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건 알겠는데 그다음엔 뭐 할 건데?
브런치에 쓴 글을 블로그에도 함께 남겼더니 그 사이에 또 다른 이웃님이 내 글에 공감을 해주시며 그 뒤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댓글을 남겨주셨다.
잠시 구매대행이나 리셀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엄청 유행이긴 했구나 생각하다 이후의 내 일상을 곰곰이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가만 보자 그러니까.. 판매 접고 내가 뭘 했더라?'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게 써지지 않아 잠시 쓰기를 보류하며
뭘 했었나 기억이 날 때마다 브런치서랍에 간단하게 키워드를 남겨두었다.
온라인셀링을 완전히 접기로 한건 리셀까지 다 겪어보고 난 이후다.
그러니까 나의 온라인셀링 경력으로 보자면
일단 20대 초반에 온켓이라는 온라인쇼핑몰 태초(?)부터 남의 쇼핑몰에서 웹디자인 직원으로 시작해 온라인 셀링 A부터 Z까지 경험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본 경험을 갖고 있고,
회사 생활이 긴 만큼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해 보았고 (액세서리, 정장, 케쥬얼, 아동복, 성인트레이닝, 남자속옷, 동대문부자재, 청소포 같은 생활용품, 신발, 브랜드운동화 등등.. 다 기억도 안 날정도)
쇼핑몰 안에서 포지션도 처음엔 웹디부터 시작해서 팀장이 될 때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사진촬영, 촬영지 모델 모터섭외, 콘셉트체크, 상품페이지기획 제작, 배너썸넬 제작, 상품등록, 노출계좌 MD영업, 상품특가기획 및 제작참여, 업체미팅, CS, 물류포장, 재고처리, ERP시스템 개선참여 등등...)
그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내 사업을 하겠다고 정보를 찾다 보니
온라인 위탁판매로 효율적으로 판매하는 방법이나 프로그램이 천차만별이었고,
위탁판매 말고도 구대매행(이것도 나라별로 조금씩 판매방식 및 프로그램이 다름)
건강기능식품(이것도 국내외가 처리방식 및 필요한 영업등록증이 있음)
리셀(마찬가지로 리셀하는 방식도 제각각)
등등 그 사이에 저마다 나름 성공(?)을 맛본 사람들의 방식도 제각각이라
열과 성을 다해 없는 돈 끌어다 쓰며 퇴사 후 1년여를 바쳤다.
이 정도면 그래도 어디 가서 온라인 판매 경험으로는 꿀리지(?) 않는 경력이랄까.....
남들은 한 번도 안 해본 온라인 셀링이라 하나 주문 들어올 때마다 신기해하고 설레어하며 시작한걸 난 그판에서 놀아보고 볼거안볼 거 다 본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과 스타트가 다를 수밖에 없었고,
여러 가지 교육을 받은 만큼 그 속에서 다양한 대표님들을 만나 스몰토크를 해보니 셀러 강사님들처럼 특출 나게 센스가 좋거나 대범하거나 운이 좋아 큰 매출을 낸 뒤 강의 쪽으로 뛰어들지 않는 이상
셀링만으로 2~3년째 한 달에 2~3천의 매출을 내고 있는 대표님들은 나와 똑같이 또 다른 좋은 돈 많이 벌 방식이 없나 방황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작년 7월에 사용하던 셀링프로그램을 정지하고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다 내린 뒤 나는 내가 처음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콘텐츠 사업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처음인 것처럼 다시 온라인에서 성공스토리, 자기 계발 채널을 뒤지면서 관련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난 1년 이상 특별한 돈벌이 없이 지출은 비슷하게 하면서
강의란 강의, 책이란 책, 챌린지는 챌린지 닥치는 대로 하다 보니 받을 수 있던 대출도 맥스.
더는 이대로 고상하게 고민만 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순간 무엇을 위한 투자였나 고민도 했고 잘못 선택한 행동이었나 생각도 해봤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생각해 보면 1년을 힘들게 온갖 노하우를 빠르게 실행해서
'아! 이 길이 내 길이 아니구나! 3~4년 질질 끌다 그때 알았으면 더 힘들뻔했는데.' 긍정회로를 돌리다 보니 그래 고민할 시간에 해결해 나갈 궁리부터 하자 싶었다.
자, 일단 돈을 벌긴 벌어야 하는데...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회사로 다시 돌아갈지,
그전에 방황할 때 해봤던 알바들(단순액세서리 포장, 만화식자작업, 타이핑알바, 보습학원서포트, 온라인셀링 컨설팅, 상세페이지작업알바, 개인몰 작업, 상품등록알바, 홈쇼핑콜센터, 에듀콜센터 등등)을 다시 선택해서 들어갈지 고민했다.
그런데 나에겐 생각할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한데
저 일로 취업을 했다간 하루종일 회사일을 하던가 고객과의 실랑이(콜센터는 생각할 시간이 없다.;;;)
또는 상세페이지나 홈페이지 상품등록등은 작업에 치이느라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기엔 너무 빠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아이가 있기에 집에 와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내가 돈을 포기하며 1년 반을 넘어지고 넘어져 겨우 뭐가 진짜 맞고, 안 맞는지 알게 됐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가거나 기존의 서브일을 선택하면 내 일상 일위 주로 돌아갈게 눈에 선했다.
'어떡하지?'
그러다 우연히 근처 쿠팡물류센터 야간 단기 알바를 하게 됐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집 근처까지 출퇴근용 셔틀이 온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관련 포지션에서 딱 시키는 것만 해내면 되는 일이다.
처음엔 단기로 다니다 중간에 단기확정이 잘 안 될 때 계약직으로 변경했다.
일하다 당연히 몸이 힘들어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정말 그전 일로는 곧 죽어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몸은 힘들어도 오후 4시에 출근준비를 해서 남들 자는 조용한 새벽에 퇴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야간수당이 붙어 물류 치고 급여도 쏘쏘,
무엇보다 나가서 내가 일을 주최하고 지시하고 끌어가는 게 아니라는 점이 나를 아직 여기 남아있게 만들었다. (아무 옷이나 막 입고 남들 눈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것도 출퇴근 셔틀이 따로 있다는 것도.)
일에만 지장을 주지 않으면 몸을 움직이면서 계속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고, 틈나는 출퇴근 버스나 야간식사시간에 책을 읽고 강의를 보며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도대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자. 일단 급한 돈은 해결했고,
이제 뭘 먼저 해야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