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과 케이팝 유튜브 콘텐츠를 이야기하면서 아이돌의 기원을 빼놓고 갈 수는 없다. 일종의 ‘아이돌과 케이팝’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했는지, 왜 유독 다른 나라의 팝이나 장르보다 케이팝이 유튜브에 최적화되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아이돌의 기원부터 추적해보자.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아이돌(idol)은 원래는 ‘종교적인 우상’을 뜻한다. 그러다 그 의미가 확장되어 청소년들에게 숭배를 받는 인기 많은 가수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이 의미대로 하면 우리나라에는 나미, 소방차, 김완선 등 1970년대와 1980년대 아이돌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더 올라가보면 1953년 김시스터즈까지 해당된다. 그 시절에도 여성그룹과 남성그룹이 있었고,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아이돌의 시작을 보통 1996년 9월 출범한 HOT으로 잡는다. 같은 맥락에서 기원(origin)을 거슬러 올라가면 서태지와 아이들(1992년 3월)이 눈에 띈다.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은 아이돌로 분류되지 않고 1세대 아이돌이라 불리지 않는다. 이들은 아이돌의 시대보다 케이팝의 시대를 열었다.
이전의 한국 대중음악은 가요(Gayo)였다. 댄스와 발라드가 시장을 양분했고 이와는 다른 카테고리로 트로트(일명 뽕짝)가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가요시대가 케이팝 시대로 옮겨간 것이었다.
이전부터 댄스음악에 빠지지 않았던 그 댄스의 서사도 새롭게 열렸다.
그들은 단순히 댄스라고 장르를 분류할 수 없는 힙합적 요소(랩 rap)와 헤비메탈, 팝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혼재된 음악을 선보였다. 이러한 복합 장르화는 가요와 트로트를 듣지 않는 소비층 즉 외국 팝이나 J-pop을 듣던 10~20대를 대중음악의 주소비층으로 끌고 와 장르적 전환과 공고화에 기여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복합장르로서의 케이팝 시대를 열고 현대 아이돌의 기원이 되었지만 실제 한국식 아이돌의 시대를 연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HOT다.
기획사, 팬 문화, 아이돌 시스템의 모든 것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4명 이상으로 멤버를 구성하여 댄스, 보컬, 랩 라인을 만들고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시킨다는 일종의 아이돌 공식도 이 당시 성립되었다. 앨범에 퍼포먼스용 곡과 발라드성 팬송을 함께 넣고 퍼포먼스 곡 위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컴백할 때에는 2곡 정도 선보이고 이후에 2차 컴백 형식으로 앨범 내 세컨드 곡으로 방송하는 것 등의 아이돌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냈다. 이 공식은 변주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돌 팬 문화의 공식 역시 이때부터 본격화되었다. 하얀 우비, 하얀 풍선, 팬 구호(fan chant), 팬픽을 비롯해 각종 팬 문화가 이제는 다른 나라의 케이팝 팬들에게도 수출되었다. 1세대에서 3세대까지 내려오면서 팬 문화가 다양해졌는데 일부는 사라지기도 했지만 꾸준히 진화하였다.
이후 DSP에서 1997년 4월 후발 아이돌인 젝스키스를 선보이자 남자 아이돌은 HOT와 젝스키스라는 양대 구도를 형성하였다. 이후 신화(1998년 3월)와 GOD(1999년 1월)로 이어지며 1세대 아이돌 계보를 만들었다. SM의 SES(1997년 11월)와 DSP의 핑클(1998년 5월)이라는 양대 걸그룹 계보는 베이비복스(1997년 7월)로
이어졌다. 베이비복스가 먼저 데뷔했지만 SES 와 핑클이 만든 걸그룹 시장에서 이후에야 두각을 나타내며 청순 컨셉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걸그룹 계보를 만들었다. 1990년대 중반과 달리 남녀 혼성그룹보다는 동성그룹이 주를 이루는 구도 역시 1세대 아이돌이 만든 것이었다.
