을 정말 싫어한다. (9시 출근 7시퇴근 / 누군가 정해놓은 업무/ 누군가 시키는 일 등등)

나는 궁금함이 참 많은 사람이다. (모든지 새로 눈에 띄는 것은 다 해보고 싶어한다. 물건, 배움, 경험 등등 모든 면에서)

나는 뾰족하게 말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 이정도로 싫어하는지 몰랐지.)

나는 책읽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나는 글쓰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아직 나만의 기록방법을 모르겠다.-_-;)

나는 가족관련 건강, 다양한 경험, 편하면서 맛있는 음식 등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

나는 배우면서 실행해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나는 수익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누군가 시킨다고 고지곧대로 하는 성격이 아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자 하는 것 하고자 하는 것을 언제든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성격이다.

나는 여러스타일의 옷을 입는것 보다 심플하게 몇 종류의 옷을 입는 걸 좋아한다.

나는 열심히는 할줄아는데 요령있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열심히는 하지만 센스는 없는 편이다.

나는 어떤일을 할때 전체를 먼저 보기보다 앞에 있는 일을 먼저 보는 편이다.

나는 간단하게 그리는 드로잉을 좋아한다.



더 많은 것들이 있지만 회사를 다닐때에는 뭐가 좋고 뭐가 싫은지 나는 어떤 성향인지 전혀 몰랐다.

퇴사초반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좋아하는것과 싫어하는 것을 쓴 리스트를 다시 보니 그렇게 단촐할 수가 없다. 그때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게 도통 생각이 나질 않았다. ( 뭘 다양하게 해봤어야 좋아하는것도 알고, 여러 상황에 놓여 비교해 봤어야 싫어하는 것도 알게 되는건데 말이다.)


퇴사후 겨우 1년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회사를 나와 내 시간을 갖다보니 좋고 싫어하는 것들이 분명히 구분되고 내가 어떤 성격, 성향인지 또렷하게 알게되었다.  


우습게도 나이 마흔에 말이다.


뻘속에 뭍혀 있다가 이제야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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