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Dec 27. 2022

어떤 결말

2022.12-26-27

어떤 결말은 그동안 그것을 읽고 본 것을 부정하게 만든다. 

일요일에 끝난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그랬다. 마지막 회를 보는 내내 순전히 감탄했다. 이 작가에게 무한한 창작권이 보장되었구나. 심지어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한 것임에도 이런 결말을 내는데, 그 어떤 제약도 없었구나. 



두 번 다시 그 작품을 꺼내 보거나 회상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결말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여전히 회자되는 <파리의 연인>, <지붕 뚫고 하이킥>, <스물다섯스물하나>, <스카이캐슬> 이 떠올랐다.



<파리의 연인>은 이것이 모두 소설이었다는 결말이 알려지면서 배우와 제작진, 여론의 수정 요구가 있었고 결국 소설 속 캐릭터 커플, 그 소설을 쓴 작가 커플, 현실의 한기주 커플이라는 세 커플(?)의 엔딩으로 끝이 났다. 김은숙 작가는 십 년이 지난 뒤에도 <파리의 연인> 결말을 사과했고 작가지망생들의 반면교사가 되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교통사고사 엔딩으로 많은 시청자들이 상처와 충격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일주일 정도 만나는 이마다 이에 대해 토론 아닌 토론과 진지한 리뷰를 이어갈 수 있었으니 드라마 덕후 입장에 나름(?) 즐거웠다. 



모든 결말이 해피엔딩일 수 없고 해피엔딩일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스물다섯스물하나>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아쉬웠던 것은 아니다. 작품 속 캐릭터의 사랑이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우리 모두가 가진 청춘의 한 시절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고 가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랑이 절절하고 특별한 것은 아니기에 여느 사랑처럼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헤어진다. 그걸 굳이 청춘을 그토록 찬란하게 그린 작품을 통해 절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헤어짐 이후의 지난한 현실을 너무 오래 봐야 했던 시청자인 나는 괴로웠다. 그토록 뜨겁고 특별한 사랑도 끝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그렇게 보여줘야 했을까. <라라랜드>처럼 뉴스에서 다시 만난 둘이 서로의 행복을 축복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끝을 내는 것이 그나마 여운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즐겁게 시청했지만 다시 꺼내보기는 어려운 작품이 되었다. 



<스카이캐슬>의 엔딩에 대해서는 길게 글로 쓰고 싶지 않다. 작가의 사상과 세계관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그 후 작품을 시청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시청자 개개인의 몫이다. 두 번 다시 꺼내보거나 회상하고 싶지 않은 결말이었다. 



애석하게도 <재벌집 막내아들>의 엔딩은 <스카이캐슬>의 그것과 같았다. 이미 작중에 등장했었던 덤프트럭 하나로 모든 게 끝나는 이토록 쉬운 엔딩의 아쉬움과 개연성 없음은 차치하고 창작자의 세계관, 생각을 이해해보려고 노력조차 하기 어려운 결말.  어떤 결말은 그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