한류는 시기별로 주력 콘텐츠를 달리해왔다. 2000년대는 드라마가 주를 이루었지만 2007~2008년에는 2세대 아이돌을 기점으로 케이팝이 주력이 되었다. 드라마는 그 지역 방송사에 직접 콘텐츠를 수출하는 방식에서 토렌트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환되어 소비되고 있는 반면 케이팝은 꾸준히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었다.
1세대 아이돌도 일정 정도 동남아와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다만 그 당시 중국과 동남아의 소비력과 경제규모가 작다 보니 인기를 수익으로 연결하기 어려웠다. 아이돌 2세대 빅뱅, 슈주, 샤이니, 소녀시대부터 해외 수익이 국내 수익을 앞서기 시작했다. 아이돌 2세대가 등장한 2006~2007년부터 유튜브도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돌입하였다. 2세대 아이돌 시장이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와 중남미, 유럽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를 통한 유입과 확산 덕분이다. 특히 다른 나라의 팝에 비해 뮤직비디오를 공들여 촬영하여 스토리가 확실하며 춤이라는 퍼포먼스가 화려하게 담기고 영상연출도 신경 쓴다는 점이 주효했다. 긴 영상보다 5분 안팎의 영상이 주로 소비되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는 최고의 콘텐츠였다.
한류의 지역확장과 파괴력 강화는 유튜브의 등장과 확산을 통해 이루어졌다.
2005년 서비스가 시작된 유튜브는 케이팝 한류 성장과 괘를 같이한다.
다양한 콘셉트로 의상부터 무대연출까지 퍼포먼스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케이팝 콘텐츠는 뮤직비디오에서 무대영상으로 이어지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 번 확장되었다. 그리고 쌍방향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팬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재생산되고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과정이 진행되면서 케이팝은 유튜브를 통해 가장 성공한 비서구 콘텐츠의 하나가 되었다. 당시 유튜브 콘텐츠가 지금보다 다양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화려할 뿐만 아니라 방송사, 기획사, 팬들이 끊임없이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케이팝은 유튜브의 콘텐츠 다양화에 기여하고 적극적인 팬덤을 유튜브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이는 이 시기 케이팝 관련 유튜브 조회 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세대 아이돌의 전성기였던 2010년 전 세계 229개국에서 케이팝 관련 동영상은 8억 회 조회되었다.
2세대 아이돌 영향력, 2010년 유튜브 조회수 지도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해 수익을 극대화시키려는 기획사들의 공격적인 태도도 유튜브 활용을 늘리는 요인이 되었다. 즉 내수만큼이나 해외 수익을 신경 써서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늘어났다. 2세대 아이돌을 배출해낸 3대 기획사 SM, JYP, YG 모두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아이돌들은 트레이닝 단계부터 일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기획사가 상장하며 주식회사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케이팝의 글로벌 진출 시도와 유튜브 활용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주식회사가 된 YG는 공시 보고서에서 경영성과를 보여줄 때 빅뱅의 유튜브 채널 조회수와 구독자들에 대한 글로벌 지도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년 <강남스타일>의 월드 히트는 케이팝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곡이 되었고(현재는 바뀌었다) 이는 케이팝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도 그 존재를 알게 만들었다. 케이팝을 서브컬처로 보는 인식은 여전했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케이팝 유입인구가 급증하면서 일종의 장르화가 진행되었고 결국 3세대 아이돌인 BTS에서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아이돌은 랩 라인과 보컬 라인으로 나뉘어 구성되며 댄스는 멤버 전원이 일정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도록 트레이닝 된다. 3명부터 12명, 그 이상의 인원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4명에서 7명이 주를 이룬다. 이 중에 네 취향 하나 없겠냐는 전략으로 10명 이상의 인원을 구성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리더, 맏이, 막내 등 연령에 따른 캐릭터가 구축되고 성격별로 캐릭터는 입체화된다.
