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대표, 북한에서 온 작가님 한 번 만나봐.
둘이 아주 잘 통할 것 같아.
"통일멘토"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이 프로젝트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늘 함께했다.
대학생 때에도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바깥사랑"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시스템으로 만들지 못해 단기간 프로젝트를 마치고 모두 흩어졌다.
지속 가능한 활동은 결국 시스템이라는 생각으로 임의단체를 설립하였다.
마음을 먹자 일은 금방 진행되었다. 요즘은 드물다는 도장집을 찾아 바로 도장을 제작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날 바로 도장을 파고 협력 시민단체의 정관을 바탕으로 단체 정관을 만들고 로고와 임명장, 회원 명단, 조직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세무서에 임의단체 신고를 했다. 이틀 만에 단체가 만들어졌다.
한 걸음 나아가고나니 두 걸음째는 더 쉬웠다.
임의단체 설립 이후 탈북자, 북한 인권 단체를 지원하는 모임의 공동사무실에 들어갔다.
그곳 이사님께 아직 내딛지 않은 나의 세 번째, 다섯 번째 걸음들을 원대히 말씀드렸고 그분은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들어주셨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 전화를 받았다.
셋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첫 만남은 며칠 안에 이루어졌다. 첫 식사자리는 집 방향이 같아 전철 안에서까지 이어졌다.
둘만 남게 되자 우리의 대화는 좋아하는 책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왜 글을 쓰는지로 흘렀다.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 환승하는 작가님을 배웅하며 전철을 함께 기다렸다.
결국 환승 전철에 작가님을 태우고 나서야 대화는 끝이 났다.
우리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이 아니어도 우리는 글을 쓴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밤에 몰래 글을 썼고 체육시간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말로 들려주었다. 친구들에게 그 친구가 주인공인 소설을 써서 선물로 주었다.
가끔 내 머릿속에 찾아오는 인물들의 사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들과 함께 나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는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숨 쉬기 위해 글을 쓰는 어른이 되었다.
언젠가 책을 내겠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니었다. 공동저자로 세 권의 종이책을 내고 한 권의 전자책을 냈지만 진짜 나를 치유했던 글들은 여전히 숨겨 놓고 아직 세상에 내보이지 않고 있다.
활자를 많이 삼킬수록 몸 안에 쌓인다.
쌓이고 쌓여서 몸에서 계속 흐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 밖으로 나온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내가 매번 하는 말이다.
활자가 많이 쌓이면 결국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우리는 쓰고.. 다시 또 읽는다고.
왜 쓰는지 그 이유를 굳이 알지 못하더라도 어느새 우리는 쓰고 있다.
북한댁 강하나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살았던 곳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속해있던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그 경험을 나는 감히 알지 못한다. 강 작가는 아픔이 되기도 했던 그 경험을 글을 쓰며 견뎠다.
치유글쓰기 모임에서 활용하는 이미지 ⓒ 상상공작소
아픔은 언제나 말로는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 글로 쓰고 나서야
비로소 방점을 찍을 수 있다.
강 작가는 그렇게 글을 쓰며 스스로를 치유하였고 상처에 방점을 찍었다.
현재 강 작가는 남남북녀 커플의 러브스토리부터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지내왔던 삶과 현재의 일상을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글에 담아내고 있다. 그가 이렇게 되기까지 글쓰기의 힘이 가장 컸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탈북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많은 탈북민들을 마주할 때가 많아 이들에게도 글쓰기 치유의 힘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다.
프로젝트는 언제나 사람에서 시작한다.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거나 그 사람을 찾아 나서거나..
결국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을 믿는 두 사람이 만나 시작한 첫 프로젝트는 글 쓰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탈북민을 위한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북한에서 말과 글을 강요받다 보니 탈북민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는데 익숙하지 않다.
더구나 탈북민은 보통사람이 경험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단절과 위험을 체험하였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즐겁게 글을 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상처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글쓰기가 취미가 되어 평생 글과 함께 웃고 울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프로그램을 구성해나갔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려면 예산이 필요했기 때문에 바로 기획안부터 써 내려갔다.
기획안을 강 작가에게 발송한 뒤에는 펀딩 공모 프로그램 검색에 집중하였다.
마치 누군가 준비해놓은 것처럼
사람이 모이고
프로젝트 기획이 만들어지고
그 다음, 예산이 생겼다.
통일멘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던 이지윤씨도 합류하였다. 다문화가정과 다문화 2세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아동학 전공 대학원생까지 합류하며 세명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상상공작소 치유 글쓰기 프로젝트 일지>
2019. 05. 23. 오름차차와 강 작가 첫 만남
2019. 06. 14. 오름차차 프로젝트 기획안 강 작가에 발송
2019. 06. 17. "삼삼오오 청년 인문 실험" 공모전을 만나다!
2019. 06. 22. 이지윤 합류
2019. 06. 26. 삼삼오오 청년 인문 실험 지원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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