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착각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 일을 잘한다는 것 >에 관한 글을 두 편 발행했고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꽤 만났습니다. 평소에 저는 나름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막연히 나는 이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했었죠.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다른 관점으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일을 잘한다는 말을 꽤 많이 들었는데 시기별로 쪼개어 생각해 보니 사회생활 초반에는 그냥 뭐랄까...... 아이가 무엇을 해냈을 때 어른들이 "아~! 너무 잘하네, 대단해~!"라고 말해주는 그런 그낌의 의미인 듯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어느 정도 일이 해지고 나서 저에게 일을 잘한다라고 했을 때는 중고등학생이 밤새 열심히 공부하면서 노력해서 성적이 좀 올랐을 때 "아, 열심히 했구나, 칭찬해."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것'. 잘.
사원 : 일을 잘한다. =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한다.
대리, 과장 : 일을 잘한다 = 일을 많이 한다.
팀장 : 일을 잘한다 = 여러 가지 일을 할 줄 안다.
살짝 구분해보면 저의 사회생활은 저렇게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생각보다 일 잘한다는 말이 가벼웠던 거라는 걸 느꼈습니다.
관련 글은 아래 링크에서 좀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도 할 줄 알게 되고 누가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이 가능하고, 부서 매출 계획 세우고 기본 매출 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어....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제 이 정도면 눈감고도 하겠는데라고 생각했을 즈음 또다시 한계에 다 다랐을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회사를 왜 다니고 있는 거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안정이었고,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저의 본래의 목표는 열심히 일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그만큼의 대우도 받자였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이 부질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힘들어서 저를 뽑았다는 회사의 대표들을 안됐다 생각하며 회사를 위해 대표를 위해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생각했던 것들이 지나고 보니 남 걱정해줄 처지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면 죽는소리를 해도 내 회사를 가진 대표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저랑은 하늘과 땅 차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우습더군요.
일을 배우러 회사를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각자 다양한 목적으로 직장생활들을 하겠지만 직장생활 내내 사수 없이 혼자 배워가면서 얻은 실력을 업무성과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던 것은 결국 연봉을 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회사생활을 20년째 해왔더니 결론은 성과는 인정하나 제 연봉의 한계점이 정해져 있다는 것에 강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일을 잘한다, 인정한다, 네가 필요하다는 말을 저 스스로 난 전문인이고, 그만큼의 능력을 급여로써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구나 생각하니 어느 순간 우스웠습니다. 왜 사람들이 알아주는 큰 회사들을 그렇게 들어가려고 했는지 이제야 좀 이해하게 됐습니다. 연봉 1억 이상의 A라는 사람이 일을 못해서 저를 뽑았다는데도, 그 사람보다 제가 성과 인정을 받아도 저는 그 연봉으로는 갈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괜찮은 대학을 졸업했거나 알아주는 브랜드나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큰 회사에서나 해당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중소기업인데 그러진 않을 거야, 내 실력이 부족해서겠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아닐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면 못 먹는 술을 마시고 구토를 하고도 회사에 들어가 잔업을 하고 제가 소싱한 제품으로 몇 천, 몇 억대의 매출을 내도 직급 상관없이 저는 그저 '중소기업의 여직원'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회사에 들어가 팀장급 상사에게 지금 삶에 만족하는지, 당신 정도의 능력이면 얼마를 벌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게 과연 그런 삶인지 생각해 본다고 합니다.
"일을 잘한다, 능력이 좋다, 네가 꼭 필요하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를 냈으면 당연히 이런 소리가 너무 달콤하게 들릴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나도 모르게 회사 업무만을 바라보는 삶으로 만들어 버리곤 하죠.
최근에 제 직장생활을 돌아보며 브런치 두 번째 글 '일. 을 잘. 한다는 것'을 쓰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나는 그냥 단순히 일에 미쳐있었구나'라고요.
그때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나에게 언젠가 필요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본질은 보지 못하고 업무 성과,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그때그때 필요한 수단, 방법들만 생각하면서 그렇게 20년을 보냈구나 하면서 아쉬움이 한가득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었던가?
저도 마찬가지였고 지금 제 주위의 회사생활을 하는 지인들 중에도 상당수가 월급 때문에 1년만, 3년만, 결혼할 때까지만, 임신할 때까지만, 다른 회사 정할 때까지만, 내일 채움 공제 만기까지만 하면서 억지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나 주말에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배우거나 알아보라고 얘기하면 "맞아, 해야 하는데..." 혹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하고는 싶은데 너무 피곤해.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오늘은 일찍 자야지."라며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몇 년째, 몇십 년째 반복하는지 모릅니다.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직장생활이든 프리랜서든 그에 맞는 스케줄로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요?
"00 씨, 일 잘하네, 능력 있어."에 만족하며 그 안에 갇혀있진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