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0권, 영화 7편, 뮤지컬 1편
2025년이 호로록 지나갔다. 호로록 외에 다른 미사여구를 못 찾겠을 정도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급하게 욱여넣는 라면이라도 먹듯 면치기, 아니 '연'치기라고 이해해야하나. 아무튼 하반기에 뭘 읽고 쓰고 봤는지를 또 남겨놔보도록 하겠다.
파쇄
파과의 외전이고요. 외전이고 뭐고는 모르겠고 이거 그냥 로맨스임. 어떻게 이렇게 비낭만적 주제로 낭만을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요. 읽고 나서 내가 왜 남의 연애구경을 했지? 싶은 생각을 헛웃음 지으면서 했네. 읽는 내내 설레었답니다.
숨결이 바람될 때
올해는 유난히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을것인가를 많이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먼저 생각할 수 있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치열하고 찬란하던 삶을 잘 마무리하고 사랑하고, 사랑받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알게 되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자연스레 죽을때까지 살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어느날 단절나듯 죽는 모습만 생각했는데- 그런 내게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아이언 플레임 2
이거 포스윙이 재밌다고 해서 간혹 신작이 나오면 후루룩 읽는데, 그냥 신버전 트와일라잇임. 진짜로.
변신
고전문학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서점에서 엄청 예쁜 표지로 리디자인되어 나왔길래 읽어봤다. 개인적으로 벌레를 너무너무 싫어해서 자꾸 변신 표지에 다 벌레를 그려넣는 출판사들이 다 서러웠는데.. 착한책프로젝트로 저렴하게 읽었는데, 읽는 내내 불행하기도 했다. 고전문학은 참 유난히도 삶을 그대로 그려내서 희망이랄게 없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필요한것도 맞지만 간긴이 마음이 좀 힘들기도 하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어느 시점에 갑자기 내가 스릴러에 꽂혔었는데... 도시괴담같은걸 이리저리 모아놓고 지역으로 잘 엮어놓은 느낌이다. 물론 나는 이제 죽을때까지 저 지방은 가보지도 않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엄청 무섭거나 잔인하지는 않았다. 영화로 개봉했던 포스터가 강력해서 기억에 남았고, 영상으로 볼 자신이 없어서 책을 본건데 잘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 책이 최근에 새로 나왔던데 그걸 읽어볼까 고민중이다.
헌치백
자극적인 소재 치고 약간 울컥하는 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엄청 빨리 읽어내려갔는데 읽을 때마다 약간 베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문장이 냉소적이고 내가 그 안에서 억지로 애정이나 인간성이나 희망같은 비장애인들의 감성을 찾아내려고 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반성을 많이 했다.
영원을 향하여
광고는 엄청 AI! 디스토피아! 하지만 그 안의 어떤 세계! 이런 식으로 풀려있던 것 같았는데 읽는 내내 인간성만 가득했던 책이였다. 비인간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인간성으로 풀어낼 수 있는 건 역시 사랑이라는 비이성적 감정때문이겠거니. 이런 걸 읽을때마다 맥락이나 논리에 맞지 않는 모든 변수는 사랑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깨닫는다.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
아 이거 새삼 다시 읽어야겠네. 사는게 불안하다는 얘기를 N년째 언니랑 하고 있는데 언니가 툭 사줬다. 개인적으로 이런 자기계발 위로서는 싫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고기능성불안장애라는 일종의 질환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나의 증상들을 풀어놔서 계속 읽게 됐다. 이런저런 워크북같은 것도 있는데 꽤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있다. 메타인지를 열심히 도와주는 책이기도 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하는 인문학 프로젝트가 있어서 읽게 된 책. 그런데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전쟁이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그림은 남성들이 총을 들고 전장을 휩쓸고 치열하게 전투하는 장면이 아니던가. 그 안에서도 여성은 있었고 제 역할을 그 어떤 사람보다 충성스럽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설이 아니라 거의 인터뷰처럼 쓰인 책이라 읽는 내내 먹먹할 수 있다.
