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사는 남자, 현재에 사는 여자.

by Oroxiweol

그는 늘 과거에 붙잡혀있는 사람 같았다.

몇 년 전을 이야기할 때도 마치 어제 일처럼 말했고,

몇 십 년 전에 보고 들은 것들을 몇 분 전에 보고 들을 것처럼 감탄했다.


그녀는 기억나는 과거가 별로 없었다.

몇 년 전의 일은 고사하고 당장 어제의 감각들도 무뎠다.

지금에 집중하고만 싶었다. 눈앞에 있는 음식에 감탄하고,

오늘 자신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고민거리들도 24시간이 빽빽했다.


그런 그와 그런 그녀가 만났다.

그는 그녀를 만나도 여전히 자신의 지난날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같은 시대를 지나왔음에도 그녀는 그가 말하는 장면들이 생경했다.

그는 그녀가 신기하고, 그녀도 그가 신기했다.

처음에는 그랬다.


'나는 이런데, 너는 이렇구나?'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기억을 가질 수 있는 건데?'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했다.

하지만 끝내 그들이 같은 시제에 만나 마침표를 찍는 일은 없었다.

그는, 그녀를 만나는 와중에도 여전히 과거에 있었고,

그녀는 그런 그가 서운했다. 현재에 그 둘은 함께이지 않았다.

그녀가 함께 일 때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의 대화 종착지는 자꾸만 자꾸만 뒤로 갔다.


그녀는 그의 과거가 되기로 결심했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현재에 머물고 싶었다.



20260226_150847.heic Photo by Oroxiweol.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