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추억을 디지털 액자 속에

by 오로라

저희 세대에게 '추억'은 앨범 속에 차곡차곡 쌓인 필름 사진의 형태였습니다.


부모님이 여행을 다녀오면, 며칠 뒤 인화된 사진들을 조심스럽게 앨범에 끼워 넣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거운 카메라 대신 손 안의 휴대폰으로 수시로 사진을 찍습니다. 한 번의 여행에도 백 장이 넘는 사진이 쌓이고, 그 방대한 분량은 '앨범을 만들어야지'라는 다짐을 '생각으로만' 남겨두게 합니다.


사진을 출력해 앨범으로 만드는 일. 말은 쉽지만, 실천은 참 어렵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공유된 사진들은 몇 장의 프로필 사진으로만 남겨진 채, 나머지는 휴대폰 속에서 잠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 사진들은 어느새 잊히고 맙니다.


그러다 우연히 청소하다가 작년 여행 사진 몇 장을 발견했습니다. 가이드분이 추억하라며 준 사진이었는데, 문득 사진 속에는 아이와 저만 있고 아이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막상 우리 사진만 붙이기 뭐해 '아빠랑 여행한 것도 출력해서 붙이자'고 말해놓고, 또 며칠이 흘렀습니다.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이 소중한 추억들은 영원히 휴대폰 속에 갇히게 될 것만 같았죠.


저는 전부터 봐왔던 디지털 액자를 검색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기기에 사진을 옮기고 설정하는 일이 번거로웠지만, 2주 이상 사용해보니 그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가족들이 자주 오가는 거실에 놓인 디지털 액자 속에서 우리의 여행 사진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을 보니, 잊고 지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습니다.


"이때 여기서 이거 했었지!" 하는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사진뿐 아니라 15초짜리 영상까지 생생하게 재생되니, 그날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은, 지나간 시간을 붙잡아두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사진이 핸드폰 속에만 갇혀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일 뿐입니다. 디지털 액자는 잠들어 있던 우리의 추억을 밖으로 꺼내고, 매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해주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추억은, 우리 삶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디지털 액자는 단지 물건이 아니라, 가족의 추억을 현재로 소환하는 마법 같은 도구였습니다.


오늘, 당신의 휴대폰 속에 잠들어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