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로라 Apr 14. 2024

[1탄]  온라인 판매를 접었다.

이러려고 회사를 때려치운 게 아니거든.

 

나는 가끔 회사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 쉬는 시간에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다.

여태 기록한 사진들을 한 번씩 보고 있으면 가장 가슴이 답답한 순간, 한숨이 나오는 순간에 찍은 사진들이 많다.


아래의 광경을 봤을 땐 정말 지하철 타려 내려가던 계단에서 나도 모르게 뭠춰 핸드폰을 들었다.


‘찰칵, 하……‘


이후 출퇴근, 화장실 안, 잠자기 전, 점심시간.

일과 가정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찰나의 시간에는 무조건 유튜브, 강의, 전자책, 종이책 가리지 않고 탐닉했다.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탈출할 방법,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법, 돈 많이 버는 법을 찾아야 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7개월 전쯤 블로그에 이 사진과 함께

여러 가지 방법 중 마지막으로 리셀, 구매대행, 온라인 위탁판매를 했으나 접었다는 글을 올렸는데

어떤 분이 이후의 생각이나 과정이 궁금하다는 댓글을 달아 주셨다.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는 이가 있다니…

해서 오늘은 이후의 내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한다.


지금도 핫한지 모르겠지만 최근 2~3년 사이 온라인 셀링이 정말 인기였다.

(구) 신사임당 님이 쏘아 올린 온라인 판매 관련 유튜브가 서 과장님, 투트랙님등의 대형 구매대행카페부터 시작해서 위탁, 리셀까지.


내가 하던 본업을 생각하면 사실 온라인판매를 먼저 시도해야했지만

난 그전에 두 번이나 내 사업을 해봤다 접은 경험이 있었고, 본업인 온라인 판매가 지긋지긋하다며

중간에 다른 직종에도 도전한 적도 있었기에 마지막이라며 회사를 때려치울땐 그것말곤 다 좋아 마인드였다.


전자책, 애드센스, 쿠팡파트너스, 이모티콘 등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니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그 분야에 도전해야 그것으로 인한 수입이 생길까 말까 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겠다는 생각에 남들보다는 좀 더 빠르고 쉽게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어쩔수없이 온라인 셀링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십에서 몇 백씩 하는 셀링강의 (일본, 중국 구매대행, 미국건기식, 대량위탁, 리셀)등을 섭렵하다 어느 셀링 관련 소모임에서

이런 말을 내뱉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건 콘텐츠 사업인데요….”


어떤 물건을 어떤 식으로 팔면 좋을지, 어떤 강의가 들었을 때 좋았는지 온라인 셀링을 위해 모인 초보 대표님들과의 소모임이었는데,

그들이 들었을 땐 정말 ‘뭐래? -_-?’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엉뚱한 말을 내뱉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일본구매대행 강의 오픈을 기다릴때

몇백만 원짜리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결제해놓고 오픈일까지 일주일이 남았었다.

1인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기웃기웃하던 중 우연히 북마크에 브런치를 발견했다. 그리고 브런치작가 승인에 떨어졌었다는걸 기억해냈다. 이런건 알려주는 곳이 없나 검색하다 우연히 브런치 작가 승인 챌린지를 찾았다.


구매대행 강의오픈까진 시간이 있었고 챌린지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은 몇 분? 몇십 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호기심에 바로 챌린지를 신청했다.


몇백만 원 vs 몇만 원.

 

나는 평소에도 생각이 많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고 여러 단어, 스토리들이 머릿속에 엉켜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챌린지를 하며 하루하루 생각하고 글을 쓰고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고,

내 머릿속이 무언가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초중고땐 소설, 고전등을 많이 읽었고, 20대부턴 자기 계발서, 에세이도 꽤 읽었기에 나름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쓴 내 글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산만함 그 자체라 한번 쓴 글을 여러 번 수정했다. 내가 쓴 글을 여러번 다시 읽고 고친다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또한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브런치 작가승인 후에 올린 첫 글은 몇천의 조회수도 받았었는데, 브런치  알림이 올때마다 신기했고, 조회수가 올라갈 때마다 살짝 두근거렸다.

오랜만의 신선한 느낌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막 쓰기 시작했을 때 몇백만 원짜리 구매대행 강의를 줌 실시간으로 5~7시간씩 수강했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 내 눈은 강의가 열려있는 노트북보다 아이패드에 열어놓은 브런치를 보고 있었고

셀링 강사가 준 구매대행 미션은 안중에도 없이 브런치에 밤새 글을 쓰고 있었다.


구매대행 강의 중 어떤 강사님은

구매 대행의 스킬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과 명상이 자신의 인생에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그때에도 나는 구매대행 관련 과제보다 독후감 과제에 더 열을 올렸고, 강의가 끝나고 나서도 몇몇 대표님들과 따로 독후모임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렇다.

애석하게도 난, 업으로 삼아왔던 온라인 셀링, 강의비, 전자책, 프로그램, 영업등록증 및 사업자용 소호사무실 렌탈비, 통신판매업비용 등등 이천만 원은 족히 넘을 돈을 쓰고

첫 달 매출이 4백만 원을 찍고 더 올릴 수 있다는걸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재미없고, 미래가 뻔히 보이고, 내가 원하는 내 미래 (시간과 돈 모두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와는 점점 동떨어질 인터넷 판매업에 내 시간을 바칠 수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저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비슷한 관심사를 갖은 사람들과의 소소한 소모임이 나에겐 너무나도 즐거운 세상이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작가의 이전글 '내 세상' 말고 '남의 세상'이 궁금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