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26

by 오롯

‘Authority of Chicken‘

아침 출근길 창 밖으로 보이던 트럭에 저렇게 쓰여 있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황갈색의 로스트 치킨의 사진과 함께. Authority of chicken 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단어 들이잖아. 저 문구를 보는 순간, 오늘은 일기를 써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당연히 또 잊고 일기를 쓰지 않은 채 며칠을 흘려보냈다. 어제 사다 놓은 포도를 씻고 한 알을 맛보는 순간, 단 맛도 신 맛도 아닌, 짠맛이 났다. 뭔데. 이 황당한 맛은. 그러면서 생각났다. Authority of chicken을 보았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


지난번 일기 이후 ‘Attachments’를 읽었다. 로맨스 소설이란 걸 알고 시작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생각보다 웃겼고, 빨리 읽혀서 어느새 다 읽었다. 지금은 ‘고쳐 쓰는 마음- 어떤 우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을 읽는 중이다. 사실 이 책은 이윤주 작가의 팬이기에 한참 전부터 도서관에 구입해 달라고 신청해 놓았던 책인데 신청 접수는 되었지만 빌릴 수 있게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속절없이 기다리던 책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제가 딸린 제목으로 아예 다른 책처럼 등록되어 있었다는 걸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작가 이름으로 찾아본 뒤 알게 되었다. 지금 빌려서 읽고 있는 책엔 내가 처음 신청했던 도서관이 아닌 다른 도서관 도장이 찍혀있는 거 보니 그 타운에도 이윤주 작가 팬이 살고 있는 걸까.


어제 작은 아이는 친구의 생일이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과 같다고 말했다. 아, 맞다! 결혼기념일! 네가 어떻게 아냐고 하자 아빠가 이번 주 시작하면서부터 말해줬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매 년 결혼기념일을 까먹는다.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스케줄링을 달력에 적어놓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언제나 결혼기념일은 나에게서 잊힌다. 심지어 Daylight saving이 시작되는 날을 챙기면서도. Practical 한 일이 아니면 기억할 여력이 없는 건가. 기념일들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라도 날을 정해 기억하고 함께 축하하라며 생겨났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정작 나 같은 사람들은 기념일 자체를 그리 중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념일을 매 번 잊는 아내와는 달리 매 번 먼저 기억하고 아이들에게도 일러줄 만큼 다정한 남편도 좋지만, 오늘의 난 어묵 꼬치 막대기를(아무리 반으로 분질러 짧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면 쓰레기 봉지가 뚫려 그 구멍으로 쓰레기가 샜던 것을 기억해 주는 남편이 더 필요했던 거다. 아, 그래서 우리는 천생연분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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