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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Sep 09. 2021

오늘의 구름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빠져 있다. 내가 아이돌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던가? 까마득하다. 요즘 어떤 노래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어떤 가수들이 세상을 장악하고 있는지 모르고 지내온 지 오래됐다. 보통의 경우, 클래식 라디오 채널을 종일 틀어놓고 지내거나, 오래된 팝송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듣기 때문이다.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빠져들었다. 가장 어린 참가자는 내 아이와 나이가 비슷하다. 내 아이들도 그 아이들처럼 꿈을 꿀 때가 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일까? 땀을 흘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심사평에 활짝 웃는 아이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탈락했을 때 담담하게 소감을 말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아이답지 않아서 울컥한다. 무언가에 빠진 사람은 아름답다. 무언가에 빠진 사람을 보는 사람도 아름답다. 꿈을 가진 사람은 외롭다. 꿈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서 고독해진다. 이루지 못한 꿈은 이루지 못해서 적막해지고, 이루고 만 꿈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어서 쓸쓸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는 꿈의 공기는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한 일일까. 꿈 때문에 조금 긴장하고, 꿈 때문에 조금 더 지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 있는 사람은 분주하게 문을 두드릴 줄 아는 사람이다. 문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지언정, 노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큰딸아이와 나는 응원하는 팀의 숫자를 눌러 문자를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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