데뷔를 위해 3년에서 5년 이상 연습생으로 트레이닝 시키는 기획사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2세대 아이돌 때부터 본격화되었다. 기획사들이 1세대 아이돌을 통해 번 수익은 2세대 아이돌에 대한 투자와 아이돌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졌다. 1세대 아이돌의 3대 기획사는 SM(HOT, SES, 신화)과 DSP(젝스키스, 핑클), JYP(비, god)였지만 2세대에 와서는 SM(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YG(빅뱅, 2NE1), JYP(2PM, 원더걸스)의 3파전으로 변화했다. 주식회사가 된 기획사들은 과거와 달리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었고 경영성과에 대한 보고도 예전에 비해 투명해지고 있다.
케이팝의 열정적인 팬문화를 수출한 이들은 클럽H.O.T.(HOT 팬클럽 이름) 같은 팬클럽과 팬들이었다. 팬은 기획사가 구축한 캐릭터를 재구성하는 역할을 했다. 팀과 멤버 개인의 서사를 만들고 새로운 특징을 잡아내 캐릭터를 부여했다. 팬픽, 팬이 촬영한 사진 등 그들이 제작한 2차 콘텐츠를 비롯하여 팀별로 고유의 응원구호(fan chant), 팀 컬러 선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데뷔팀이 너무 많아지면서 팀 컬러 선택권이 없어져 문제가 발생할 정도였다. 클럽H.O.T.는 대표적으로 하얀 우비를 팬클럽의 응원복장으로 통일하기도 하였는데 하얀색을 강조하여 흰 풍선을 활용해 응원하는 문화도 만들엇다. 이후 풍선은 2세대 아이돌에서 응원봉으로 진화하였다.
팬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고유 용어들도 이때 만들어졌는데 악성 개인 팬을 줄여 ‘악개’라고 하거나 사생활까지 따라 다닌다는 ‘사생’이 대표적인 예다. 팬문화가 성숙해지면서 지나친 부분은 바꿔나가려는 자정노력도 많이 나타났다. 케이팝이 해외의 열정팬덤을 가지게 된 데에는 1세대 아이돌부터 시작된 팬문화의 영향과 현재 팬문화의 수출이 기여한 바가 크다. BTS가 미국 방송사 프로그램이나 시상식에서 공연할 때, 팬들이 외치는 일사불란한 구호가 케이팝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지만 동시에 이는 BTS 팬덤만의 독특한 열정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방송사는 아이돌이 나오는 다양한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며 케이팝 한류를 공고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아이돌이 아이를 돌보는 육아일기는 1세대 아이돌인 god를 국민가수 반열에 올렸다. 다른 팀의 아이돌 멤버들이 모여 시골을 체험하거나 함께 무한도전식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여행을 가거나 운동대회를 열거나(아이돌 육상대회), 소개팅 자리에서 매력을 어필하는 모습을 보이거나(강호동의 천생연분 2002~2003년 /산장미팅/ 리얼 로맨스 연애편지 2004~2006년), 유사 연애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우리 결혼했어요(2007-2017년 ), 팀별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이다.
한국의 방송사는 아이돌이 먹고 놀고, 운동하고, 연애하고, 우정을 나누고,
도전하고, 여행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돌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각기 다른 캐릭터를 만들었으며 지속적으로 소비 가능한 콘텐츠를 한류 팬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방송사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제작하는 아이돌 중심의 음악 프로그램은 무대영상과 연출을 통해 케이팝 산업군(의상, 헤어, 메이크업, 무대미술, 영상아트 등)을 구축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기존의 국내 음악 프로그램의 카메라워크에 만족하지 못했던 팬들조차 미국 시상식과 프로그램이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를 담아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방송사의 무대연출과 카메라워크를 다시 돌아보기도 했다.
케이팝은 기획사가 기획하고 아이돌이 자신의 매력과 재능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팬들이 열정적이고 재미있는 팬문화를 만들고, 방송사가 지속적으로 덕질할 수 있는(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주며 만들어졌고, 진화했다.
각주1) FAKE LOVE' Official Teaser 1, 게시일: 2018. 5. 14
뮤직비디오의 한국 공개시간과 미국 공개시간을 함께 표기하고 있다.
