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이 있는 날, 도착하기 전까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일이 생겼다고 하루만 빠질까? 그냥 아프다고 할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오키로북스> 앞이다.
솔직히 말하면 글도 아침에 부랴부랴 썼다. 나조차도 맘에 들지 않는 글을 가지고 가려니 겁이 났던 거다.
찔리는 마음에 도착하자마자 핑계를 주절주절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가 사실은 글을 쓰려고 했는데, 뭘 써야할 지 감이 안 잡혀서..."
"요즘 바쁘셨어요~?"
작가님의 이 한 마디에 탁 막혀서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별로 바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을 쓸 시간은 충분했다. 뭐든 일단 써 내려가면 될 일이었다.
합평의 시간, 다른 분들이 내 글을 읽는데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몰라서 괜히 종이와 펜만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들어가면 좋겠어요"
"글이 좀 더 친절하면 좋겠어요. 빠져도 될 접미사가 많이 보이네요."
급하게 쓴 글이 완성도 있을 리 없다. 나조차도 이미 쓰면서 느낀 부분이라서 더 부끄러웠다.
"설희님은 다음주엔 좀 더 성실하게 써오는 걸로!"
좀 더 성실하게, 열심히 할 것. 어쩌면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최근 내가 무언가에 열중한 적이 있나 생각해보니 기억나지 않는다.
'꼭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야만 하나,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 가면 안 되는 건가.' 라는 말을 방패막이로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조차 열심히 하지 않고 있었다. 타인에 의해 열심히 해야하는 것과 내 할 일을 열심히 해나가는 것은 다르다. <오키로미터>를 나서며 속으로 한 번 더 되내어본다. 내일은 좀 더 성실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