1984
이것도 인문학 프로젝트에 있던 책이라서 읽어봤다. 예전에도 한번 읽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봤다. ... 정치색이 너무 드러나는 말만 하게 될까봐 후기를 쓰질 못하겠네. 아무튼 지금이랑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다. 이게 몇년 전에 쓰인 책인데...
꽤 낙천적인 아이
숏츠에서 원소윤 코미디언이 너무 웃겨서, 그 후엔 그녀의 인터뷰가 인상깊어서 읽어봤다. 인생책! 이라고 하면 그렇지야 않지만 왜인지 이 삶에서 좀 위로를 얻었다. 약간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에세이라 한두시간만에 읽었는데 재밌고 가볍게, 하지만 눅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싯다르타
아니 제목이 너무 접근허들 아닌가. 책을 고를때마다 끌리질 않아서 안읽었는데 하도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길래 이번에 읽어봤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는 모르겠는데 처음에는 왜이렇게 주인공이 중2병같지.. 하는 생각을 했고, 마지막에는 결국 인생에 통달한다는 건 이런거구나 했다. 엄청난 지혜서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삶을 진득하니 살아가는 것이 결국 지혜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F1 더무비
여전히 제 인생영화는 포드브이페라리지만 나름 재밌게 봤다. 4D로 봐서 몰입감이 있었고, 아주 오랜만에 수록된 음악이 진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엄-청 인생영화야! 하진 않았는데도 왜인지 두번 본 영화이다.
킹오브킹스
교회다니는 사람으로써 한번은 봐야하잖아! 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더빙으로 잘못 예매해서 온갖 아가들의 눈물과 함께 봤던... 근데 다 떠나서 앞자리 아버님이 자꾸 대놓고 핸드폰을 해서 죄송한데 핸드폰 좀 꺼달라고 얘기할정도였는데, 그 분이 영화 막바지에는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더 이상은 너무 종교성 발언이라 생략하겠다.
좀비딸
웹툰을 재밌게 봐서 봤다. 딸인 배우가 너무 귀여웠다. 뭔가 엄청 임팩트가 있진 않았는데 한국에서 흔히 만드는 영화치고 퀄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토이스토리
토이스토리 대체 왜 이렇게 무서워요??? 거의 공포영화였다. 토이스토리 재개봉이 내 동심을 살려줄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너무 무서워서 옛날엔 이렇게 다 강하게 컸나 라고 생각했다.
보스
가벼운 킬링타임으로 봤다. 그리고 무대인사도 봤다. 배우들이 다 너무 다정해... 그리고 의외로 기깎기가 엄청났던 영화기도 했다. 이런 코믹영화는 자칫하면 갑분싸 저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영화사가 다 발전했나.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듯.
나우유씨미 3
올해 본 가장 속시원한 영화. 진짜 엄청나게 전개가 빠르고 고구마 구간도 없고 마술 자체도 너무 재밌고 임팩트있다. 도파민 폭발해서 몇번 더 보고 싶은 영화기도 했다. 이때 진짜 스트레스 받은 상태였는데 사이다 잔뜩 마시고 나온 기분이였다.
주토피아 2
명불허전 주토피아.. 이거 근데 둘이 썸이냐 친구냐 사귀는거냐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서요? 저는 그냥 결혼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왜 논쟁이죠?
부산까지 놀러가서 알라딘을 봤습니다. 강홍석이 모든 걸 끌고 가는.. 출연료 세배 이상은 줘야하지 않나 싶은 극이였다. 뮤지컬을 안봐버릇 하는 사람과 함께 봤는데, 연출도 화려하고 노래도 익숙하다보니 재밌게 볼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올 하반기는 진짜 재미없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것저것 짬을 내서 다양한 것들을 보고 즐겼다고 생각하니 다행이기도 하고, 이제 졸업을 앞둔 종강을 했으니 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많이 기대되기도 하고. 2026년의 두번째날에 작년을 회고하려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아무튼 2026도 더 잘 해봐야지. 웰컴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