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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Nov 09. 2017

당신의 하루 끝을 생각합니다.

오늘도 슬픔이 남은 날이었어요.

당신의 하루 끝을 생각합니다. 오늘도 슬픔이 남은 날이었어요. 기쁨은 쉽게 휘발되는데 슬픔은 낮게 가라앉아 쌓여 갑니다. 하지 못한 말과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 사이에서 미련과 후회만 남는 자신을 탓해 봅니다.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란 어쩌면 이리도 어려운 걸까요. 가능하긴 할까, 나만 이렇게 어려운가 싶기도 합니다. 하루는 그렇게 끝나도록 만들어진 걸지도 모릅니다. 채 풀어내지 못한 후회가 어깨를 누르고 쌓인 슬픔이 코끝까지 차면, 사람은 그렇게 숨이 막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풀벌레 부는 밤입니다. 저는 오늘도 당신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며 잠을 청합니다. 꿈에서 만난다면 그 말들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니겠지요. 꿈에서도 저는 저일 테고 당신 역시 당신일 테니, 말은 여전히 그 사이를 메우지 못하고 어딘가로 흘러갈 겁니다. 그래도 그렇게 흘러간 말이 쌓이면, 두 사람의 틈을 메울 만큼, 흐르고 흐르다 떠올라 당신의 머리맡에 내리면, 어쩌면 그렇게 한 마디나마 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 약한 바람을 하며 잠이 듭니다. 꿈에서도 바라는 건 그런 나약한 소원뿐입니다. 좋은 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에겐 좋은 밤이길 바랍니다. 하루 끝의 슬픔이 모두 증발하고 날아갔던 기쁨이 다시 돌아오길 바랍니다. 부디 평안한 밤이면 좋겠습니다.

2017.09.02.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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