각주2) 방탄소년단 SBS 가요대전 performance practice, 게시일: 2013. 12. 29
방탄소년단이 데뷔했던 해의 안무영상이다. 방송사에서 아직 멤버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름표를 크게 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기획사가 공급하는 콘텐츠는 ①티저→②뮤직비디오→③연습 영상→ ④방송이나 시상식 무대 영상→⑤ 활동 공백기의 자체 제작 리얼리티 순으로 제공된다.
2세대 아이돌부터 이러한 공식 아닌 공식이 만들어졌고 이제는 대부분의 아이돌 기획사가 이 공식에 맞춰 유튜브 콘텐츠를 공급한다. 티저 영상은 일종의 뮤직비디오 예고 영상클립으로 컨셉이나 세계관을 슬쩍 보여주며 관심을 끄는 역할을 한다. 티저를 통해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는 일정을 게시하기도 하는데 케이팝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한국시간 기준만이 아니라 미국 시간 기준도 함께 병기하고 있다.
안무연습 영상은 본래, 방송사의 음악방송 무대리허설을 위해 기획사가 방송사에 보내는 영상에서 출발하였다. 워낙 아이돌 그룹도 다양하고 그룹마다 멤버가 많다보니 음악방송 PD가 알아볼수 있도록 멤버마다 이름을 크게 쓴 이름표를 붙이고 안무의 동선을 미리 선보이 영상이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땀 흘리며 준비하는 모습과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라이브가 아니라 안무연습이다 보니 오로지 춤에 집중해서 볼 수 있다. 편집 없이 멤버 개개인의 춤추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고 연습을 통해 멤버별 성장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인기요인이었다. 이제는 공식처럼 모든 아이돌이 연습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무대영상의 경우, 과거에는 방송사가 공급하거나 팬들이 재편집하여 공유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방송사와 따로 유튜브 콘텐츠 제작 계약을 맺고 방송사 영상을 기획사 채널에서 공급하거나 무대 리허설 영상을 기획사에서 직접 카메라워크로 담아 올리는 식으로 제작한다.
리얼리티 콘텐츠의 경우 과거에는 방송사 콘텐츠로 주로 공급되었다면 요즘에는 기획사의 자체 제작 리얼리티 콘텐츠도 늘고 있는 추세다.
대형기획사 소속 혹은 단독 리얼리티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를 확보한 경우가 아니라면 방송사에서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중소형 기획사들이 주로 자체 리얼리티 콘테츠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BTS인데, 방송사의 단독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섭외되지 못하여 직접 자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신인시절 미국 진출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후에는 방탄티비 채널을 통해 꾸준히 리얼리티 콘텐츠를 제공하였다. 스케줄 때문에 여행을 자주 못 가던 멤버들을 위해 함께 떠나는 여행 콘텐츠 본보야지(Bon Voyage)를 제작하였고 방탄밤(Bangtan Bomb), 월드투어 무대와 무대 뒤 이야기인 번더스테이지(Burn the stage) 등을 제작했다.
하지만 기획사 자체 제작 리얼리티는 기획사의 콘텐츠 기획과 제작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소규모 기획사는 시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BTS는 예외적인 사례였고 주로 대형기획사, 특히 YG를 중심으로 제작되었다가 최근 중소형 기획사가 제2의 BTS를 꿈꾸며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해 홍보를 시도하고 있다.
케이팝 팬 메이드 콘텐츠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케이팝 아이돌을 팬이 촬영하고 편집한 직캠 영상과 케이팝 콘텐츠를 보고 반응하는 리액션 영상, 춤이나 노래를 따라 하는 커버 영상, 기존 콘텐츠를 편집하거나 편곡하며 재가공하는 콘텐츠가 바로 그것이다.
