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점심, 온 가족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외식을 갔던 날, 아이는 버터 파스타가 너무 싱겁다며 소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테이블 위에 있던 소금통을 집어 들어 음식 위로 조심스레 살살 뿌리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점점 세게 아래위로 흔드는데도 소금 몇 알갱이가 툭툭 떨어질 뿐이었다. 뭐야 이게. 아예 뚜껑을 열어 부어야겠다 싶어 뚜껑을 열자 소금이 식탁 위로 와르르 쏟아졌다. 소금이 오히려 너무 꽉 차 있어 작은 구멍 사이로 흔들려 나올 틈새가 없었던 거다. 아이와 나는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멍청하긴.
요즘 딱히 꼬집을 수 없는 이유로 마음이 서글퍼지고 가슴이 먹먹해질 때, 차라리 와락 울어버리고 싶은데 소리만 꺽꺽거리고 눈물은 그저 방울방울 맺힐 뿐인 내 모습을 보며 그 소금통이 생각났다. 이럴 시간이 없다며 꾸역꾸역 눌러 담은 감정들이 차오르다 못해 엉겨 붙어 울고 싶을 때조차 제대로 울 수가 없구나. 멍청하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