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전문적이라 말할 수 있는가?

그들이 원하는 스킬, 그저 딱 거기까지.

by 오로라

저의 20년의 직장경력 중 17~18년이 온라인 쇼핑몰 이력입니다. 다양한 제품과 다양한 회사의 컨디션으로 일해 오긴 했지만 어쨌든 큰 틀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을 했으니 나름 꽤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직을 할 때 타업무를 하는 지인들에 비해 콜을 많이 받았고 면접을 봤을 때 퇴짜를 맞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를 알게 된 많은 주변인들이 온라인 판매에 관련된 모든 것을 저에게 의지했고, 저 또한 웬만한 온라인 관련 질문에 바로 답해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가고 이력이 쌓일수록 저는 제가 나름 전문직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 변호사 등 오래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찐 전문직종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저와 비슷한 처지의 중소업체 직장인들 중에서는 나름 전문적이라고요.

온라인 판매라는 게 트렌드를 쫓아 가야 하고 나날이 발전되는 시스템에 적응도 해야 하고 생각보다 다양한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우습게 보고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신경 쓸게 많다거나 어렵다면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이 봤고 망하는 경우도 많이 봤기에 온라인팀을 꾸리며 매출을 올리고 주변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니 제가 온라인 판매에 관한 한 잘 알고 있다(=전문적이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웹디자이너란 포지션에 있었던 저는 경쟁 업체나 동종 업계에서 탑을 찍는 쇼핑몰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제품이 예뻐 보일까, 사고 싶어 할까를 고민했고 자연스럽게 조명, 빛, 카메라 촬영법을 배우거나 사진 보정 방법을 찾고, 어떤 제품을 판매하면 좋을지 서치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일에 관한 지식 정보,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그렇게 한 개 두 개 세 개 할 줄 아는 것들을 늘려가니 팀을 끌어갈 수 있는 안목도 늘었고 어떻게 하면 지금 여기서 좀 더 매출을 낼 수 있을지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같은 회사 아르바이트생이 말해준 유튜버 신사임당 님을 대해 알게 되면서 저는 제가 정말 보잘것없는 능력을 가졌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신사임당이라는 유튜버는 온라인의 온자도 모르는 일반인. 전업은 경제 관련 PD라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이 스마트 스토어에서 제품을 팔고 몇천만 원의 매출을 내고,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또 그렇게 매출을 내는 것을 유튜브 콘텐츠로 찍어 올린 겁니다.

단군이래 가장 돈 벌기 쉽다고 말하는 신사임당의 콘텐츠를 비롯해 온갖 온라인 판매 관련 콘텐츠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격하게 말하면 비참한 적도 있습니다.


1. 나는 그들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는데 그들보다 수익이 적다.

2. 나는 그들보다 온라인 판매 경력이 많은데 남의 사업이다.

3. 나는 그들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쓸모가 없다.


저 3가지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3번이었습니다. 그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쓸모가 없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들이 없어도 월 천 이상의 매출을 내는 일반인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물론 미리 알고 있고,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게 사업 첫 진입 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해내더군요.


회사를 전전하지 말고 이젠 정말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뒤로 다양한 온라인 제품 판매 방법과 그 외의 수많은 수익창출 강의를 듣고 시도해 보면서 내가 쌓아왔던 것들은 그저, 그 당시 그 회사 대표들의 니즈.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업무스킬을 딱 그들이 원하는 정도까지만 쌓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웹디자인, 보정, 영상, 촬영, 마케팅, 재고관리, CS 등 할 줄 알고 아는 것도 많긴 하지만 각 키워드 안으로 진입하면 그 어떤 것도 전문적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웹디자인만 20년 차, 촬영만 20년 차, CS만 20년 차가 아니라 통틀어 할 줄 안 다라....


과연 내가 하는 일을 전문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대답은 확실히 "No!"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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