‘직캠’은 아이돌 팀 멤버 개인의 무대영상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돌이 대부분 팀이다 보니 여러 명이 동시에 진행하는 퍼포먼스를 한 장면에 모두 담기 어렵고 카메라워크와 편집에 따라 비춰지지 않는 멤버가 있기 마련이다. 아이돌 멤버의 개인 팬들은 노래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그 멤버의 모습을 모두 보고 싶어 하는데 이러한 개인 팬들의 바람에서 직캠 영상 제작이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방송이나 공연 무대뿐 아니라 무대 뒤 대기 영상, 팬 미팅 현장, 해외 일정을 위한 공항 출국 영상, 입국 영상, 패션쇼, 행사장 등 아이돌의 공식적–비공식적 일상을 지정 제작자가 아닌 팬이 촬영한 콘텐츠를 모두 아우르는 용어가 되었다.
주로 EXID 역주행의 신화를 쓴 하니 직캠 영상처럼 아이돌의 무대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국내 팬들이 제작했다. 해외공연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해외 팬들의 직캠도 늘고 있다. 특히 월드투어를 다니는 아이돌의 경우, 각국 라이브 현장을 담은 직캠 영상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콘서트장에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오히려 재능과 애정을 가지고 제작한 팬들의 보정 직캠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자 이제는 기획사에서 직캠 제작을 장려하고 유명한 직캠 제작자는 관리하는 단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반면 '리액션 콘텐츠'의 시작은 해외 팬이었다. 무대나 뮤직비디오를 보고 팬이 반응하거나 팬이 아니었던 이들(케이팝을 처음 접해본 이들)이 반응하는 영상에서 출발하였다. 뮤직비디오 리액션의 경우 해외 유튜버 콘텐츠를 번역하거나 해외 리액션 반응을 한 장면에 모아서 보여주는 3차 가공 콘텐츠도 등장하고 있다.
아예 ‘ALL ABOUT REACTION’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생길 정도다. 해외 리액션을 번역하여 자막을 달고 다양한 유튜버들의 리액션을 한 장면에 모아 넣는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케이팝 '리뷰 콘텐츠'는 뮤비에서 출발해 무대영상과 콘서트 영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해외팬이 증가하고 케이팝 콘텐츠가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면서 리뷰어 유튜버들은 유명인사가 되고 케이팝칼럼리스트가 되었다.
콘서트 리뷰 영상은 더욱 진화하여 콘서트 티켓을 구입하는 현장을 공유하고 콘서트장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단계로 나아갔다. 집을 나서는 장면부터 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하는 순간까지 모두 담아낸다. 팬들이 직접 케이팝과 함께하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콘서트를 같이 가는 것처럼 그 순간의 설렘까지 보여주다 보니 케이팝 팬들 사이의 유대감도 강화시키고 있다.
2세대 아이돌들의 케이팝은 서브컬처로 인식되었고 케이팝 팬은 마이너한 장르를 좋아하는 덕후쯤으로 간주되곤 했다. 그래서 케이팝 팬이라는 연대와 공유의식이 더욱 중요했다.
여전히 이런 시각을 가진 서구 언론과 일반인들이 존재하지만 싸이와 BTS의 등장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이러한 영상은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콘서트 티켓을 선물로 주었을 때의 반응을 담은 영상도 화제다. 일명 ‘ticket surprise’ 영상인데 주로 케이팝 팬인 자녀나 조카, 손녀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그 반응을 담아낸다. 팬들의 절절한 팬심과 딸을 아끼는 부모님의 훈훈한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팬으로서 느끼는 설렘, 감동, 긴장을 공유하고 이것이 가족과 지인에게도 응원 받고 있음을 보여주며 케이팝 팬덤도 성장하고 있다. 특히 다른 음악과 달리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덕분에 케이팝 팬의 다수를 이루는 10대 팬들의 부모나 가족도 케이팝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리액션 영상에 가족이나 지인을 출연시키거나 함께 보도록 하면서 나름의 확장성을 시도하기도 한다.
'커버영상'은 아티스트의 노래, 춤을 따라 한 영상으로 단순 모방에 그치기도 하지만 장르를 변환하여 편곡하거나 재해석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케이팝 뿐 아니라 대부분의 문화콘텐츠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커버영상이 늘면서
커버영상을 통해 데뷔하는 경우도 있다. YG 같은 경우 유튜브 커버영상 콘테스트를 열어 팬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편곡이나 편집을 통한 '재가공 콘텐츠'로 매쉬업(mash-up) 영상이 있다.
