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엔니오 모리꼬네에 관한 다큐를 상영한다는 소식에 예매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표가 없었다.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예매할 수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택시를 타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이 반예술적 행동이라고 여겨졌던 시절을 그는 견뎠다는 사실. 그리고 그 역시 빈 종이 앞에서 고민한다는 사실을, 다큐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상한 위안이 되었다. 아름다운 음악을 무수히 쏟아낸 그가 여전히 빈 악보 앞에서 불안하다는 사실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불안이 아주 당연하다는 사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빈 종이에 음표를 채워나갔을 한 사람의 삶이 존경스러웠다.
어떤 사람의 인터뷰 내용 중에 “엔니오는 편지를 쓰듯 작곡을 했다”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작곡하는 음악. 나도 한 사람에게 전하는 편지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글을 읽고 모르는 마음을 알게 되면 좋겠다.
우선 ‘나’라는 한 사람에게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내가 납득할 수 있다면 세상 밖으로 나가서 길을 잃어도 마음이 놓일 것 같다. 무엇보다 엔니오처럼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싶다.
2025. 10. 12. 방송
전주 MBC FM 99.1 MHz, <블루 레코드>방송. 일요일 오후 6시 30분.
<러브레터>라는 코너를 통해 강윤미 시인이 쓴 짧은 에세이를 소개합니다.