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Dec 14. 2022

미룰수록 무거워지는 돌

2022.12.12

50일 동안 미루었던 일을 방금 마쳤다. 막상 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미뤘다. 제주도에 다녀온 뒤로 계속 미루었던 일인데, 처음 일주일 동안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일정관리 어플에서 날짜만 바꾸며 미루었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 지나고 나니 점점 더 하기 싫었다. 출판사 인스타에 입고 서점 포스팅을 올리는 일을 50일 동안 미루었다니 업로드를 마치고 허탈했다. 매월 포스팅하겠다는 약속 역시 지키지 못했다. 



일을 시작하면 50분이면 끝낼 일을 왜 50일 동안 미루었을까. 

서점에 이메일을 보내 사진이나 홍보 내용을 요청하고 해당 서점의 인스타에 들어가 피드를 살펴본다. 우리 출판사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고르고 홍보해야 할 내용을 정리하고 그 서점만의 특색을 찾아 정리한다. 사진 10장을 고르고 배치할 순서를 정한다. 문구를 정리한다. 집중하면 더 짧은 시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할 일을 미루는 것은 언제나 내일 하면 되지 뭐-에서 시작한다. 50일 뒤로 미룬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일로 미루었을 뿐이다. 그렇게 내일, 다시 내일 하루하루의 미루는 마음이 쌓이다 보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무게가 쌓이게 된다. 처음에는 1일 치의 미루기와 후회였다. 하지만 30일 정도의 후회가 쌓이면 스케쥴러에 정리할 때마다, 일정관리 어플에 날짜를 다시 기입할 때마다 점점 더 하기 싫어진다. 귀찮은 것을 넘어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까지 이어진다.



어차피 우리가 짊어지고 처리해야 할 일은 매일매일 다시 쌓인다. 귀찮아서, 바빠서,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갑자기 새로운 일이 생겨서. 수십 가지 핑계를 그 돌 위에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돌을 짊어지고 가야 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미룰수록 무거워지는 그 돌을 옮기기 위해 어제 보다 더 큰 에너지와 다짐이 필요하다. 돌은 가벼울 때 옮기고 개구리는 먼저 먹고 올라야 할 계단이면 눈 딱 감고 지금 당장 한 칸이라도 올라서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