Jpop 팬이었으나 '보아BoA'의 팬이되면서 케이팝에 빠진 브라질의 DJ 마사(Masa)가 원류다. 2008년도부터 시작하였는데, 한 해의 인기 케이팝 노래를 매쉬업하여 각기 다른 노래가 한 곡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만드는 작업을 주로 진행하였다. 이 시기는 2세대 아이돌이 2~3년차에 이르는 때로 유튜브의 발흥과 함께 케이팝이 성장기였다.
이렇게 다른 아이돌 곡들을 매쉬업해서 1년 단위로 작업하는 콘텐츠가 등장하자 2세대 아이돌 무대 영상을 중심으로 동일 곡을 여러 버전의 무대로 믹스하는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무대에 따라 무대의상과 연출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모음(stage mix) 영상은 지상파 3사와 케이블 2사, 총 5개의 음악방송이 매주 방영되는 한국 방송사 시스템에 딱 맞는 콘텐츠였다.
팬의 편집 콘텐츠도 유튜브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편집 영상은 하나의 주제로 기획해 다양한 영상(직캠이나 기존 방송영상)을 모아서 재편집하거나 멤버 개인의 일관된 캐릭터를 보여주는 영상, 아이돌의 웃긴 순간이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팬미팅 직캠의 영상을 수집하여 한 멤버만 보여주거나 웃긴 장면(funny moments), 귀여운 순간들(cute moments),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 등 자체 캐릭터를 구축한 편집영상 모음을 말한다. 쌍방향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유튜브 플랫폼 덕분에 전 세계에 팬을 보유하고 있는 케이팝 그룹과 멤버 영상은 몇 만에서 몇 백만까지 소비된다. 이는 수익성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이러한 콘텐츠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채널도 생기고 있다.
케이팝의 어두운 부분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아이돌 양성 과정의 가혹함과 불평등한 계약구조, 성형을 비롯한 지나친 루키즘, 반복되는 전형성과 장르적 한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콘텐츠든 한계가 있고 모든 비즈니스에는 어두운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케이팝에 대한 비판에는 한류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왜곡과 과장이 포함되어 있다.
양성 과정의 가혹함이라고 순화하여 표현하였지만 공장식 시스템이라고 칭하며 노골적으로 비웃는 외국 언론도 있었다. 한국 언론이 이러한 외국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케이팝에 대한 비판이 더욱 과장되었다.
반대로 한류에 대한 과장된 소개와 이에 대한 국내적 반발로 인해, 즉 소위 '국뽕'에 대한 반발에 의해 국내에서 케이팝을 지나치게 폄하하거나 왜곡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BTS의 세계적 성장과 한류의 확산, 진화 덕분에 이러한 비판은 수그러들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고개 들 수 있다.
실제로 케이팝은 여전히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연습생 시절이 가혹하다는 것 역시 일정 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구나 자본과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분야이기 때문에 경쟁이 심한 한국에서도 최고 수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10대는 전공을 불문하고 치열하게 살고 있다. 아이돌이 잠을 줄이며 하루에 10시간 이상 트레이닝 받는다는 사실에 외국 언론은 매우 놀라고 당황한다. 하지만 한국 대부분의 10대, 아니 전 세대의 삶이 그러하다.
한국 사회 전반의 지나친 경쟁 문화가 반영된 상황을 단지 케이팝의 어두운 점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극심한 경쟁문화가 세계최고의 아이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장르의 한정성과 지나친 전형성의 문제 역시 양면의 평가를 받는다.
비판도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르라는 평도 공존한다.
케이팝은 더 이상 한국의 작곡가와 편곡자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앨범패키지 디자인, 안무, 작곡, 편곡 등 앨범 제작 과정이 글로벌하게 움직인다. 심지어 핀란드에서는 한국 아이돌을 위한 작곡 캠프가 열리기도 한다. 작곡자들이 모여 2박 3일 동안 한국 아이돌을 위한 곡을 만든다. 전 세계 작곡가들이 한국의 기획사에 노래를 보내고 있다. 앨범제작의 글로벌화는 이미 10년 전 부터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구축되었다.
