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3-14
갑작스럽게(?) 가족여행이 결정됐다.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10일 정도 걸렸다. 한 자리에 모여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정보 없이 통화하거나 톡으로 주고받았다. 동생은 설국의 홋카이도를 외쳤고 엄마를 통해 은근히 어필해왔다. 반면 나는 북해도는 언제든 갈 수 있으니 제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4년 전 가족여행으로 오키나와에 다녀왔는데 또 일본이냐는 말이 절로 나왔다. 동생은 여름의 홋카이도를 이미 다녀온 적 있음에도 일본이 비행시간이 짧고 물가가 저렴해 여행 경비가 적게 든다는 점을 강조하며 홋카이도로 가자고 했다.
반대를 외친 사람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공은 나에게 넘겨졌다. 엄마, 아빠, 나 모두 여행을 좋아한다. 반면 동생은 우리 가족 중 여행을 가장 많이 떠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몇 년에 한 번 2주 이상의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기운을 차리는 나와 달리 동생은 여행을 갈구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한 번 갔던 곳에 계절을 바꿔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는 아무리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 해도 항상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 동생에게 아시아 밖 여행의 희열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마감의 굴레에서 반복적으로 쳇바퀴를 돌리던 나는 그토록 좋아하던 여행임에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모으거나 의견을 취합하지 않았다. 그렇게 뭉기적 거리다가 마음먹고 후보지를 정해 직항 비행시간, 여행지의 매력을 비교해 정리했다. 괌과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베트남 다낭과 필리핀 세부까지 휘리릭 검색해보고 톡을 보냈다. 엄마와 동생은 괌을 골랐다. 나 역시 괌과 코타키나발루를 1,2순위에 두고 고른 것이었기에 가족의 선택에 흡족했다.
가족 해외여행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PM(프로젝트 매니저)는 고난의 길을 걷게 된다. 1인 여행사부터 가이드까지 여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각자의 취향과 선호, 예산을 고려해 선택하고 예약까지 마쳐야 한다. 여행 내내 매니저이자 가이드답게 각종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가족들의 컨디션과 여행 만족도도 눈썰미 좋게 살피며 다녀야 한다.
고난의 길은 지금부터 시작됐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다 보니 일정 짜기부터 비행기, 숙소, 렌터카 예약을 진행해야 한다. 아마도 내가 맡게 될 것이다. 확실하게 업무 분담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가족여행 매니저는 결국 너 아니면 나인데, 자신은 아닐 거라고 굳건하게 믿고 있는 동생의 당당함(?)이 전해져 온다. 홋카이도를 골랐다면 과연 네가 담당을 했을까?
잠시 포스팅을 작업을 멈추고 해야 할 일을 포스트잇에 정리했다. 그냥 패키지를 신청할까. 리스트를 정리하며 패키지여행 비용을 찾아보게 된다. 에어텔 예약으로 고통을 최소화하자고 결정하며 여행 계획과 예약하기를 내일 주요 일정으로 체크하였다. 세상의 모든 가족여행 매니저들에게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