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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Jan 19. 2019

혼잣말이 늘었어요.

벙어리가 된 저는 당신을 부르지 못했습니다.

혼잣말이 늘었어요. 갈 곳 없는 말이 집 안 곳곳에 묻어납니다. 미끄러운 말에 넘어지고, 오래된 말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합니다.

하루는 조용히 집 안에 쌓인 말을 치웠어요. 불필요한 말을 왜 이리 많이 했을까, 그런 말이나마 뱉어야 했던 걸까, 생각하며 종일 바쁘게 청소를 한 뒤 자리에 누우니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가 갔구나, 아무 말도 없는 집 안이 너무 고요해 몸이 옥죄었어요.

벙어리가 된 저는 당신을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런 꿈을 꾸었어요.

언젠가 정말 말을 잃을 것 같아요. 대화 없이 얼마나 오래 말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혼자하는 말은 점점 형태를 잃어 갑니다. 수화를 배워야 할까요. 움직임은 소리보다 단단할 테니까. 하지만 배운들 쓸 일이 있을까요. 또 망설임이 늘었습니다.

오래된 냉장고는 한 번씩 길게 비명을 질러요. 듣다 못해 플러그를 뽑았다 꼽으면 냉장고는 비명을 멈춥니다. 짧은 죽음이 비명을 데려갑니다. 어떤 말은 죽어야 멈출 수 있습니다. 어떤 말은 죽음 뒤에도 남겨집니다. 그 경계를 구분하지 못해 죽은 뒤 남을 말이 두려워 말을 삼킵니다. 그렇게 벙어리가 되고, 혼자가 되어서야 재채기처럼 뱉어냅니다.

뭉개진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 말은 소리가 되어 죽처럼 흐릅니다. 먼지만 적시며 방을 더럽히는 말들 사이에서 저는 또 미끄러집니다. 끈적이는 말이 몸에 붙어 쉬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깨면 다시 아무 말 없이, 방을 치웁니다. 정적을 채우는 하루가 갑니다.


2018.12.29.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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