케이팝은 한 장르로만 설명할 수 없으며 각 아이돌들은 매 앨범, 모든 노래를 같은 장르로 발표하지 않는다. 하나의 앨범은 다양한 장르 노래 채워지고 한 노래 안에도 기존 장르 구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혼합이 나타난다.
불공정한 계약도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시스템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제대로 정비되기 전 주먹구구식 운영과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이 문제였다.
특유의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인해 불확실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기획사와 어린 나이에 회사와 계약하며 혹독한 연습생활을 거친 아티스트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현재는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지면서 데뷔부터 최대 7년의 계약만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 아이돌들은 7년의 생애주기로 생성(데뷔)과 소멸(해체-혹은 탈퇴, 계약 완료)을 경험하고 있다. 아이돌 7년 주기 해체설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약기간만 조정된 것은 아니다. 개인 활동을 보장하고 개인과 팀 활동을 조율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이는 개인 활동을 위해 탈퇴하거나 해체하는 수순을 줄여 아이돌 그룹의 활동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개인활동을 통해 얻은 인기와 수익이 멤버별로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해체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케이팝 시장이 커지고 계약조건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개선되며서 1,2세대 아이돌 보다 3세대 아이돌에 이르러 탑아이돌의 수명은 확실히 늘어났다.
립싱크 문제도 해결되어가고 있다. 여전히 MR과 AR논쟁은 존재하지만 과거와 같은 립싱크 논쟁은 사라졌다.
1세대에서 립싱크 문제가 제기되면서 2세대 아이돌은 일정기간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하기 시작하였다.
격렬한 퍼포먼스를 하면서 라이브까지 하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는 이야기다(물론 모든 아이돌, 모든 멤버가 출중한 라이브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며 노래, 춤 등 퍼포먼스가 아닌 예능, 연기 등의 다른 역량을 갖추거나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음악을 만들지 못한 채 기획사가 기획하고 작곡하고 편곡한 노래를 부른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2세대부터 트레이닝 과정에 작곡과 편곡 레슨이 포함되기 시작하였고 3세대 아이돌의 경우, 스스로 적극적으로 작사, 작곡, 편곡 등 프로듀싱에 참여한다. 기획사들도 이러한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은 늘 비판받아왔으나
시스템과 개인의 역량, 노력을 통해 대응하며 성장하고 진화해왔다.
방송사와 기획사, 아이돌만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팬덤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은 종교단체 다음으로 기부와 봉사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집단이다.
한국 팬들은 멤버의 생일을 맞이해 선물 대신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는 문화를 전 세계 케이팝 아이돌 팬덤에 수출하고 있다.
아미(BTS 팬덤) 중 일부는 퍼플 캠페인(퍼플 라인 캠페인)을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 유럽 투어를 마치고 2018년 10월 2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BTS 멤버와 이를 보기 위해 모인 팬 모두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사생, 악개, 심지어 빠순이라고 불리는 등 아이돌 팬들은 조롱의 대상이었으나 자정 노력을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봉사활동과 기부에 참여하면서 스스로의 이미지와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BTS가 그래미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토론을 진지하게 나누는 Build Weekend Listen 10월 4일 방송 영상클립을 가져왔다.
- 이 글을 수정하는 2019년 2월9일, BTS는 ‘러브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앨범 아트 디랙터 ‘허스키폭스’와 함께 그래미어워즈( GRAMMY Awards)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에 올랐다.
