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슬픔이 남은 날이었어요.
당신의 하루 끝을 생각합니다. 오늘도 슬픔이 남은 날이었어요. 기쁨은 쉽게 휘발되는데 슬픔은 낮게 가라앉아 쌓여 갑니다. 하지 못한 말과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 사이에서 미련과 후회만 남는 자신을 탓해 봅니다.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란 어쩌면 이리도 어려운 걸까요. 가능하긴 할까, 나만 이렇게 어려운가 싶기도 합니다. 하루는 그렇게 끝나도록 만들어진 걸지도 모릅니다. 채 풀어내지 못한 후회가 어깨를 누르고 쌓인 슬픔이 코끝까지 차면, 사람은 그렇게 숨이 막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풀벌레 부는 밤입니다. 저는 오늘도 당신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며 잠을 청합니다. 꿈에서 만난다면 그 말들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니겠지요. 꿈에서도 저는 저일 테고 당신 역시 당신일 테니, 말은 여전히 그 사이를 메우지 못하고 어딘가로 흘러갈 겁니다. 그래도 그렇게 흘러간 말이 쌓이면, 두 사람의 틈을 메울 만큼, 흐르고 흐르다 떠올라 당신의 머리맡에 내리면, 어쩌면 그렇게 한 마디나마 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 약한 바람을 하며 잠이 듭니다. 꿈에서도 바라는 건 그런 나약한 소원뿐입니다. 좋은 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에겐 좋은 밤이길 바랍니다. 하루 끝의 슬픔이 모두 증발하고 날아갔던 기쁨이 다시 돌아오길 바랍니다. 부디 평안한 밤이면 좋겠습니다.
2017.09.02.2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