시상자로 나설 예정인데, 그래미에서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케이팝이 널리 알려지고 소비되면서, 특히 BTS가 미국 주요 시상식에서도 퍼포먼스를 하면서 이제 케이팝은 글로벌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비영어 콘텐츠의 최초이자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케이팝의 부상에 대해 여러 분석이 존재했지만 이들은 '케이팝 아티스트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에 BTS가 성공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BTS는 우리는 케이팝 아티스트로서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케이팝 아티스트로서’라는 지점이 흥미로운데 이는 앞서 분석했던 ‘케이팝의 특성을 가장 잘 소화해내는’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제프 벤자민(Jeff Benjamin) 역시 이를 강조한다. 케이팝은 어느 장르의 음악, 어느 나라의 팝 보다 가장 화려하고 독창적인 군무와 뮤직비디오를 보여준다.
특히 뮤직비디오에 공을 들이는데, 이 단계부터 스타일링과 연출을 고려하며 다층적 의미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담아 제작한다.
방송사의 무대 영상 역시, 동일한 의상이나 세트로 진행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다양한 카메라 워킹과 컨셉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러한 무대와 앨범을 준비하기 위한 연습영상까지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태도로 아티스트의 성장 서사를 만들어간다.
앨범마다 그리고 노래마다 의상부터 헤어까지 모두 바뀌는 스타일링과 콘셉을 통해 ‘들려주고 동시에 보여주는’ 콘텐츠로서의 케이팝의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팬문화가 있는 콘텐츠라는 장점을 살려 따라하고 공유하고 싶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케이팝 만의 독특한 특징이 세계시장에서의 성공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케이팝 칼럼리스트 타마 허먼(Tamar Herman) 은 한류와 케이팝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한국 음악(Korean Music)은
Korean Wave(한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피크이지만 그 이름(wave)처럼 밀물과 썰물이 있을겁니다.
그러나 아예 미국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겁니다.
부침과 유행의 생애주기를 겪을 수 있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케이팝은 비영어 콘텐츠가 갈 수 있는 최고 지점에 이미 도달하였고 이제 하락세만이 남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케이팝의 성공에 대한 서구 기성 언론의 비아냥 섞인 비난과 왜곡적인 보도 역시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이전 보다 좀 더 글로벌한 콘텐츠도 그 질과 양을 보장한다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영학 강연시간에도 케이팝의 성공, BTS의 성공이 다루어졌다. 교수는 24시간 동안 유튜브 4천 5백만 뷰를 달성한 사례를 소개하며 글로벌시장에서 경영전문가, 금융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하고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케이팝의 성공을, 아시아 콘텐츠의 성장세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강조한다. 미국인이 오히려 터널 같은 세계에 살고 있음을 지적하며 양방향의 글로벌 플랫폼에서 성공하는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이팝은 이미 글로벌한 현상이다. 이러한 성공은 유튜브 플랫폼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첫째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하는 특화된 콘텐츠라는 점, 둘째 질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가 공급된다는 점, 셋째 한 아티스트에 그치지 않고 장르로 안착할 정도의 공급량이 확보된 생태계가 조성되었다는 점, 넷째 팬이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공급자라는 점이 케이팝 콘텐츠의 특징이다.
콘텐츠의 성공 사례, 특히 장르로까지 안착한 한류 콘텐츠의 성공을 다룰 때 주로 질적 수준을 조명한다.
하지만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케이팝 콘텐츠 생태계가 만들어질 정도로 그 양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기획사와 방송사, 팬들이 끊임없이 재생산하며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케이팝은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의 아티스트로 그치지 않았다. 한 아티스트와 그룹이 해체를 하고 인기를 잃어가도 금방 새로운 아티스트로 채워진다. 게다가 이 전 세대보다 진화해서 돌아온다. 직접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 하는 아티스트들이 나타나고 양적으로도 더 많은 콘텐츠를 공급한다. 그리고 팬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팬들의 콘텐츠 재생산을 유도한다.
팬들 역시 진화하며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고 이를 수익으로 돌려 받고 있다. 팬이라는 또 하나의 공급자 덕분에 케이팝 콘텐츠는 생태계를 이룰 수 있었다.
케이팝 유튜브 콘텐츠의 성공은 수많은 공급자와 열성적인 소비자 덕분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한 유튜브 시대에 케이팝 콘텐츠의 전성기는 이제부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